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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서와 재무제표

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인다(5)

Intro | 기획서는 누가 쓰나?


취준생일 때는 선망의 부서 or 팀이 기획팀, 전략부서입니다. 사실 지원자들은 기획부서가 뭐하는지 어렴풋이 아는 게 정확한데, 우선은 희망부서로 경쟁률이 높습니다. ‘있어빌리티’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기획팀에 배치가 되면, 기획서를 쓸 일은 전혀 없습니다. 신입사원은 어느 부서나 초짜인지라, 잔심부름을 도맡게 마련입니다. 저랑 같은 해, ○○은행 전략기획부로 입사했던 대학 동기의 증언이 생생합니다.

“기획은 무슨… 나는 걸어 다니는 팩스와 복사기야~ 부장님이 시키시면, M&A 서류봉투 잘~알 전달하는… 택배기사도 아니고 원…”

갓 들어온 신입사원에게 큰 회사의 전략 방향을 맡길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연차가 올라가면 갈수록 월간 계획서, 분기 보고서, 연간 전략 수립 등 각종 기획서를 쓸 일이 많아집니다. 게다가 기획팀만 기획할까요? 아닙니다. 영업팀도, 마케팅팀도, 홍보팀도 모든 부서가 기획합니다. 직장인 누구나 쓰는 기획서, 재무제표를 알면 기획서 쓰기가 달라집니다.

Body I | 기획서는 어떻게 쓰고 있나?

막상 기획서를 쓰려고 하면 막막합니다. 목적, 취지, 기대효과로 쓸지, 기승전결, 3단 논법이 들어가야 하는지, SWOT 분석을 넣는지, 마는지….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결재권자가 오케이 하면 훌륭한 기획서죠. 뭐” 쿨 하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쓰다 보면 막히는 건 둘째 치고, 빈틈만 슝슝 느껴집니다. 기획서 쓰기를 어디서도 배울 수 없는 탓도 있습니다. 기획서는 어떻게 쓰고 있나요?


1. 보통 선배들 기획서를 베끼거나(부서나 팀에 보관 중인 기획서의 형식이나 내용을 참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 기획서 수준을 벗어나질 못합니다.

2. 외부의 잘된 기획서를 얻어다가 참조하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경쟁사나 선도기업의 자료를 Copy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3. 결국 완성시킨 기획서는 뜬구름 잡기, 또는 너무 프로페셔널한 논리로 무장한 겉멋만 잔뜩 든 거품 보고서가 됩니다. 기획서를 PPT 형식을 선호하는 이유는 화려한 그래픽 효과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베낀 형태보다 초보 기획서의 문제점은 바로 객관적인 자료 ‘숫자’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기획서의 본질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객관적인 근거입니다. 기획서 초보단계를 갓 떨쳐내면, 숫자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됩니다.

“이대리, 왜 당신 기획서에는 숫자가 없지?”

한참 서술식으로 이러저러한 내용을 장황하게 담았던, 3년 차 대리 기획서에 팀장이 일갈한 한 마디입니다. 기획서에 숫자를 잘 쓰지 못하는 이유는 우선 근본적으로 회사를 나타내는 숫자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각 부서, 직무단위로 일하다 보니, 전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품과 같이 한 파트만 담당하고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회사가 가진 자원(재원, 자산 등)이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도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아무리 회사 홈페이지의 회사소개서 코너를 봐도 그런 정보는 없습니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정도 출퇴근하다 보면, 본능적으로 최종 결론은 뜬금없이 매출 증가와 이익 증대로 마칩니다. 물론 이러저러한 논리와 이유, 외부에서 얻은 인구통계학적, 소비자 자료를 곳곳에 배치하지만, 기획 아이템이 어떻게 매출로 연결되는지 직관적으로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기획서는 시장과 외부환경은 그럴싸하게 묘사하나 여전히 우리 회사에 대한 정보는 부족합니다.

즉 대부분의 기획서의 논리는 딱 이렇습니다. 아이템이 좋으니, 매출이 오를 것이다.

기획 아이템 → 매출

이러이러한 사업 또는 아이템을 진행하면, 매출액 ○% 증가, 영업이익 ○% 증가를 기대한다는 식의 결론을 짓습니다. 보고서는 보고 받는 자 입장에서 보면 빈틈이 잘 보입니다. 기획서는 어떤 주제이든지, 회사의 경영활동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의사결정 문서입니다. 그러므로 기획서의 내용에는 보고받는 자와 보고하는 자가 주관적인 오해가 없는 내용이 기술되어야 합니다. “영업이 좋아질 것이다. 마케팅의 효과가 긍정적일 것이다.” 보다는 구체적인 숫자가 필요합니다. 또한 주관적인 해석이 높은 표현은 기획서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드립니다. 기획서는 주관적인 ‘형용사’를 쓰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럼 어떤 걸 써야 하냐고요? 숫자입니다.

