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새 Nov 18. 2021

지금의 20대에게 꼭 해주고 싶은 5가지 이야기

동생들 잘들어 언니가 딱 얘기해줄게

이제 갓 30이 되어 한 해가 지나간다. 생각해보면 20대 내내 “OO을 해야 할 때” “OO 하긴 너무 늦은 때”라는 가스 라이팅을 너무 많이 당한 것 같다. 백세 인생이라는 긴 세월을 감안하지 않아도 사실 20대는 너무도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다.


얼마 전 필라테스 선생님과 그런 얘기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척추와 골반이 틀어져있는데, 이미 우리는 노화가 오고 있는 시기라 교정은 안되고 더 심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운동과 관리일 뿐이라고. 그만큼 20대는 신체적으로는 골밀도를 최고로 찍는 시점이고, 가장 혈기왕성하다. 정신적으로는 성인이 되어 가장 자유로우면서도 세상을 살아가는 책임이란 걸 배우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우린 너무 많은 가스 라이팅을 당했다. 도대체 이때 못할 것은 무엇이며 굳이 틀속에 가두어 스펙과 취업에 목매달 것은 무엇인가. 줄 세우기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건 알지 않나? 그래서 한번 생각해보았다. 내가 나의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들.


그리고 지금의 20대에게 꼭 하고 싶은 말들.




1. 한심한 짓을 최대한 많이 해라(범죄만 말고)


밤새고 술 마시고 헌팅하고 미팅하고 게임하고 하루 종일 영상만보다 잠자고. 갑자기 훌쩍 여행을 떠나보기도 하고, 낯선 사람에게 말도 걸어보고, 누군가에게 돈도 빌려보고 이상한 곳에 투자도 해보고 돈도 잃어보고.


20대에는 범죄만 아니면 한심해 보이는 일들을 제일 많이 하면 좋겠다. 그리고는 나의 한심함을 끊임없이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20대는 자유가 가장 많은 시기이다. 필연적으로 자유의 한계가 어디인지 깨달아야 할 필요가 있다. 나의 한심함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알아야 어디까지가 나의 진정한 자유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 나의 흔적을 기록을 많이 남겨두어라


내 머릿속에서 ‘추억’ 이란 카테고리로 남는 건 극히 일부다.


즐거움, 행복함, 슬픔, 외로움, 고뇌, 아픔, 공허함 이 모든 종류의 감정은 나의 경험에서 나온다. 이 과정을 어떤 종류로라도 남겨놓길 바란다.


글, 사진, 동영상 등등 나의 젊음을 많이 많이 기록해놓길 바란다. 20대는 당연히 어설플 수밖에 없다. 한껏 꾸며댔던 20대 초반. 지금 사진 보면 머리스타일이나 화장이나 패션 아주 말도 못 하게 촌스럽고 과하고 난리도 아니다. 그때 당시의 내가 크게 고민했던 것들도 이제는 그저 지나가가는 ‘경험’과 ‘기억’ 정도로 남을 뿐이지 않나?


그 순간을 기록해둔다면 꽤나 많은 추억이 생긴다. 사람은 추억으로 먹고사는 동물인 것 같다. 왜 다들 앨범을 뒤적이고 추억여행을 떠나겠는가? 물론 요즘 20대는 나의 20대 때보다 브이로그나 블로그에 글을 써두는 것을 더욱 적극적으로 정말 잘하는 것 같다. 짜란다짜란다!! 더 그렇게 많이 나의 흔적을 세상에 남겨놓는 것. 그게 다 자산이더라.


요즘 아이패드 다꾸가 대세던데…?




3. 부모님에게 받을 수 있는 건 다 받아라


생각보다 부모님 중에 진정한 어른은 몇 없다.(내 엄마 아빠 포함) 생각해보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는 전쟁통에 자랐고, 우리 아빠 엄마 세대는 베이비붐+경제 급성장 시기에 자랐다. 정신적인 성장통은 당연히 무시되고 먹고살기 바쁜 시기였단 말이다. 어떤 작사가의 말대로 “애어른이 커서 어른애” 가 된 사람이 많단 말이다. 그 와중에 정말 잘 큰 어른도 있고, 그 어른이 나의 부모님이라면 정말 큰 행운을 만난 것이다.


여하튼 이런 부모님은 물질적/정신적 모든 걸 챙겨줄 수 없었던 부모님이 많다. 나의 경우에도 정신적인 부분을 많이 도움받지 못하고 자란 편이다. 분명 화목한 가정인데, 해달라는 건 그래도 다 하고 산 편인데도 “내 편” 이 되어주는 일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나의 사춘기에 이해와 공감보단, 장녀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역설적으로 누구보다도 모범생처럼 살았다. 하지 말라면 안 하고 하라는 건 열심히 했다. 근데 그래서 남는 게 뭐지…? 도대체 내가 누군지 모르겠더라. 20대 초반을 꽤나 방황한 편인데, 그제야 나를 조금 알겠더라고. 그때서야 나에 대해 부모님한테 말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거의 대부분은 이해받지 못했다.


