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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노엘 Nov 02. 2017

시를 찾는 마음  

멋쟁이 예이츠 -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이미지 출처: 알라딘 


 이니스프리 작은 섬.
 한밤은 희미하게 빛나고 정오는 자줏빛으로 타오르며
 저녁엔 홍방울새 날개 소리 가득한 곳. 

 

 이런 풍경을 봤단 말이야, 예이츠는? 시인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평범한 사람들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는다. 너무도 작아 모두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것들을 넘치도록 캐낸다. 그들은 너무도 특별하다.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예민한 눈, 코, 입, 피부를 가지고 태어났다. 


 나는 단 한 번도 희미하게 빛나는 밤을 본 적이 없다. 자줏빛으로 타오르는 정오는 더더구나 본 적 없다. 심지어 홍방울새는 들어본 적도 없다. 반면 그는 이 모든 것을 보고 느끼고 음미했다. 놀라운 감수성. 단번에 이니스프리 섬에 가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단 몇 줄의 수사들, 단어들, 말들. 


 이런 시들을 자꾸 읽고 싶다.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설명해 주는 시, 환상적인 풍경을 내 머릿속에 기꺼이 펼쳐 내보여 주는 시, 지독하게 황홀해서 현실의 고단함을 단번에 날려 보내주는 시. 


 현실이 비루해서 자꾸만 환상과 신기루를 좇는 걸까. 그저 시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은 걸까. 

 

 내가, 나이 들어 죽을 때
 어리석지만 열정적인 사람으로 기억되길. 


 어리석은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바보처럼 유치해지길. 위험할 정도로 솔직하고, 막무가내로 떼쓰는 어린아이 같기를. 발걸음은 바람처럼 가볍고, 웃음소리는 방울방울 하늘까지 오르기를. 


 시를 읽으면 딱딱했던 마음이, 진지하기만 한 머리가 말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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