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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온 Apr 22. 2021

마사지가 단돈 만원이라고?

오드리와 성 안의 아유르베다 마사지샵 앞에서 6시에 만나기로 했었다. 인도를 여행하는 동안 시계를 보거나 사진을 찍는 것 외에는 휴대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휴대폰 번호를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서로 연락할 방법도 없이 '몇 시에 어디서'만 정하고 만나는 것, 아날로그 시대의 만남 같아서 좋았다. 약속대로 우리는 둘 다 그 시간 그곳에서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배가 부르면 누워서 마사지를 받기 불편할 것 같아서 마사지를 먼저 받기로 했다. 혹시나 손님이 있어 바로 마사지를 받지 못하더라도 저녁 이후 시간으로 예약을 하고 갈 요량이었다. 


평소 관심 있는 것이 생기면 그 유래까지 찾아봐야 하는 성격이라(초콜릿과 아이스크림을 좋아해 이들의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 찾아본 적도 있다.) 아유르베다에 대해서도 찾아봤다. 산스크리트어로 아유(Ayu)는 'life'를 의미하고, 베다(Veda)는 'knowledge'라는 뜻이다. 고대 성인에 의해 창시되었다는 인도 전통의학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치료법으로 기록되고 있다고 한다. 4500년 전의 수술도 기록되어 있고 이 지식들이 티베트, 중국, 페르시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으로 전파되어 영향을 주었다고 전해진다. 


아유르베다에서 말하는 건강은 '균형'이다.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신체적, 정신적, 영적인 기운의 상호 균형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균형이 깨졌을 때 질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아유르베다 요법사들은 환자에게 이런 질문도 한다고 한다. ‘당신이 인생을 사는 목적은 무엇입니까?’,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까?’, ‘당신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인생이지만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 보니 어쩌면 병은 정말 정신과 마음에서부터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렸다가 진찰은 30초 만에 끝나고, 이내 처방전과 영수증을 손에 들고 나오곤 한다. 그럴 때면 늘 ‘내가 이러려고 한 시간을 기다렸나…….’하는 생각을 하는데, 제대로 된 아유르베다 치료를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아유르베다는 명상과 요가를 통해 정신을 수련하고 허브로 만든 약, 식이요법과 오일 마사지 등을 통해 인체의 균형을 되찾는 치료를 한다고 한다.


이 날 오드리와 나는 아유르베다 허브로 만든 오일로 마사지를 받으러 간 것이다. 마사지 샵에 들어서자 허브 향이 가득했다. 평소에도 허브향을 좋아하는데 은은한 향과 노란 조명 아래 벌써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방 안은 온통 짙은 주황색 천이 둘러져 있었는데 따뜻한 그 색감 역시 마음을 진정시키는 듯했다. 마침 손님이 없어 우리는 바로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방 안에는 침대가 두 개 놓여 있었고 우리는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누웠다. 물론 시설이 아주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마사지사의 노련한 손길에 몸이 조금씩 풀어지고 있었다. 


왜 마사지를 받는 동안의 시간은 더 빨리 흐르는 걸까? 한 시간 가량의 마사지는 금세 끝이 났다. 압을 거의 주지 않고 부드럽게 하는 마사지였다. 평소 압이 센 마사지를 선호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가격은 한화로 하면 만원 정도였다. 한 시간 마사지에 만원이라니 가격만으로도 이미 마음을 치료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사지를 받은 후 마사지사님과 함께 기념으로 셀카를 찍었다. 이 시절의 나는 셀카로 기록을 남기는 것에 아주 푹 빠져있었다. 덕분에 인도 여행 사진 폴더에는 여행을 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곳곳에서 찍은 셀카가 가득하다. 마사지사의 이름은 묻지 않았지만, 미소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인도인들과 셀카를 찍다 보면, 인도인들의 얼굴이 아주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 가서 얼굴이 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없었는데 인도인들 옆에 있으면 나는 늘 얼큰이가 되었다.  


마사지샵에서 나온 오드리와 나는 여행 가이드 북에서 본 티베트 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티베트 만두는 '모모'라고 불리는데 모모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책에서 엄청나게 맛있는 집이라고 해서 기대를 하고 갔다. 모모를 맛 본 나는 오히려 한국 만두가 그리워졌다.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 그렇지 모모가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식상하지 않은 메뉴로 한 끼 먹은 것으로 만족했다. 후에 두 번째 인도 여행을 하며 레에서 찾은 티베트 식당의 모모는 한국 만두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다. 오드리와 나는 이 날도 역시 잘 자라는 인사와 함께 "See you"라고 말하며 헤어졌다.


루나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자는 첫날밤이었다. 전에 한번 말했듯이 루나의 숙소는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아서 씻기 전에 루나가 끓인 물을 담은 양동이를 가져다주었다. 그러면 찬물을 받아서 끓인 물과 섞어가며 씻는 것이다.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물 온도와 수압 조절이 안 되는 곳보다 차라리 내가 찬물을 섞어가며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 바가지로 퍼서 몸에 부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묵게 된 방에는 왠지 모르게 알라딘이 생각나는 핫핑크 커튼이 달려있었는데, 그 사이로 보이는 진한 보랏빛 하늘이 너무 예쁜 밤이었다. 예쁜 밤하늘을 한참이나 구경하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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