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새 Sep 25. 2022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는 방법

K-장녀라서 억울한 줄 알았지

K-장녀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살아온 나는 부모님을 많이 원망한 적이 많았다. 어렸을 적부터 욕심이 많았던 나는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반면 우리 부모님 (특히 엄마)는 현실에 순응하면 사는 타입이었다.


6~7살쯤이었나, 어느 날 TV에 피아니스트가 공연하는 모습이 나왔는데, 드레스를 입은 피아니스트가 공주님 같고 참 예뻐 보였다. “엄마 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라는 말에 “음악 하는 사람은 너무 비리가 많아”라고 얘기했다. “비리가 뭐야?”라는 나의 물음에 엄마는 ‘그냥 나쁜 거’라고 했다. 그렇게 엄마는 내가 ‘우리와 다른 세상’을 꿈꿀 때마다 ‘나쁜 거’라고 얘기했다.


학창 시절에도 좋은 학원을 다니고 싶고, 무언가를 배우고 싶다고 할 때마다 엄마는 못하게 했다. 내가 그걸 왜 하고 싶은지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안된다고만 했다. “너는 왜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니”라고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빠의 성격을 많이 닮은 것이었다. 그 시절 아빠는 주 6일 일만 하고 집안일은 하나도 신경 안 쓰는 전형적인 옛날 아빠였다. 아빠와 무언가 유대감을 쌓았더라면 좀 더 안정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한참 동안 부모님을 원망하곤 했다. 우리 집은 그렇게 못 사는 것도 아니었다.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나름대로 잘 살았다. 친구들은 부모님이 뭘 못 시켜서 안달인데, 우리 부모님은 자꾸 나의 가능성을 꺾기만 하는 것 같았다. 성인이 되어서 나가 하고 싶은 대로 많은 걸 할 수 있을 때, 나도 모르게 내 스스로의 한계를 한정지 어버리는 내 모습조차 부모님의 탓인 것 같았다.


최근에 유튜버 <이연>의 영상을 보았다. “나는 왜 엄마랑 이렇게도 다를까”라는 질문에 “너는 그냥 너인데, 아빠와 엄마의 몸을 통해 태어났을 뿐이야. 너는 너고 나는 나니까 다른 거야”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갑자기 무언가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렇지. 나는 나고 엄마는 엄마다. 엄마가 나를 키워주었고,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냥 다른 사람인 것이다. 엄마 입장에선 내 뱃속으로 낳았지만 너무 다른 성격을 가진 내가 이해가 안 되었나 보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려는 나의 성격이 문제가 있으면 덮고 싶어 하는 엄마의 성격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나의 인생을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그렇게 산 것이었다.




너는 너고 나는 나. 가장 가까운 가족 관계에서 이해의 시작은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남편에게도 나의 생각을 강요하지 말아야지. 내 아이에게도 나의 삶의 방식을 이해시키려 하지 말아야지. 다만 그냥 ‘나는 이래’라고 알려주기만 해야지.





이전 15화 잘 되는 사람들이 질투가 날 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