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엄청난 한파가 밀려왔다. 단순히 날이 추워졌다는 표현으로는 전부 담아낼 수 없는 이 냉기는 하루 만에 주위를 꽝꽝 얼려버렸다. 그전까지 나름 온화한 겨울을 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동장군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이번 주에 눈 예보마저 있던데 진정한 엄동설한을 맞이하게 생겼다. 겨울은 추운 게 당연하다지만 이런 식으로 뺨을 후려치는 듯한 변화는 가혹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생각해 보니 정말로 이번 추위에 뺨을 얻어맞긴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방안에 감도는 서늘한 공기가 심상치 않았다. 때문에 출근 전 만반의 준비를 했다. 빵빵한 롱패딩과 패딩 바지, 기모 양말, 거기에 귀마개까지 깨알같이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긴 방한 패션이라 생각했건만 문 밖을 나선 순간 깨달은 것은 자연의 위대함이었다. 패딩 바지 속까지 스며드는 냉기는 살벌했다. 칼바람에 맞서 발을 동동 구르며 걸음을 옮기는데 미간이 점점 따가워지기 시작했다. 얼마 안 가 마스크 안에 물기가 차서 실내로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를 슬쩍 내리고 숨을 골랐다. 순식간에 미간의 통증이 양 볼과 코, 입가로 번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하도 얼굴을 때려대 얼얼했다. 따갑고 아려오는 얼굴을 부여잡고 허겁지겁 실내로 들어가 거울을 보니 얼굴이 벌겠다. 미간 사이와 코를 지나 양 볼까지 티 존(T zone)을 따라 둥그렇게 퍼진 붉은 기가 무슨 특수 화장을 했다 말해도 될 법한 모양새였다.
사람도 버티기 힘든 날이어서 그런지 여기저기서 기계들 상태가 영 좋지 않았다. 기계들이야 너무 더워도, 또 너무 추워도 고장이 나는 쓸데없이 예민하고 연약한 존재라는 걸 알고는 있었으나, 나 자신이 그 후폭풍을 감당해야 하는 당사자가 되는 경우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휴대폰이 말썽이었다. 밖에서는 아무래도 와이파이가 잘 잡히지 않아 데이터를 주로 쓰게 된다. 특히 전철을 탈 때 모바일 카드로 승차 처리를 하는데, 평소엔 잘만 찍히던 게이트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거였다. 전철을 타야 하는 시간은 다가오는데 게이트를 들어갈 수가 없다니! 그때의 당황스러움은 추위조차 순간 잊게 만들었다. 재빨리 휴대폰 화면을 확인해 보니 상단 표시창에 데이터 연결이 끊겨 있고 'SIM카드'가 어쩌고 저쩌고 하여 재연결이 불가능하다는 안내창이 떴다. 휴대폰을 얼른 재부팅해 봤는데 데이터가 짧게 연결되고 다시 끊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다행히 출근은 늦지 않게 할 수 있었지만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금지당한 채로 버텨야 했다. 회사에서는 생각보다 휴대폰을 보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어 나름 스마트폰 중독은 아니라는 자가 진단을 내려 보기도 했다. 오후에 대리점에 들렀는데 유심을 바꿔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로 다른 유심을 껴보니 휴대폰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하필이면 신분증을 가져가지 않아서 유심은 다음에 구매하기로 했다. 유심을 한번 뺐다 껴서 그런지 지금은 또 데이터 연결이 잘 되고 있다. 이번 일이 정말 급작스러운 강추위로 휴대폰 상태가 이상해진 건지, 아니면 구매한 지 3년 차에 접어든 휴대폰의 연식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하필이면 이 추운 날, 지금껏 멀쩡했던 기기에 문제가 생겼기에 뭔가 영향이 있지 않았나 하는 혼자만의 의심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맹렬한 추위가 하루빨리 잠잠해지고 내 휴대폰도 올해까지는 버텨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