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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노엘 Dec 07. 2017

또, 봄이 오려나 보다

연인 - 마르그리트 뒤라스 


 프랑스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자전적 소설이다. 15세 백인 소녀는 베트남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다. 가난으로 무기력하기만 한 어머니, 마약과 노름에 빠져 엉망인 큰 오빠, 그런 큰 오빠에게 늘 시달리는 작은 오빠는 가난과 함께, 소녀를 더욱더 깊은 절망 속으로 몰아넣었다. 벗어날 수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소녀는 중국인 백만장자를 만나 욕망과 탐닉으로 얼룩진 사랑을 하게 된다. 관능적인 욕망이 소년을 지탱하는 유일한 힘이었다, 그 시절. 


소녀의 사랑을 처절했고 글은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글에 어울리는 시가, 떠올랐다. 



소나무에 취해 - 파블로 네루다


소나무와 오랜 키스에 취해,

여름처럼 나는 장미들의 쾌속 항해를 조종한다,

야윈 날의 죽음을 향해 몸을 구부리고,

내 순전한 해양성 광기에 붙박인 채.


창백한 채 내 굶주린 물에 매질하며,

나는 발가벗은 분위기의 시큼한 냄새 속으로 순항한다,

여전히 어둡고 괴로운 목소리로 그리고

버려진 작은 가지의 슬픈 술로 꾸미고.


열정으로 굳어, 나는 내 하나의 파도 위로 오른다,

동시에 달답고 태양다우며 타오르고 차가운 거기,

서늘한 히프처럼 희고 달콤한

행운의 섬들의 협곡에서 진정시키며.


축축한 밤 속에서 내 키스의 옷은 떨린다

미칠 만큼 전류로 충전되어,

꿈과, 나를 몸에 익히는 열광하는 

장미들로 영웅적으로 나뉘어.


바깥 파도의 한가운데서, 그걸 거슬러

네 평행하는 몸은 내 품에 든다

내 영혼에 한없이 달라붙는 물고기처럼,

빠르고 또 느리게, 하늘아래 에너지 속에서. 


파블로 네루다처럼, 뒤라스의 연인들처럼, 이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나도.

나만의 틀을 모두 깨뜨려 버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마음이 가는 대로 사랑할 수 있을까, 나도.



어쩌자고 - 최영미


날씨 한번 더럽게 좋구나

속 뒤집어놓는, 저기 저 감칠 햇빛

어쩌자고 봄이 오는가

사시사철 봄처럼 뜬 속인데

시궁창이라도 개울물 더 또렷이

졸 졸

겨우내 비껴가던 바람도

품속으로 꼬옥 파고드는데

어느 환장할 꽃이 피고 또 지려 하는가


죽 쒀서 개 줬다고

갈아엎자 들어서고

겹겹이 배반당한 이땅

줄줄이 피멍든 가슴들에

무어 더러운 봄이 오려 하느냐

어쩌자고 봄이 또 온단 말이냐



막상 시작하면 배반과 피멍이 난무하는 사랑. 

비껴갔으면 하는 상처들. 


그런데, 또 봄이 오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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