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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금태 Mar 09. 2021

끄적끄적_감자칩에 대한 단상

내가 스페인에 있을 때 제일 즐겨 먹었던 것은 다름 아닌 감자칩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페인은 감자가 무척 맛있는 곳이다.

생감자를 얇게 썰어 올리브유에 튀긴 감자칩은 여기서는 경험하지 못한 바삭한 식감을 전해준다. 특히 소금을 뿌리지 않은 감자칩이 주는 심심한 담백함은 묘한 중독성을 지녔다.

패키지로 주로 사용되는 누런 봉투는, 어린 시절 아빠 월급날에만 먹었다고 구전되는 전기 통닭의 향수도 살짝 자극하며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런 패키지에 감자칩은 스페인 내 다양한 회사에서 출시되며, 가격 또한 300g 대용량에 '2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어 저렴하다. 물론 현지에서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깡통에 든 감자칩 같은 비싼 제품도 있기는 하다.

올리브유에 튀긴 감자라 하니 자칫 살이 찔 염려도 드나, 걱정 마시라. 스페인의 뜨거운 열정으로 흡수한 감자칩 칼로리는 금세 사라질 테니. 상상 속, 입맛을 다시다 보니 순간 귓가에 바삭바삭 소리가 들리는 착각이 든다. 문득 이 심심한 맛의 감자칩이 그리워지는 오후다.


소란스러운 시기가 빨리 지나가고, 다시 우리가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보통의 날이 오길 바란다.


덧, 스페인 하면 떠오르는 앨범.


1)  Michel Camilo, Tomatito - [Spain] (1999년)

_ 재즈 피아노 연주자 미셀 카밀로와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토마티토, 서로 다른 음악적 기반을 둔 두 거장의 만남이 만들어낸 명반이다. 이 앨범으로 이들은 2000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라틴재즈 앨범을 수상했다.

재즈를 바탕으로 한 미셀 카밀로의 건반 위로 조화를 이루는 상큼하며 멜로디 넘치는 토마티토의 플라멩코 기타 연주가 인상 깊다.

이 듀오만의 스타일로 커버한 칙 코리아의 <Spain>과 라틴재즈의 매력을 듬뿍 담은 <Besame Mucho>는 앨범의 하이라이트다. 미셀 카밀로와 토마티토 듀오는 이후 2006년 [Spain Again]과 2016년 [Spain Forever]를 발표하며 스페인 3부작을 완성한다.


2)  Miles Davis – [Sketches Of Spain] (1960년)

_ 난 마일스의 고독하고 쓸쓸한 뮤트 트럼펫 소리를 좋아한다. 그의 연주를 듣고 있으면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남은 ‘섬’이 된 기분이 느껴진다. 외딴섬이 된 기분이 그리 나쁘지도 않다. 굳이 집단에 속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생각하기에… 가끔 혼자가 되고 싶은 날은 마일스의 앨범을 찾아 듣는다.

이 앨범은 단순히 타이틀에 스페인이 들어간단 이유로 스페인에서 즐겨 들었다. 로드리고의 기타와 관현악을 위한 <Concierto De Aranjues>를 듣고 얻은 영감에서 시작된 앨범으로 모달 재즈의 지평을 열었단 평을 듣는다. 앨범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길 에반스의 오케스트라적 편곡이 살아 숨 쉬는 재즈 명작이다.

앨범 커버를 장식하는 강렬한 색채와 같은 이국적인 매력과 쓸쓸함을 이 앨범을 통해 느낄 수 있다.


3)  Julio Iglesias – [Hey!] (1980년)

_ 여러분들은 스페인 뮤지션 하면 누가 먼저 딱 떠오르는가? 개인적으로 난 훌리오 이글레시아스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를 통해 라틴 팝을 배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아들 엔리케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뮤지션으로 활동했지만, 사실 아버지만 못하다.

1980년 데뷔작 [Hey!]는 스페인어와 영어가 적절히 사용된 앨범으로 본 작을 통해 훌리오는 전 세계적으로 그의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앨범의 타이틀 <Hey>는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곡이다. 심적으로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밤에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앨범으로 추천한다.

여담이지만 훌리오는 레알 마드리드 제휴 클럽 플루스 울트라 소속 골키퍼로 활약한 독특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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