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에서 배우는 조직과 리더십 (2/6)
백단장: 순진하게 10만 달러 차이일 거라고 생각하고 접근한 건 실수였습니다.
이팀장: 애초에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어요.
백단장: 돈이 없어서 졌다?
이팀장: ??
백단장: 과외를 못 해서 대학을 못 갔다. 몸이 아파서 졌다. 다 같은 환경일 수가 없고 각자 가진 무기 가지고 싸우는 겁니다. 핑계 대면 똑 같은 상황에서 또 집니다. 오사훈 단장한테 진 게 아니라 그냥 그렇게 주어진 상황한테 진 겁니다.
스토브리그 5화에서 용병 선수 마일스를 경쟁 구단에 빼앗기고 나서 백승수 단장과 이세영 팀장의 대화다. 백단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못한다고 배를 째거나 대충해서 실패하고 핑계대거나 하지 않는다. 드림즈 구단을 해체하려는 구단주의 방해와 압박 속에서도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제한된 운영비와 자원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 구단주와의 협상에선 치열하고 냉정하게 싸운다. 하지만, 결정이 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협의된 상황 하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용병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래 목표했던 마일스 대신 미국에 귀화한 길창준 선수를 발굴하고 데려온다. 그리고, 선수단 연봉을 30% 삭감하라는 구단측의 지시에 맞서 보지만, 협상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파악하고 새로운 선수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연봉 협상을 해낸다. 겨울 전지훈련 역시 원래 계획되어 있던 호주에서 국내로 바꾸라는 구단주의 지시에 추운 국내 전지훈련의 단점을 훈련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서 의미있는 성과를 낸다.
핑계를 대고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만큼 쉬운게 없다. 이번에 할당받은 예산이 부족해서, 신규 인력 채용이 안되서, 실무자들의 경험이 부족해서, 다른 팀의 작업이 늦어져서, 정부 규제가 심해서 등등. 핑계가 실패를 정당화해 주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이 바뀔 수 있는게 아니라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주어진 상황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게 낫다.
블록체인 산업에 뛰어 들면서 얼마나 많은 핑계를 듣고, 나 역시 했던가! 정부 규제가 불확실해서, 기술이 미성숙해서, 모회사와의 관계 때문에, 등등. 이런걸 모르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설령 나중에 알았다한들, 나만 겪는 어려움도 아닌 것을. 누군가는 주어진 상황에서 핑계를 찾고 누군가는 기회를 잡는다. 나는 기회를 잡는 사람이었나, 핑계를 찾는 사람이었나, 반성하며 백단장의 어록을 한번 더 되새겨 본다.
각자가 가진 무기 가지고 싸우는 건데 핑계 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