1990년, 고3이었다. 수원의 신생 인문계고등학교,
최대의 학령인구를 기록하던 시절,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위해
무지막지하게 몰아가던 시절이었다.
3년 내내, 밤 11시넘어까지 몰아대던 자율학습, 보충수업,
싱그럽고 자유롭게 피어나야 할 청춘들은 그 틀에 박인 지겨운 학교생활에 지쳐갔고,
학교에, 사회에 불만은 계속 쌓여갔다.
어설픈 풋사랑도 제대로 이어질리 만무했다. 허무하고 괴로웠다.
돌아보면 그래도 그립고 그 속에 풋풋한 추억도 있는 것 같지만
당시로는 낙도 없고, 출구도 잘 보이지 않는 괴로운 청춘이었다.
빡빡한 고3시절이었지만, 극장에 가서 본 몇편의 영화가 생각난다.
1990년하면 그리고 즉각적이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데미무어, 패트릭 스웨이지, 우피 골드버그가 열연한
<사랑과 영혼>이다.
아, 가슴아픈 사랑이야기, 순애보.
절정의 미모, 청순미가 뚝뚝 묻어나는
단발이 그토론 아름답다는 걸 알게 해준 데미무어,
아, 이렇게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을까 싶었고,
익살스럽지만 정깊고 인간미 넘치는 우피 골드버그의 맛갈나는 연기도 잊을수 없다.
그리고,
가슴을 후벼파는, 애절한 멜로디,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까지
<사랑과 영혼>은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우리들에게,
입시로 찌들고 억눌린 가련한 청춘들에게
운명처럼 찾아와 가슴을 마구마구 흔들어주었던 것이다.
지금도
이 정도로 울림있게, 또 흥미진진하게
관객을 울리고 웃기는 순애보, 러브스토리는 흔치 않다.
1990년, 고3, 청춘, 첫사랑,
이런 것들을 다시 환기시키면서
여전히 가슴을 때려주는 영화가
이 <사랑과 영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