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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이여, 회계하라

2016.3.22 매일경제 프리미엄 코너 기고글

[2016.3.22 매일경제 프리미엄 코너 기고글] - 제가 쓴 첫번째 기고글 제목이 이후 코너 명이 되었고, 지금도 꾸준히 연재되고 있습니다. [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


이태백은 익히 들어 뜻을 안다. 그런데 이구백(20대 90%가 백수), 인구론(인문계 90%가 논다), 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되리라)이라는 신조어는 가히 끔찍하다. IMF 직후 대학을 졸업한 나 역시 힘들게 취직했다. 하지만 요즘 청년들에 비하면 그나마 쉽게 자리 잡은 셈이다. ‘직딩’이 된 후에도 노력했다. 대단한 성공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직장생활 내내 ‘셀러턴트’였다. 새벽 영어학원을 끊고, 유명한 마케팅 강좌를 찾아 들었다. 상시 구조조정, 노동의 유연화… 이딴 사회적 압력 때문이다. 비능률적 자기계발을 10년간 해오다 최근에 찾은 게 하나 있다. 바로 ‘회계’다.

 회계? 돈 세는 거? 처음엔 전표 작성과 차변ㆍ대변 맞추는 방법 등 듣기만 해도 머리 아프다. 게다가 일상생활에 하등 도움이 될 거 같지 않다. 신입사원 때 반강제로 회계강좌를 듣고 나니 더더욱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이직ㆍ승진ㆍ재테크에 도움이 되는 지식이 회계며, 특히나 직장인에게 유용하다는 걸 깨달았다.


회계는 기업의 경영성과를 숫자로 표현한 약속이다. 회계로 재무제표 즉 기업의 재무정보를 만든다. 회계는 개인보다 조직에 필수적이며, 투명한 재무정보로 공개될 때 완성된다. 재무정보는 회사를 판단하는 객관적 자료다. 비교가능성, 정확성, 미래 예측성 등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회계의 작동원리를 알면, 추가로 뽑아 낼 수 있는 정보가 어마어마 하다. 매우 현실적인 회계가 필요한 순간 또는 이유 3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이직할 때다. 회사 홈페이지, 뉴스, 주변 사람, 헤드헌터, 심지어 실제 그 회사 다니는 지인까지 동원해도 부족한 게 새 직장의 속사정이다. 경력직으로 옮긴다는 건 인생결정 중 상위권에 든다. 이직으로 인한 월급 상승 분이 새 일터에서 적응하는 스트레스 비용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렇게 꼼꼼히, 신중히 살피지만, 옮길 때 회사 재무정보 즉 재무제표를 보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재무제표에 최대주주가 누구인지, 계열사는 있는지, 회사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무엇인지 등등 수많은 숫자와 정보가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둘째, 직급이 오를수록 몸값에 대한 당당함이 절실하다. 승진을 위해서 회사의 이익에 기여할 수 있는 업무능력은 경쟁력이다. 직무를 개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갖춰야 한다. 회사의 자원은 유한하다. 어떻게 효율적으로 투자할지 재무적 고려가 포함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능력 있는 조직원이 아닐까? 숫자에 강한 직장인은 상사를 설득할 수 있다. 반대로 회사가 어려울 때 내가 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월급만으로 여유로운 삶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대다수 직장인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재테크는 기본이다. “주식투자 생각해 본 적도 없어.” 거짓말이다. 직장인은 하루 종일 전념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 주식투자가 녹록하지 않다. 괜히 옆 팀 대리가 술자리에서 말한 거 샀다가 ‘폭망’하고 속앓이 하는 게 우리네 직장인이다. 실패 경험 때문에 애써 거리를 둘 뿐이다. 투기도 투자도 아닌 레저가 되어 버린 묻지마 투자. 재무정보, 회계를 안다면 유혹의 팔랑 귀에서 벗어나 장기투자자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 1,600만 직장인이 살고 있다. 일단 회사에 들어 온 이상 무한경쟁의 게임은 시작된다. 살아 남기 위해 모두가 외국어, 마케팅, 자기계발로 지쳐간다. 남들이 안 가진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자. 직장인이라면 기업 경영활동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회계는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수치를 항상 보여주고 있다. 직장인들이 의외로 숫자라는 이유로 중요한데도 잘 모른다. 직장인이 되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이 숫자들이 당신 옆에 있다. 이제라도 회계감각을 갖춘 고급진 1% 직장인이 되어보자. 직장인이여, 회계하라. 



글쓴이 소개- 숫자울렁증 재무제표 읽는 남자 저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094377  이미지 출처 - 상기 사용한 모든 이미지는 FreeQratio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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