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둥글게 뻗어있다
돌다 보면 제자리라서 끝을 모른다
끝을 알면 마음이 비어버린다
마음이 비면 채우러 간다
멀리 떠나서 돌아오지 않지만
그들은 그래 왔다
포르투갈의 까보 다 로까가
우리 옆 섬사람 앞에 펼쳐진
망망대해에선 보였을까
아프리카 대륙 밑 붙여진 희망이란
그 작은 이름에 그것은 정말 있을까
서로의 소망과 절망은 늘 망으로 끝나
잊히고 사라진다
지구의 끝이 네모나게 반듯이
다듬어졌다면 사람들은
저기가 진정한 끝이구나 하면서
주저 없이 몸을 던졌겠지
그래서 모든 세상의 끝들은
잊히고 사라지는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