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15세 백인 소녀는 베트남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가난으로 무기력하기만 한 어머니, 마약과 노름에 빠져 엉망인 큰 오빠, 그런 큰 오빠에게 늘 시달리는 작은 오빠는 가난과 함께, 소녀를 더욱더 깊은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벗어날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소녀는 중국인 백만장자를 만나 욕망과 탐닉으로 얼룩진 사랑을 하게 된다. 관능적인 욕망이 소년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었다, 그 시절.
소녀의 사랑을 처절했고 글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글에 어울리는 시가, 떠올랐다.
소나무에 취해 - 파블로 네루다
소나무와 오랜 키스에 취해,
여름처럼 나는 장미들의 쾌속 항해를 조종한다,
야윈 날의 죽음을 향해 몸을 구부리고,
내 순전한 해양성 광기에 붙박인 채.
창백한 채 내 굶주린 물에 매질하며,
나는 발가벗은 분위기의 시큼한 냄새 속으로 순항한다,
여전히 어둡고 괴로운 목소리로 그리고
버려진 작은 가지의 슬픈 술로 꾸미고.
열정으로 굳어, 나는 내 하나의 파도 위로 오른다,
동시에 달답고 태양다우며 타오르고 차가운 거기,
서늘한 히프처럼 희고 달콤한
행운의 섬들의 협곡에서 진정시키며.
축축한 밤 속에서 내 키스의 옷은 떨린다
미칠 만큼 전류로 충전되어,
꿈과, 나를 몸에 익히는 열광하는
장미들로 영웅적으로 나뉘어.
바깥 파도의 한가운데서, 그걸 거슬러
네 평행하는 몸은 내 품에 든다
내 영혼에 한없이 달라붙는 물고기처럼,
빠르고 또 느리게, 하늘아래 에너지 속에서.
파블로 네루다처럼, 뒤라스의 연인들처럼,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나만의 틀을 모두 깨뜨려 버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나도.
어쩌자고 - 최영미
날씨 한번 더럽게 좋구나
속 뒤집어놓는, 저기 저 감칠 햇빛
어쩌자고 봄이 오는가
사시사철 봄처럼 뜬 속인데
시궁창이라도 개울물 더 또렷이
졸 졸
겨우내 비껴가던 바람도
품속으로 꼬옥 파고드는데
어느 환장할 꽃이 피고 또 지려 하는가
죽 쒀서 개 줬다고
갈아엎자 들어서고
겹겹이 배반당한 이땅
줄줄이 피멍든 가슴들에
무어 더러운 봄이 오려 하느냐
어쩌자고 봄이 또 온단 말이냐
막상 시작하면 배반과 피멍이 난무하는 사랑.
비껴갔으면 하는 상처들.
그런데, 또 봄이 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