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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새 Sep 27. 2022

루틴이 깨졌다고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었다

루틴을 잘 지키려고 하지 않아야 루틴을 지킬 수 있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개운했다.

신문을 보고 일기도 쓰고 루틴을 해나갔다.

아이가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서 좋다고 생각했다.

아뿔싸. 뜨끈뜨끈 열이 38.5도.

어린이집은 절대 갈 수 없는 온도였다.


복직을 한 이후로 아이도 사회로 내보내게 되었다.

선택적으로 어린이집을 보낸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보냈다는 생각에 ’ 내보냈다 ‘라는 부담을 짊어지게 된 것 같다.

하원할 때가 아닌데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오면 두근두근. 심지어 최근에 로나로 나의 유행으로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아이가 열이 났다.


당연스럽게도 내 루틴은 깨졌다. 아침 시간의 운동은 할 수 없었고 근무시간도 조정해야 했다. 이전에는 이렇게 가끔 무너지는 루틴에 내가 무너지는 것 마냥 불안해했다. 아이가 아픈 건 누구의 탓도 아닌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괴로워했다.


하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남편이 선뜻 연차를 썼고, 덕분에 나는 근무를 잘했다. 재택근무였기 때문에 근무도 큰 무리가 없었는데 마침 친정엄마도 시간이 되었다. 심심했던 차에 놀러 온 친정엄마는 우리 부부의 부담감을 크게 덜어주었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남편과 나는 소주 한잔을 편하게 들이켰다.


루틴이 깨졌다고 해서 내 계획이 무너진 게 아니었다. 이 간단한 사실을 이전엔 굉장히 두렵게 여겼다. 마치 내가 정해놓은 루틴을 깨면 실패한 사람처럼 느끼곤 했다. 루틴의 본질을 까먹은 것이었다.




계획을 세우고 루틴을 만든다는 건 내 스스로를 성장하는 생활로 몰아넣는 행위다. 스스로와의 약속은 중요하고, 하루에 모든 계획을 실행하는 건 뿌듯하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계획 5개를 이룬 날, 4개의 계획을 완수했다고 해서 나는 실패한 사람일까?


단지 5개만큼 성장하고 싶었지만 4개 정도는 성장한 것뿐이다. 어제보다 성장한 나에 칭찬할 만하다. 5개의 계획이 조금 오늘은 무리였구나, 그걸로 되었다. 나는 4개나 이룬 사람이니까!


오늘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 아이가 아파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지만, 회사일을 펑크 낸 건 아니다. 블로그도 썼고 심지어 지금의 글도 쓰고 있다. 루틴이 깨져도 나는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오히려 난 오늘 에너지가 넘치고 즐겁다!




형식을 지키는 건 어디까지나 본질을 쉽게 컨트롤하기 위해서다. 형식에만 얽매이는 순간 쉽게 피로해진다. 오늘 하루도 정말 중요한 걸 깨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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