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창호 Nov 08. 2021

다시 첫눈을 기다려 본다.

“마법처럼 느껴졌어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다들 펄쩍펄쩍 뛰며 소리를 지르고 어린애들처럼 춤을 추었죠.”

“강의시간 중에 밖으로 뛰어나간 사람들도 있었어요.”

“우리들 중엔 아이스크림인 줄 맛을 보려고 했던 사람들도 있었죠.”


세상에 그 무엇이 이렇게 우리들 마음을 설레게 만들 수 있을까? 바로 첫눈이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본 눈이라면 진정 그럴 수 있다.

아세안 청년지인들이 학교 기숙사에서 맞았던 2007년의 첫눈..15년쯤 시간이 지나도 첫눈 추억얘기에는 다들 하트 뿅뿅이다.

우리나라에 유학을 와서 생전 눈을 처음 접했던 아세안 국가의 청년 지인들에게 첫눈 얘기를 꺼내니, 길게는 15년쯤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들 하트 뿅뿅이다. 설렘으로 첫눈을 맞았던 그때의 기억을 뚜렷하게 간직하고들 있다.


우리에게도 첫눈은 원래 설렘이었다. 첫눈은 보통은 다시 만날 약속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계절을 하나 둘 보내며 그 약속을 기다렸던 간절한 마음들이 시와 동화와 아이돌의 노래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 노란색 털장갑에 두근거림을 쥐고서, 

아직도 가을색이 남아 있는 작은 공원이면 좋겠다.. “


“우리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제목의 오래된 詩의 한 대목이다. ‘노란색 털장갑’에 ‘작은 공원’이란 단어만으로도 모두의 심장이 두근거렸던 시절이 있었다. 


겨울의 시작이라는 입동이 막 지났지만 올해의 첫눈 소식은 아직이다. 요즘도 “첫눈이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들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혹시들 만난다 해도 '작은 공원'에서는 아닐 듯싶다. 뭐가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바꿔 놓은 걸까?  뭔가 예전보다는 많이 건조해졌고 무덤덤해졌다.


그래도, 누군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 다면 누군가는 마법처럼 느끼며 어린아이처럼 좋아해 줬던 그런 첫눈이 더는 이 세상에 내리지 않을 듯하다. 그래서, 올해는 모처럼 첫눈을 다시 한번 기다려 보려고 한다. 


언제쯤 올까? 

아직 예보는 없지만, 마음 한편에는 첫눈이 벌써 내리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오징어 게임' 봤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