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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Sep 26. 2022

제너럴리스트가 살아남는 법

하고 싶은 일이 많은 나는 많은 것을 미루곤 했다. 한 가지 일을 100까지 해내기보단 100가지 일을 1씩 해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래서인지 회사도 제너럴리스트를 좋아하는 회사에 들어갔나 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이것저것 다 할 줄 알지만 뚜렷하게 뭔가 잘하는 게 없는 사람은 ‘쉽게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


요즘은 퍼스널 브랜딩이 대세다. 오프라인, 온라인 할 것 없이 나를 드러내야 ‘무언가가 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누구나 내 채널을 만들 수 있고, 내 공간을 꾸릴 수 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나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은 무언가 뒤쳐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가 요즘 그래서 조금 방황을 했었다.


나도 뚜렷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팔랑귀에 계획보단 실행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온라인 세상에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과 브런치 등 나를 드러낼 수 있는 채널을 일단 만들긴 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쉽게 권태기가 왔다. 흔히들 말하는 ‘블태기’, ‘인태기’ 등등이랄까.


딱히 무언가 해낸 것도 없는데,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시간과 에너지는 턱 없이 부족했다. 시간은 많았지만 에너지가 부족한 게 더 맞는 말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몰아치기 일쑤였고, 얼마 가지 못해 또 느슨해진 마음 상태로 포기하고 자괴감이 들고의 반복이었다.


하는 것도 없이 마음만 조급한 상태였고, 그 짜증은 내 가족에게로 온전히 돌아갔다. 정말 악순환이었다.




그러다가 <나를 내려놓으니 내가 좋아졌다>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목줄을 매고 채찍질을 하는 동기부여는 오래갈 수 없다’라는 말이 와닿았다. 나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지. 어느새 목표가 ‘나’를 앞서버린 상태는 아닌지.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렇다. 나는 슈퍼맨도 아니고 100이면 100을 다 잘할 수 없다. 아니 잘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냥 다 할 수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돈 많은 언니> 도 100만 구독자를 가지고 있지만, 유튜브 채널을 여러 번 실패했다고 한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시도하고 실패하고, 그중 소수만 존버에 살아남는다. 그 존버를 하는 힘은 ‘자기 긍정 감’을 가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글을 쓸 때 가장 몰입한다. 블로그에는 여전히 하루 2,000명의 방문자가 오고, 브런치에는 200여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작다면 작지만 내가 몇 백만 유튜버의 단 한 사람의 구독자이면서 그들의 이야기에 영감을 받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내 모든 것이 영감이 될 순 없겠지만 단 한 줄의 글이라도 누군가의 삶의 한 부분이면 그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을 것이다.




내가 잘 못하는 [계획]이란 존재를 버렸다. 그 자리에 [루틴]을 채웠다. 긍정 일기, 블로그 쓰기, 신문 읽기, 책 읽기, 운동하기라는 루틴을 채웠다. 어떤 루틴은 매일 하기로 마음먹었고, 어떤 루틴은 하루씩 빠뜨려도 신경 쓰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했다. 오히려 내려놓으니 루틴을 더 잘 지키더라.


제너럴리스트는 욕심이 많다. 그래서 자괴감과 번아웃에 빠지기도 참 쉽다. 하지만 그만큼 나를 쉽게 바로잡을 수 있기도 하다. 내가 스트레스받는 이유를 다른 좋은 것으로 대체하기만 해도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것을 더 잘 발견하고 집중할 수 있다. 나의 경우에는 계획에서 벗어났고, 그 자리를 루틴으로 채웠다. 단, 그것을 이루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스스로가 하루하루 루틴으로 성장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100이면 100에 모든 무게를 두지 말자. A는 10만큼, B는 50만큼, C는 -100만큼이어도 괜찮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의 비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제너럴리스트는 꽤 많은 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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