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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별점의 함정, 진짜 우리가 원하는 리뷰일까?

by 리틀 골드문트

왜 별점일까?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신성한 존재로 여겨졌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이 별은 '별점 리뷰'라는 형태로 새로운 권위를 얻었다.


동그라미도, 네모도 아닌 별 모양의 평점. 별점 시스템이 퍼지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1900년대 초, 프랑스에서 자동차 여행을 장려하기 위해 미슐랭 가이드북을 발행했고 1926년에는 식당 음식을 평가하는 별점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로써 별이 많을수록 더 높은 품질을 의미하는 개념이 생겨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다른 이야기로는 미국의 영화 비평가 아이린 타이러가 영화 리뷰에서 별점을 사용하면서 그것이 호텔, 제품 평가 등으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별점 시스템은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현대 사회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갖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2010년 배달의 민족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별점이 곧 매출'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고, 그 이후 본격적인 별점 리뷰 전쟁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시대는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밤 12시에 걸려 온 낯선 남자의 연락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카카오헤어샵' 서비스가 있었을 때, 동네에서 평점이 좋은 미용실을 예약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미용실에 도착해 보니 상황이 좋지 않았다. 손님을 무리해서 받았는지 미용 의자는 머리 하는 손님으로 모두 차 있었고, 대기 공간조차 만석이었다. 사장으로 보이는 남자와 직원들은 정신없이 손님들의 머리를 손질하느라 분주했고, 프런트에서 나를 맞이하고 안내하는 직원도 없었다. 그야말로 '도떼기시장'이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구석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알아서 앉았고, 예약 시간보다 30분 이상이 지나서야 머리를 할 수 있었다. 내 머리를 담당한 남자 사장은, 다른 손님들의 머리도 동시에 하느라 금방 자리를 비우기 일쑤였다. 바닥에는 잘린 머리카락 뭉치들이 나뒹굴었다. 서비스는 두말할 것도 없었고, 완성된 머리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온라인에서 댓글이나 리뷰를 잘 남기지 않지만, 그날만큼은 아쉬운 부분에 대해 카카오헤어샵에 리뷰를 남겼다. 그리고 그날 밤 12시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하고 받았더니, 그 전화는 바로 그 미용실 사장에게서 온 것이었다.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적인 내용은 그날 손님이 많아 정신이 없었고, 본인도 힘들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 리뷰를 삭제해 달라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사장은 비슷한 내용을 문자로 보냈다.


그 사장은 팔에 문신도 많고 덩치가 커서 인상이 좀 무서웠다. 그런 사람이 내 평점을 보고, 그것도 밤 12시에 전화와 문자를 하니, 당시에 나는 정말 무서웠다. 게다가 나는 그 동네 주민이었다. 별점 리뷰를 지우지 않으면 이미 내 개인정보를 알고 있는 그 사람이 혹시라도 보복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다음 날, 나는 카카오톡 고객센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왜 내 개인정보가 공유되는 건지 컴플레인했다. 고객센터로부터는, 이런 문제가 있어서 개선 중에 있다는 답변을 들었던 것 같다.


업체 마음은 이해하지만... 솔직한 질문도 리뷰도 힘든 소비자의 변

네이버스토어에서 독일산 영양제를 구매한 적이 있다. 그 스토어에서는 영양제를 독일에서 직접 배송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며칠 후 받은 택배에는 발송지 주소가 부산의 한 동네로 기재돼 있었다. 나는 판매 페이지의 Q&A란에 왜 영양제가 부산에서 온 건지 질문을 남겼다. 그날 업체에서 연락이 와서는, 물건을 부산으로 한 번에 받고 다시 보내는 방식이라고 설명하며, 그 질문을 삭제해 줄 수 없냐고 요청했다. 내가 질문을 남긴 Q&A에는 '별도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객님^^'이라는 답변이 달려 있었다.


그런가 하면, 이미 남긴 별점을 5점으로 바꿔달라는 업체도 있다. 최근 이사를 하면서 남편이 전문가 매칭 서비스 플랫폼을 통해 청소업체를 예약해 입주 청소를 맡긴 적이 있다. 이사 후 며칠 뒤, 주말에 차를 타고 가는데 그날 청소를 담당했던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다. 통화를 끝낸 남편에게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별점 4점을 줬더니 그 담당자가 전화해서는 회사에 고과평가가 있으니, 평점을 5점으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미 완료한 평점을 바꾸는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니,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는지 문자를 알려주겠단다. 주말에 전화를 걸어서 죄송하다고 하는 목소리를 수화기 너머로 들으니 기분이 편치 않았다. "그 사람도 회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고충이 많을 텐데 얼른 바꿔주자." "그래야지, 뭐."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별점

