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상 위에는 목수국 한 줄기가 꽂혀 있다.
처음 친구 집 마당에서 가져왔을 때는 꽃이 연두색이었다. 작은 꽃 하나하나는 덜 펴진 우산 같았다. 끝만 다섯 개로 나눠진 꽃잎이 점점 커지면서 흰색으로 변해가는 동안 나는 불당화 또는 백당 나무라고도 불리는 목수국을 틈틈이 들여다보았다.
소담한 흰 꽃이 피는 그 나무는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있는데, 거기 있다는 것 정도만 알고 그 옆을 스치며 지나다녔을 뿐이었다. 한 송이(라고 해도 될까)를 데려다 놓고 자세히 보다 보니 볼수록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깔끔한 꽃 하며 잎맥이 뚜렷하고 멋진 모양의 이파리까지, 향기는 거의 없었지만 꽃잎에 코를 묻고 맡아보면 옅은 풀 내 속에 미세한 달콤함이 묻어났다.
올해 들어 나는 작은 사치를 부리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 작년부터 소비를 줄이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번번이 실패했었다. 당뇨로 단것과 온갖 맛있는 것(맛있는 건 다 탄수화물이다)을 멀리하느라 힘들었는데, 쇼핑까지 줄이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알게 모르게 그동안 나는 그런 얕은 수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
우선 삭막해진 나를 달래기 위해 책상 위에 꽃 한 송이, 때로는 풀꽃 몇 송이도 좋고 없으면 나뭇가지 하나라도 꽂아두기 시작했다. 장미꽃 한 송이는 보름 가까이 놓여 있었다.
열흘쯤 지나자 활짝 핀 목수국 꽃이 하나 둘 책상 위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꽃잎을 주워 책갈피 사이에 넣어두었다. 이제는 시드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나는 나를 위해 가져온 조그만 식물과의 시간을 누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