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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노엘 Nov 10. 2017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다오

깊은 슬픔 - 신경숙 



악수도 벼랑에서 목숨처럼 해달라던, 은서의 무너질 듯한 간절함이 이해된다면. 당신도 사랑의 등만 바라봤던 사람. 지금도 등만 바라보는, 사로잡힌 사람. 


은서와 세가 마치 나인 것 같아 엉엉 소리를 내 울었다. 차라리 이게 무슨 소리냐며 아무것도 모르는 채 넘어갈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을.


언제나 마음을 더 많이 준 사람이 아플 수밖에 없다. 이 처절한 진리를 진작 알았다면 나도 쉽게 마음을 내주지 않았을 게다. 온전히 마음을 쏟지도 않고. 멍청하게, 헤프게 웃지 않았을 텐데.


크게 아파보고 나니 그동안 나에게 관심을 주었던, 그러나 내가 알아주지 않았던 이들의 마음이 새삼 떠올라 한 끝이 아리다. 또 내가 애정을 쏟았을 때 나에게 마음을 주었던 이들이 생각나 철렁, 가슴을 쓸어내린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 불가항력이란다, 작가는. 


"나, 인생에 대해 너무 욕심을 냈구나.
한 가지 것에 마음 붙이고 그 속으로 깊게 들어가 살고 싶었지. 그것에 의해 보호를 받고 싶었지. 내 마음이 가는 저이와 내가 한 사람이라고 느끼며 살고 싶었어. 늘 그러지 못해서 무서웠다. 그 무서움을 디디며 그래도 날들을 보낼 수 있었던 건 그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어서였지. 하지만 이제 알겠어. 그건 내가 인생에 너무 욕심을 낸 거였어."


욕심이 아니었으면. 행여 욕심이라 하더라도, 마음껏 욕심내고 마음껏 쏟아도 아프지 않을 사람.  주고받는 말 한마디, 조용하게 퍼지는 웃음의 무거운 의미를 온전히 알고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차분히 발을 맞추고 싶다. 


역시, 욕심인 걸까. 매번 나만 빈털터리다. 바보같이 또 속는다.


어느 곳에 쏟아야 할지 몰라 내 마음, 나 혼자 만지작 거리며 서성인다. 서러워 눈물이 핑, 하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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