Body II | 회계정보로 기획 인사이트 얻기


기획서의 첫 번째 조건은 숫자를 통한 객관적 방향성 제시입니다. “우리 회사가 어떤 상황이고, 얼마를 투자하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략의 이런 내용도 숫자를 넣어서 표현해 볼까요? “우리 회사가 전년 대비 매출액 15% 감소 추세입니다. 마케팅 비용 10억 원을 투자해 이번 신규 기획을 진행하면, 신규 고객 3% 증가를 이루어, 매출액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단지 한 줄의 보고 내용이지만, 이것으로도 충분히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유는 정도와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는 숫자를 넣었기 때문입니다. 마케팅 비용 10억을 투자할지 말지 결정짓는 건 회사의 전후 사정과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결과치를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15% 감소가 얼마 정도의 악영향인지, 3% 신규 고객 창출은 어떤 수준의 성과인지 명확히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이 훌륭해 보이는 기획도, 사실은 매우 뻔한 논리입니다.

기획 → 판매 증대 → 이익


회계를 조금 더 안다면, 풍부한 인사이트를 갖출 수 있습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기획서 쓰기를 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회계 지식인 수익과 비용 개념만 이해해도, 매출을 증대해서 이익을 더 낼 기획보다 비용을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인지 고려할 깜냥이 생깁니다.  

경영성과의 대표적인 지표 영업이익도 매출액 대비 비중을 따져보면 10% 전후에 남짓할 때가 많습니다. 100만 원 팔면 10만 원 이익인 셈이죠. 세금과 다른 소모 비용을 10% 줄이면, 100만 원을 새로 판 것과 동일한 효과가 생깁니다. 뭔가 더 규모를 늘리고, 확장하고, 좀 더 많은 소비자를 만드는 것만 기획의 정답이 아닙니다. 이익을 추구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최선의 선택이 기획입니다. 회계를 알면, 기획의 다양한 관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회계를 알면 기업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회계가 어떠한 기획 인사이트를 가져다 줄지 그림을 보면서, 생각해 봅시다. 상기 그림은 재무제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를 이어 놓은 표입니다. 여기서만도 기획할 때 고려할 7가지 포인트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손익계산서 상으로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관점이 가장 기본적인 기획서 작성 시 가져야 할 의문입니다. ①수익(매출)을 늘릴 수 없을까? ②비용을 줄일 수 없을까? 2가지 손익에 대한 기획은 손익계산서 상에서 여러 가지 부분을 구별해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비용과 이익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는 판매관리비를 줄일지, 매출원가를 줄일지에 대한 의사결정 효과는 매우 다릅니다.

출처 - 『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계학 입문』 著 이와타니 세이지, 譯 이진주, 지상사(2011)

2. 재무상태표 차원에서의 기획 포인트 5가지는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꽤 생각해 볼거리가 많다는 정도로 이해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①손익의 수준 개선 : 수익-비용을 차감하면 바로 이익입니다. 다만 그 이익을 내는데, 저 폭을 늘리는데 집중할지, 장기간으로 이익을 날 수 있는 구조를 짤지도 최소한 2가지 이상의 방향으로 고민할 수 있습니다.


②미래 비용 발생 원인 제거 : 매출을 내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자산은 당연히 노후화되거나 교체, 새로운 자산 투자가 필요합니다. 미리 미래 비용이 발생될 수 있는 자산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좋은 기획입니다.


③미래 수익 발생 요인 활용 : 2번과 비슷한 이야기인데 지금은 주력 제품에 밀려, 그다지 활용되지 못한 자산이지만 향후 가능성을 가진 자산 요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재발견한다는 측면에서 점검해 볼 부분입니다.


④현금흐름 강화 :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매출이 발생할 때 현금 회사가 빠르기만 해도 회사가 경영효율을 대단히 높일 수 있습니다. 돈이 잘 돌면, 운전자금 부담도 덜 수 있으며, 나갈 돈과 들어 올 돈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⑤자산의 수익성 향상 : 우리 팀의 사업에 필요한 자산이 회사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그 자산이 어떻게 어떤 사업에 쓰이는지 안다면 새로운 제안을 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창고로 쓰이고 있는 건물을 신규 사업장으로 바꾼다면, 새로운 창고 렌털 비용과 신규사업의 효과를 비교해서 회사에 제안할 수 있습니다.


Outro | 재무제표는 기획서의 기본∙기초자료


기업은 내부 직원에게 수시로 회사의 통계정보를 제공합니다. 마케팅 자료와 함께 경영 목표치를 제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서 쓰기 위해 재무회계 자료까지 읽으라는 건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를 낼 때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공개된 재무제표는 대내외적으로 객관적인 회사의 경영상태 또는 경영성과를 나타냅니다. 회계정보를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면, 매년 기획서를 쓸 때, 회사의 상태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기에 우리가 하는 경영활동의 방향점, 전략을 비춰본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손쉽게 짜낼 수 있습니다. 재무제표는 우선 기본적인 회사에 관련된 숫자를 모아 놓은 재무적 보고서입니다. 대내외로 공개된 자료라서 객관적인 근거자료로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회계정보인 재무제표는 기획서의 기본,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회계정보를 통해서 기획서의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문제는 회계정보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데 있습니다. 올해 기획은 이미 지난해 다 마쳤습니다. 10월쯤 되면 머리 쥐나는 시기가 돌아 옵니다. 그때 내년도 아이템 짜내느라 고생하지 말고, 회계공부로 슬슬해 두면 어떨까요? 안 보이던 기획 아이템이 눈에 띄일 것입니다.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FreeQr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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