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서 친한 언니에게 인도에 간다고 했다. 그랬더니 언니는 대뜸 ‘김종욱 찾기’라는 영화를 보고 너도 김종욱을 찾아오라고 했다. 제목은 많이 들어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인도에 가기 3일 전 영화를 보았다. 그리고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이건 영화야……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자이살메르를 떠나려다 전날 루나를 만나고 마음을 고쳐먹은 날이었다. 호텔 파라다이스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루나의 게스트하우스로 가서 체크인을 했다. 짐을 두고 나와 습관처럼 저먼 베이커리로 갔다. 여느 때와 같이 디저트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저먼 베이커리는 성의 입구에 있어 성을 오가는 이들을 항상 볼 수 있다. 저 멀리서 오드리가 걸어오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이틀 더 이곳에 머물게 됐다고 하자 그녀는 기뻐하며 같이 저녁을 먹고 아유르베다 마사지를 받으러 가자고 제안했다. 나는 웃으며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였다.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그녀는 돌아갔다.
오드리가 떠나고 이번에는 전날 식당에서 마주쳤던 한국인 여자분을 만났다. 인사를 하며 보니 뒤에 한국인 남자 둘이 더 있었다. J 그리고 S. 우리는 넷이서 짧은 인사를 나누었다. 여자분은 이내 자리를 떠났고, 셋이 남게 되었다. 그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같이 호숫가 산책을 하게 되었다.
둘은 대학 친구 사이라고 했다. J는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가 끝나고 여행을 시작하며 친구 S를 불러 호주에서부터 함께 여행 중이었다. 호수까지 가는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불현듯 생각난 것이 있어 그들에게 물었다.
“혹시 손톱깎이 있으세요?”
여행을 하며 손톱이 자라 불편하던 차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보았는데 마침 있다고 했다. 그런데 숙소에 두고 왔다며 나중에 빌려주기로 했다.
나는 호수에 이미 두 번이나 다녀온 터라 그들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었다. 둘이 함께 찍은 사진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이리저리 서보라고 한 뒤 사진도 몇 장 찍어주었다. 유난히 하늘이 아름다운 날이었다. 그렇게 호수를 구경하고 다시 성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길을 걷는데 나도 모르게 내 눈이 자꾸 J를 쫓고, 골목을 찍던 카메라 렌즈가 그를 향했다.
시장 골목을 지나던 중 앞서가던 그들은 한 가게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까쵸리’를 파는 곳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튀김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까쵸리는 북인도 음식이다. 녹두가루 반죽 속에 감자와 양파, 카레 등을 넣고 튀긴 것인데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까쵸리와 비슷하지만 모양이 세모 모양인 것은 “싸모사”라고 불린다. 평소 나는 낯선 음식을 선뜻 시도하지 않는 편이다. 까쵸리와 싸모사는 왠지 내 스타일이 아닐 것 같아 먹어보지 않았었다. 그들은 세 개를 골라 계산하더니 그중 하나를 내게 건넸다.
“오? 생각보다 맛있네요”
셋 다 꽤나 만족스럽게 간식을 해치웠다.
다시 성에 도착하니 저먼 베이커리에 한국인 여자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셋은 성 위로 야경을 보러 간다고 했다. 그들은 내게 함께 가자고 했지만 오드리와 저녁 약속이 있어 그럴 수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그들에게 카카오톡 아이디를 물어보았다. 여자분은 어쩌고 저쩌고 무슨 일이 있어서 카카오톡을 못 쓴다고 설명했는데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그분의 아이디는 별로 궁금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S는 호주에서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다행히 J는 휴대폰도 있고 카카오톡 아이디도 알려주었다. 하지만 유심칩을 사지 않아서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연락이 가능한데, 지금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다고 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우리는 헤어졌다. 손톱깎이는 어떻게 빌려야 할지 잠시 고민했으나 ‘만날 사람이면 만나겠지.’라고 생각하며 오드리와의 약속 장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