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8일차_딸내미와 함께 한 18일간의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
서울로 돌아가는 날이다. 18일이라는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가 버렸다. 이제 좀 여행에 적응이 되어서 할 만하다 싶은데 벌써 끝난다니 무척 아쉽다. 아침에 일어나 짐을 다시 쌌다. 햇반이 빠진 자리에 젤리를 잔뜩 채우고도 자리가 부족해 결국 짐가방을 하나 더 만들었다.
비행기 시간이 오후 늦게라서 호텔에 짐을 맡기고 마리엔광장으로 갔다. 뮌헨에 있는동안 지겨울 정도로 많이 갔었던 마리엔 광장인데도 이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아쉬웠다. 광장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사람들이 많았다. 버스킹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사람도 있었고, 행위예술가인지 온몸에 석회를 칠하고 마치 동상처럼 앉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한 중년 남자가 있었는데 노래실력은 그닥 좋지 않았지만, 정말 흥겹게 열심히 불렀다. 그 모습이 보기좋아 기타 케이스에 2유로짜리 동전을 내려놓았다. 동전을 놓으면서 보니 주로 50페니나 20페니짜리 동전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분은 웬 돈 많은(?) 여행객의 통큰 호의에 흥이 오르는지 나에게 미소지으며 더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역시나 실력은 별로였다. 딸내미는 나에게 왜 돈을 그렇게 물 쓰듯 쓰냐고 장난섞인 핀잔을 주었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좋은 추억을 안고 떠나는 뮌헨에 대한 내 마음의 표시였다고나 할까.(꼴랑 2유로에 너무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였다.)
8월에 출산 예정인 조카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갔다. 독일에서는 나무로 만든 장난감이 좋다고 해서 큰 아이 어렸을때도 몇 개 사준 적이 있었다. 장난감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서 고르기가 힘들었지만, 아기가 가장 빨리 쓸 수 있는 딸랑이 세트를 샀다. 첫 조카가 태어나서 신기해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그 조카가 아기를 낳는다니 세월 참 빠르다.
뮌헨을 떠나면서 제일 아쉬운 것이 하나는 빵, 또 하나는 젤라또 아이스크림이다. 아침마다 숙소 근처 빵집에서 사다먹은 빵들은 하나같이 너무 맛있었다. 빵에다가 뭘 넣은건지, 모양은 우리나라 빵과 비슷한데 맛은 훨씬 좋았다. 원래 빵을 좋아하는 나도, 빵을 크게 좋아하지 않는 딸내미도 둘다 독일빵에는 엄지척, 그 맛에 푹 빠져버렸다.
마리엔 광장에서 마지막으로 젤라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었다. 뮌헨에 있는동안 1일 1아이스크림은, 1일 1맥주(나에게만)와 함께 우리의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광장을 돌아다니면 왠지 재미가 두배, 자유로움이 두배가 되는 기분이었다. 마지막 아이스크림을 천천히 아껴서 먹었다.
숙소에 맡겨놓은 짐을 찾아 뮌헨 공항으로 갔다. 시간이 좀 이르긴 했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을지 몰라 일찌감치 출발했다. TEX REFUND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잠시 문제가 생겨 예상보다 시간을 많이 지체했지만, 다행히도 어떤 한국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수속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말이 통하는 사람의 도움이 얼마나 속 시원하고 고맙던지,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다시 마주친 아주머니에게 또한번 감사인사를 드렸다.
탑승을 기다리는 동안 뮌헨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공항이라서 그런지 값은 엄청 비쌌지만, 언제 또 먹을 수 있을지 모를 독일의 브레첼과 소세지를 마지막으로 먹었다. 역시나 맛있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담백하고 짭짤한 브레첼의 맛이 제일 그리울 것 같다.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 우리는 그렇게 뮌헨을 떠났다. 츄스~ 뮌헨! 아우프비더젠~ 독일!
경유지인 암스테르담까지 1시간 반 비행에 이어, 지루했지만 기내식 비빔밥 덕분에 그런대로 참을만 했던 11시간 비행을 거쳐 드디어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밖으로 나오는데 후텁지근한 공기가 훅 밀려들었다. 딸내미와 함께 했던 18일간의 여행이 무사히 끝났다.
바이~ 나의 여행! 어게인~ 나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