별점은 원래 소비자가 보다 나은 선택을 수 있도록 돕고, 업체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끔 하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시스템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별점 시스템은 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과 불편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플랫폼은 사용자 편의를 위해 별점 리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으로 물건이나 음식점 등을 노출한다. 따라서 같은 4점대라도 4.5점과 4.9점이 노출되는 순서가 다를 것이고, 같은 4.5점이어도 리뷰 수에 따라 노출 순서가 또 달라질 것이다. 이러다 보니 업체 입장에서는 리뷰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별점 경쟁이 심화하면서 별점 테러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음식점에 상식 밖의 요구사항을 해놓고 거절당하면 별점 테러를 하는 경우도 있고, 무고하게 별점 테러를 당한 업체가 폐업하는 사례도 있다. 심지어 경쟁업체들끼리 별점 테러를 하며 서로를 괴롭히는 일도 있다.


이렇다 보니, 플랫폼들은 별점 리뷰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그중 하나로, 구체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하여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의 경우 맛, 신선도, 유통기한과 같은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패션 아이템은 사이즈, 마감 처리, 무게감 등을 평가하게끔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달 사용 후기를 통해 초기 사용 만족도뿐만 아니라 장기 사용에 따른 제품의 장단점을 수집하여 보다 정확하고 공정한 평가 데이터가 쌓이게끔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별점은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 쿠팡에서 제품을 찾다 보면, 리뷰가 특정 양식으로 길게 작성된 평점들이 많다. SNS에서 자주 보던 'ChatGPT로 쿠팡 리뷰 써서 돈 벌기'와 같은 리뷰들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털린 내 개인정보로 문자를 보내오는 '쿠팡 파트너스 리뷰 알바 모집'을 떠올리다 보면, 이게 정말 진심 어린 리뷰인지 의심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세세하게 쓴 리뷰보다는, 리뷰 히스토리 뒤쪽에 숨어 있는 간단하게 3줄 정도로 쓴 자연스러운 리뷰가 더 믿음직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배달앱을 이용할 때도 나름의 습관이 생겼다. 별점을 일종의 1차 필터 역할로만 활용하는 것이다. 평점이 너무 낮거나 5점에 가까운 음식점은 우선 제외한다. 5점에 가까운 음식점은 오히려 리뷰 이벤트나 다른 밑작업(?)이 된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적당히 4점 초반에서 중반대의 음식점 중, 사람들의 리뷰를 꼼꼼히 읽어보고 결정을 내린다. 물론, 이렇게 해서 결과가 늘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평가 좋아하는 한국에서 이 별점이라는 잣대가 얼마나 필요 이상으로 자리매김했는지 느끼게 된다. 뭔가를 평가한다는 건, 평가하는 사람의 과거의 경험, 감정, 기대치가 다 섞여 있기 때문에 100% 객관적일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같은 미용실을 이용하더라도, 조용히 머리만 하고 싶은 사람과, 미용사와 수다를 떨면서 하고 싶은 사람이 느끼는 서비스의 기준치는 다를 것이다. 그리고, 사실 인간은 그다지 이성적이지 않다. 기분이 안 좋은 날 미용사와 말하는 게 귀찮고 짜증 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실수도 크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별은 아름답지만 죽은 행성일 뿐

같은 동네 음식점을 얘기하더라도, "나는 거기 별로던데" "그래? 난 거기 좋던데" 하고 의견이 갈리는 게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소문난 맛집이라기에 줄 서서 기다리고 먹어봤더니, 막상 우리 동네의 평범한 음식점보다 못했던 경우도 있다. 별은 그저 죽은 행성일 뿐이지만 빛난다는 이유로 추앙받는 것처럼, 우리가 평가하는 음식점이나 서비스도 그저 화려한 겉모습이나 높은 평점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각자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다른 평가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니까.


문득, 어린 시절 우리 가족 입맛에 맞아서 오랜 시간 동안 배달시켜 먹었던 동네 중국집의 포도알이 생각난다. 배달을 시킬 때마다 받은 보라색 포도알 스티커를 붙이며 언젠가 먹을 공짜 탕수육을 기다렸던. 전화를 걸면 "예, 복성각입니다"하는 주인 아저씨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고, 메뉴만 말하면 철가방 아저씨가 배달해 주었던. 별점이 아닌, 정으로 이어졌던 나만의 단골집.


사람들이 별점을 모든 것을 결정짓는 기준이 아닌, 그저 참고용으로만 활용했으면 좋겠다. 음식점이나 서비스는 한 번의 경험만으로 평가하기엔 복잡하고 다채롭다. 플랫폼도 별점 장난으로 억울한 업체가 나오지 않도록, 업체가 음식과 최소한의 서비스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리뷰 문화를 개선해 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는 배달의 민족인데, 어쩐지 별점의 민족으로 주객전도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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