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초, 코로나가 터진 지 거의 이 년여 만에 영화관에 갔다. 원래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는데도 오랜만에 영화관에 가는 길은 꽤나 설렜다. 아바타 2를 3D로 관람하기로 했는데 상영시간이 3시간이 훌쩍 넘는다는 말을 듣고 집을 나서기 전부터 목만 살짝 축이며 나름의 준비를 해야 했다. 탄산음료는 평소에도 마시지 않아 괜찮았는데, 커피를 참는 건 조금 힘들었다. 평소에도 커피를 생명수로써 마시지만 활발한 이뇨작용이라는 매우 위험한 부작용에 시달리곤 한다. 그런 나에게 커피를 마시고 2시간도 아닌 3시간을 버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CG로 구현한 영상미를 보고 싶어 3D 영화를 예매했기에 이왕이면 자리에서 끝까지 일어나지 않고 보고 싶었다. 그런 노력을 들여 본 영화는 놀라웠다. 주변에서 왜 그렇게 이 영화는 3D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는지 알 듯했다. 평점을 보니 호불호가 갈리는 듯했는데, 아무래도 상영 시간 자체가 길다 보니 중간에 살짝 늘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은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심지어 마지막에는 오열에 가까울 정도로 울어버리는 바람에 저녁까지 두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래서 영화에서 그토록 신파를 놓지 못하는가 보다 같은 감상마저 들었다.
그렇게 나에게 아바타 2는 화려한 SF판타지 영화로 남았다. 아니, 남을 뻔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의 순기능을 경험했다고 말하고 싶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유튜브에는 아바타를 다룬 콘텐츠가 많았다. 영화를 보고 나니 이제 다른 사람, 특히 영화라는 분야에서 준전문가 급으로 활동하는 이들의 의견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영화 관련 영상을 하나 둘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영화 한 편에 들어간 우주와 과학 이야기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영화 속 언옵타늄이 상온 초전도체라든지, 판도라 행성까지 가는 우주선 엔진에 쓰이는 반물질과 그 판도라의 배경이 태양계에서 매우 가까이에 위치한 알파 센타우리라는 쌍성계라는 사실까지. 그저 멋진 설정이라 감탄만 했던 영화에 녹아든 우주 과학이라니. 글로만 읽었다면 이게 무슨 말이야 하다다 그냥 덮어버렸을 과학 용어와 그 의미가 영상과 함께 접하자 쉽게 이해가 되었다. 깔끔하게 편집된 영상미에 홀릴 정도였다. 초등학생 때나 중학생 때는 공통과학을 배우며 온갖 수식과 물리법칙이 마냥 어렵기만 했고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고등학생 때는 문과생인데 과학이 웬 말인가 하며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이런 분야가 한없이 낯설기만 했는데, 딱 필요한 수준의 기초적인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큰 원동력이 되었다.
유튜브는 그렇게 우주라는 광활한 바깥을 새삼스레 맛보게 된 나에게 알고리즘의 힘을 보여주었다. 요즘에는 영상에 나오는 개념과 용어를 보기만 하고 그대로 흘려버리는 게 아까워 노트에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대충 휘갈겨 쓰기만 하는 건데도 확실히 눈으로 보기만 하는 것보다 한 번 더 정리가 되는 느낌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제임스웹 망원경과 다누리호를 거쳐 노래 제목으로도 쓰인 사건의 지평선과 오르트 구름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에는 달의 위상을 제대로 정리한 자료를 보았는데 지금껏 밤에 달이 없다고 넘겼던 그 순간을 삭(new moon)이라 부른다는 걸 배웠다. 정말 내가 모르는 게 이토록 많을 줄은 몰랐다. 이것도 잘 몰랐구나 싶어 얼굴이 화끈거리다가도 이렇게 또 알게 된 게 어딘가 싶어 얼른 메모장에 적어 두었다. 꼭 과학 관련 내용이 아니라도 익숙지 않거나 잘 몰랐던 단어와 표현도 함께 적고 있다. 별의별 단어가 뒤섞인 말 그대로 ‘잡다한’ 메모장이다.
이전에 몰랐던 무언가를 접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내 안의 우주에서는 별이 새로 탄생한다. 모른다는 즐거움을 만끽하며 오늘도 펜을 들고 노트를 펼쳐본다. 아직 모르는 게 한가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