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말고 입양하세요
로빈이는 남편과 결혼을 결정하며 데려온 친구다. 로빈이와의 첫 만남은 인천의 한 유기견 보호소에서다. 서울과 인천 여러 곳의 보호소를 다니던 중 우리와 인연이 닿은 친구. 처음엔 하얗고 작은 말티즈를 키우고 싶었다. 그런 강아지만 지금껏 키워왔기에 '강아지'라고 하면 그 이미지가 익숙했다. 검정 강아지를 키워본 건 처음이다. 사실 처음엔 낯선 마음이 들었지만 남편이 먼저 제안하여 나도 결정에 응하게 됐다.
첫 만남의 로빈은 무척 말라있었다. 겁은 또 어찌나 많은지 사람 손길 닿는 걸 무서워했다. 아무리 불러도 도망가기 바빴고 간식 앞에서도 경계하는 눈빛이 강했다. 우리에게 마음은 잘 열어줄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고 3번째 보러 간 날 계약서 작성 후 집에 데려오게 되었다.
보호소에 있는 강아지들은 다 사랑스럽고 짠하고 가여웠다. 모두들 다양한 표정으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건강하고 예쁜 강아지는 입양이 잘 되지만 나이 들고 병든 강아지는 입양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강아지들은 일정 기간 후 안락사 되곤 한다. 내 주변 누군가 강아지 키우길 원한다면 강아지 입양을 추천하고 싶다. 펫샵에서 작고 예쁜 강아지를 살 수도 있겠지만 펫샵의 불편한 진실(철장 속 불법 임신 출산, 젖도 다 떼지않을 채로 데려와 건강 이상 등)을 알면 여러모로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을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원래의 이름은 조이였다. 전 주인은 중국인이었다고 한다. 조이와 희망이. 비슷하게 생긴 두 강아지를 키우던 사람이었고 어떤 연유로 강아지들을 여기에 데려왔는지는 알 수 없다. 주인과 떨어져 보호소까지 오게 된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여기 있을까. 로빈이 라는 이름을 미리 생각해둔 뒤 그를 집으로 데려가는 날 괜히 희망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함께 들어온 친구를 우리가 데려가는 게 마음에 걸려 따로 희망이 간식도 챙겨갔었다. 미안해 희망아. 로빈이는 우리가 데려갈게. 너도 어서 좋은 주인 만나길 바랄게..
로빈이와의 첫날밤.
바로 집으로 데려가면 낯설어할 것 같아 산책을 시작했다. 동네 놀이터를 한 바퀴 돌며 조금이라도 마음의 경계를 풀어주길 바랐다. 축 처진 꼬리. 작은 유리관 안에서 나오니 기뻐하는 것도 있었지만 아직은 조금 불안해하는 기색이다.
막상 집에 와서는 새 주인이란 걸 직감한 걸까. 혹은 자기를 버리지 말고 키워달라는 생존적 애교였을까.
자려고 누우니 침대에 뛰어들어와 내 목덜미에 얼굴을 쓱 파묻는 게 아닌가. 아... 마음이 사르르륵 녹던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의 첫날밤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