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두 명의 톰 아저씨가 있는데, 한 명은 30년 넘게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 주연을 맡으며 여전한 액션 파워를 과시하는 톰 크루즈고, 또 한 명은 폭넓은 연기력을 자랑하며 가장 미국적인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 톰 행크스다. 톰 행크스는 국민 배우로 꼽히고 미국의 얼굴로 인정받고 있으며 또 수많은 미국 배우들이 최고의 배우로 그를 꼽는다.
나 역시 톰 행크스를 좋아하는데, 그가 주연한 영화 중 좋아하는 영화를 생각해보니 많은 영화들이 떠오른다. 시간적으로도 80년대부터 최근까지 40년을 넘나든다. 가령 <빅>, <필라델피아>,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일병 구하기>, <터미널>, <캡틴 필립스> 등등 많은 영화들이 있다. 얼핏 돌아봐도 다양한 장르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 같다. 그런데 그의 수많은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2000년작인 <캐스트 어웨이>다. 작품성을 떠나 가장 흥미롭게 보았고 또 큰 감정적 울림을 준 작품이라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누구나 재밌게 읽었던 <로빈슨 크루소>라는 소설이 있다. 무인도 표류기인 이 이야기는 어린 시절 소년들에게 요컨대 묘한 낭만과 동경을 일으키기도 했던 것 같다. 아마도 로빈슨 이야기를 영상화한다면 바로 이 영화 <캐스트 어웨이> 같은 작품이 나올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런가, 일단 소재부터 강하게 끌렸던 영화였다. 물론 <캐스트 어웨이>는 단순한 무인도 표류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가 아니다. 요컨대 영화는 인간의 외로움, 연약함, 사회적 관계, 회복력, 그럼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 추구해야 할 어떤 것들에 대해 계속 질문을 던진다.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강한 울림을 준 장면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 같은데, 배구공 윌슨과 이별하는 장면일 것이다. 망망대해에서 저 멀리 떠나가는 윌슨을 보며 울부짖는 톰 행크스의 모습은 정말 가슴 뭉클했다. 그에게 윌슨은 어떤 존재였던가. ‘미안해’를 외치는 그를 보며 눈가에서 뜨거운 게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 이제 결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무인도를 빠져나와 그토록 보고 싶던 연인을 찾아갔건만, 어릴 적 우리가 읽었던 이야기의 결말처럼 사랑하는 그 연인은 새로운 누군가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 어쩔 것인가. 그녀를 원망할 수는 물론 없다. 그녀도 당혹스럽고 미안하긴 마찬가지다. 그래도 한줄기 위안이 되는 것은 그들이 함께 탔던 자동차를 버리지 않고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 톰은 비로소 진정으로 그녀의 행복을 빌어줄수 있을 듯 하다.
사는 게 지루하고 짜증스럽거나 맘 같지 않아 괴로울 때, 이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다시 보면 어떨까. 분명 뭔가를 전달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