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가루가 어디 있었던 것 같은데…….
불현듯 그런 생각이 떠올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과연 유통기한이 한 달밖에 남지 않은 호밀가루가 있었다.
갑자기 빵이 먹고 싶어서 바로 전까지 당뇨인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호밀빵을 검색하던 중이었다. 100% 호밀빵은 거의 없었고, 어쩌다 있는 건 많이 비쌌다.
호밀가루에 이스트, 버터, 우유, 달걀, 소금, 내친김에 무가당 요거트까지 넣고 반죽을 했다. 따로 레시피는 보지 않았고 당뇨 전에 가끔 만들어 먹었던 스콘을 응용했다. 발효를 해본 후 왜 호밀 100% 빵이 거의 없는지 알게 됐다. 글루텐이 없는 호밀은 부풀어도 찰지거나 쫄깃해지지 않았다. 반신반의하며 오븐에 구웠다. 겉은 바삭했고 냄새도 그럴듯했다. 속은 달지 않은 다이제스티브 과자를 물에 적셔 뭉친 다음 구워놓은 것 같았다. 워낙 달고 부드러운 걸 멀리했던 터라 그마저도 감지덕지하며 올리브유에 찍어 먹었다.
살짝 포만감이 들 즈음에야 비로소 호밀빵 레시피를 찾아보았다. 열 개 정도 찾아보고 조금씩 다른 비율의 평균값을 메모해 두었다. 빈병을 찾아 호밀과 물을 같은 양으로 넣고 섞어 ‘르방’이라는 천연 발효종을 만들고, 부풀어 양이 두 배가 되면 조금 덜어 내고 같은 방식으로 먹이를 주며 키우기 시작했다. 이 미생물은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만들어내는 기포와 시큼한 냄새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뭔가를 키우는 게 하도 오랜만이어서 표면을 뚫고 올라와 뿅 터지는 공기방울을 볼 때마다 제법인데, 하며 기특해한다.
호밀가루를 더 주문하고, 호밀빵도 검색해 비싸더라도 평이 좋은 것을 몇 개 사봐야겠다. 기준점을 알아둬야 하니까.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어 보고, 이후에는 내 입맛에 맞게 손 가는 대로 마음 내키는 대로 만들어야지. 이렇게라도 빵을 먹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첫 번째 르방은 실패. 다시 시도하는 중입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