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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엽서 안에 들어가다.

여행 9일차_알프스의 예쁜 작은 마을들을 돌아보다.

by 하이디


인터라켄에 도착하자마자 스위스 일정을 하루 늘렸다. 3박만 하고 스트라스부르로 이동할 예정이었지만, 도착 한 시간만에 그 어느 곳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 같아 스트라스부르를 과감히 포기했다. 하루를 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에 한결 여유가 생겼다.



수시로 날씨가 바뀌는 스위스 산악지대에서는 웹켐으로 실시간 날씨를 확인하며 움직여야 했다. 특히 제일 높은 봉우리인 융프라우요흐는 융프라우 VIP 패스로도 단 한번밖에 올라갈 수 없어 웹켐으로 지켜보다가 날씨가 가장 좋을 때 얼른 올라가야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날씨가 잔뜩 흐려있었다. 혹시나 하고 웹켐으로 확인한 융프라우요흐의 날씨는 역시나 구름이 잔뜩 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융프라우는 안될 것 같아 뮤렌으로 향했다. 인터라켄 오스트역에서 융프라우 VIP 패스 3일권을 끊고 라우터부르넨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역시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너무나도 멋졌다.



라우터부르넨에서 곤돌라를 타고 그러취알프로 간 후 다시 산악열차를 타고 뮤렌에 도착했다. 알프스의 봉우리들로 둘러쌓인 조용하고 깨끗하고 소박한 느낌의 뮤렌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이런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아무 걱정도 없고 욕심도 없고 항상 마음이 편안할 것 같았다. 아마도 스위스에서 처음 와본 산악마을이라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은데, 이 정도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알게 되었다. 마을을 한바퀴 천천히 돌아보고 젊은 여행객들의 사진명소라는 통나무를 찾아가서 아이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알프스의 첫번째 마을 뮤렌을 눈과 마음에 담고 다시 라우터부르넨으로 갔다.



라우터부르넨은 뮤렌보다는 조금 더 큰 마을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역에서 내리니 제일 먼저 폭포가 보였다. 산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와 스위스 전통 주택의 지붕이 한데 어우러지진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마을을 돌다보니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곳이 보였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은 대부분 사진 명소, 역시나 그곳에서 줄 서서 찍은 사진들이 모두 예술이었다. 어느 곳에 대고 셔터를 눌러도 모두 다 그림엽서가 되었고, 그 안에 내가 들어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을 카메라에 그대로 담을 수 없는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중간중간 웹켐으로 융프라우요흐의 날씨를 확인했지만 여전히 그곳은 구름이 걷히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아니구나 싶어 융프라우는 다른 날로 미루고, 오후에는 튠호수에 유람선을 타러갔다. 유람선을 타고 둘러보는 풍경도 아름다웠다. 눈에만 담기에 아까워서 사진을 찍으면 역시나 사진이 그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인터라켄 웨스트에서 출발해서 튠호수를 한바퀴 돌고 다시 인터라켄 웨스트로 돌아오는 경로였지만, 우리는 중간에 슈피츠에서 내렸다. 슈피츠는 뮤렌이나 라우터부르넨 같은 산악마을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마을 언덕위에 교회가 있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호수를 보며 여유롭게 앉아있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나도 그 안에 들어가 그들과 함께 하고 싶을만큼 좋아 보였다.



슈피츠에서 기차를 타고 다시 인터라켄으로 돌아와 인터라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하더쿨룸으로 올라갔다. 관광지에 가면 거의 빼놓지 않고 하는 일이 전망대에 올라가 시내를 내려다보는 건데, 여기는 보이는 풍경이 다른 곳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하더쿨룸의 높이도 다른 전망대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높고, 이름 그대로 'inter(사이) laken(호수)'은 두 호수 사이에 끼어있어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너무나도 멋있었다.



아침에는 잔뜩 흐렸던 날씨가 차츰 개이면서 날씨까지 우리를 도와줘 하루종일 눈호강을 제대로 했다. 딸내미도 나도 눈에 담기에도 아까운 스위스의 풍경 앞에서는 티격태격하던 것도 모두 잊어버리고 연신 감탄사를 주고 받았다. 눈 앞에 펼쳐진 대자연의 멋진 풍경을 딸내미와 함께 보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너무나 감격스럽고 행복하게 느껴졌다.


너무나 기대했던 스위스에서, 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감동을 받은 하루였다. 이 여행을 오기를 정말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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