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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하는 중년 남자 Oct 03. 2023

내 인생의 영화11 <태양은 가득히>

돌아보면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 그리고 중국 영화를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그 밖의 순위를 꼽으라면 일본영화, 프랑스 영화가 뒤를 이을 것 같다. 그중에서 오늘은 프랑스 영화에 대해 좀 이야기해보려 한다. 프랑스 영화도 재미있게 본 영화들이 많다. 뤽베송의 <레옹>, <그랑블루>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이고, 학창시절 좋아했던 소피마르소 주연의 <라붐>도 생각난다. 모니카 벨루치의 <라빠르망>도 좋아했고, 한때 세계 영화계를 뜨겁게 했던 레오 까락스 감독의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도 생각난다. 얼마전 언급한 <연인>도 물론 감명깊게 본 프랑스 영화다. 그밖에도 여러 영화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앞서 나에게 프랑스 영화하면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알랭드롱 주연의 <태양은 가득히>다. 허, 제목도 멋지고 무엇보다 젊은 시절 알랭드롱의 눈부신 미모를 만날 수 있기에 인상적인 영화이기도 하다. 1960년작이니 무려 63년 전 영화인데, 전혀 촌스럽거나 올드하지 않다. 오히려 미장센은 요즘 영화보다도 더욱 감각적이고 신선하다.  제목처럼 태양은 저 위에서 뜨겁게 작렬하고 눈부시게 파란 바다, 그리고 그보다 더 눈부신 알랭드롱의 외모에 감탄이 나는 영화이다. 치명적인 아름다움이란 표현이 남자에게도 어울린다니...

모든 걸 가진 부자인 친구를 죽이고 자신이 모든 걸 차지하려는, 완전범죄를 꿈꾸는 가난한 알랭드롱, 질투에 눈이 멀어 영혼을 파는 가련한 청춘,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에게 느껴지는 연민은 무엇인가. 그의 고달픈 청춘이, 선하고 순수한 눈망울, 빨려들 것 같은 그 눈부신 외모가 비열하고 잔혹한 범죄를 잠시 잊게 해주는 것인가. 청춘의 욕망과 배신, 파멸을 아름다운 지중해에 녹여낸 명작이다. 마지막의 반전, 모든 게 자신의 계획대로 진행된 줄 알지만 진실은 결국 드러나는 법, 아름다운 지중해 바닷가에서 만족하고 평화로운 오후를 즐기는 알랭의 미소, 그만이 모르는 결말...      


언젠가 소설가 최인호가 자신의 인생 영화로 이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꼽은 글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영화인가 했다가 나 역시 푹 빠진 영화다. 1960년 영화이니 극장에서 보진 못했고 아마 80년대 이후로 TV로만 몇 번 봤는데, 큰 화면에서 봤다면 아마도 그 인상이 몇배로 강했을 것이다. 잔잔히 깔리는 그 주제곡은 또 어떤가. 영화가 얼마나 매력적인 예술인가를 정말 잘 보여주는 명작, <태양은 가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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