그래서 난 물질적인 지원을 다 받기로 했다. 내가 하고 싶은걸 다 할 수 있도록. 내가 원하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그나마 그렇게 얻은 경험으로 부모님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님 세대는 내 세대에서 할 수 있는 고민을 안 해보고 자라서 나를 이해할 수 없는 거였다. (학업, 해외생활, 취업 등등)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모든 걸 다 해줄 수 있는 부모님은 없다. 그렇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도 세상엔 별로 없다. 독립적인 20대 좋다. 좋은데 요즘 세상은 경험이 자산이더라고. 혼자서 우왕좌왕하는 건 ‘시간의 기회비용’ 이 너무 많이 든다. 있는 거라도 좀 도움을 구하자. 물질적인 거든 정신적인 거든 상관없다.


엄마 아빠 도와주세요 나중에 잘할게요 그럼 된다.




4.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인 사람처럼 행동해라


제발 20대에는 ‘나’ 먼저 생각했으면 좋겠다. 남 눈치 보다가 남생각 하다가 나를 못 챙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30대가 되면 가족이든 회사든 원하지 않아도 남의 생각 먼저 해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20대만이라도 나 먼저 생각하자.


특히 20대의 연애. 제발 나 먼저 생각해라. 배려와 존중은 일단은 나를 챙기고 난 이후의 얘기다. 나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없는 상대방에 대한 그 모든 것들은 결국은 나를 내팽개쳐버리는 거다. 남이 없어도 살 수는 있지 않나? 내가 없으면 못살지 않나?


아, 물론 폭력과 폭언 등의 인류애의 저 끝 바닥의 것을 어긴 이기심은 제외다. 내가 말하는 이기심이란 범죄라는 너무나도 기본적인 단위를 떠나 평상 생활에서의 인간관계에 대한 것이다.


이기적으로 행동해서 친구와 연인을 잃었다? 그건 어차피 끝날 인연인 거다. 나 먼저 생각한다고 상대방이 섭섭해한다? 아니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너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나 없이는 못 살잖아.




5. 인간관계에서 거리두기는 필수다


이건 정말 나의 경험에서 우러난 찐 이야기다. 나는 전형적인 외향형의 ENFP인간으로 인간관계를 사랑했다. 사람을 만나야 에너지가 생기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근데 20대 때는 만나는 사람들의 환경이 정말 천차만별이다. 비슷한 동네에서 수능이란 같은 목표를 달려온 10대와 달리, 20대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환경이 다 다르다.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어도 톱니바퀴처럼 그 순간의 상황에 잘 맞을 뿐이지 진정으로 나와 통하는지는 나중에 지나 봐야 안다.


대학시절 나랑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한 친구가 있었다. 여러모로 생활도 다르고 생각도 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같이 뭔가를 하는 일이 생겼고, 취준생 기간을 비슷하게 보내고 비슷한 시기에 입사를 했다. 희한하게도 같이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 후로 내가 결혼을 하고 육아를 하더라도 가끔 안부만 묻더라도 희한하게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반면 억지로라도 만남을 이어오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서로 상황이 달라지고 이해할 수 없는 경험들이 쌓이며, 서로 토닥여주기보단 알 수 없는 감정의 골들이 생겼다. 주기적으로 만나서 반갑긴 했지만 다음 만남은 뭔가 부담이 생겼다. 그래서 이번 연말엔 용기 내어서 ‘난 이번에 빠질게’라고 말했다. 시간이 안되서가 아니라 그냥 빠진다고 했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아직 싱글인 친구들에게 육아맘 워킹맘이 되어버린 나는 관심사가 너무나도 달라서 지금은 내가 좀 불편하더라고.


물론 여전히 나는  친구들을 사랑한다. 단지 ‘만남이나 ‘연락 얽매이지 않는 친구’ 관계’를 사랑한다. 가족이나 연인도 마찬가지다. 형식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서로에 대한 마음의 본질은 사라진 채로 형식에만 집중하게 되고 결국은 서로 다칠 수밖에 업는 상황이 생긴다. 적절한 거리두기가 필수다.


우연히도 코로나19 확산이 물리적인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관계에 거리두기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안 맞는 남과의 시간을 보냈던가.


타인과의 물리적 정신적 거리두기는 나와 친해지는 데 꽤나 도움이 된다.




이제 갓 30대가 되었을 뿐이지만 이렇게나 후회와 느낀 점이 많다. 5가지 이야기는 모두 ‘나’를 위한 이야기다. 소중한 20대를 보내는 지금의 모두는 좀 더 나 위주로 살았으면 좋겠다




이전 20화 루틴이 깨졌다고 인생이 망하는 건 아니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