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이별 뒤에 흐르는 것이 아니다.

#15. 눈과 눈물사이

눈물은 이별 뒤에 흐르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눈물은 사랑을 타고 이곳에서 저편으로 흐른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릴 때,

반가운 당신을 만났을 때,

눈물부터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못 견디게 외로운 날이면

아무 버스나 올라타

버스 맨 뒷좌석에 앉는다.


창문 쪽에 몸을 기대고

승차하는 어떤 이도

내 옆자리에 오지 않기를 바라며


나는 나를 떠난 사람들의 이름과

나에게 다가올 누군가의 이름을

하나씩 하나씩 입 밖으로 꺼내어본다.



누구의 떠나간 자리는 붉은 꽃이 피었고,

당신이 떠나간 자리엔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다.

화원과 폐허의 사이, 그 중간에서

나는 휘청거리며 길을 잃는다.


되뇌일 이름, 수많은 네 이름들의

자음마저 기억나지 않을 때,

턱 밑으로 주르르 눈물이 떨어진다.

떨어지다,흘러내리다,

마침내 출렁이는 이름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얼마나

빠져있는가를 알게 되는 순간은, 바로,

상대의 눈을 바라볼 때일 것이다.


나의 이름이 사라지고,

세상이 흩어지고,

오로지 그대의 눈동자만이 살아 움직일 때,

그 고요하게 일렁거리는 물가를 바라볼 때,

그로 인해 나 마저 넘실거릴 때,

우리는 비로소

사랑이 존재함을 믿는 것이다.


하늘이 부서지고 땅이 산산조각나도

이 호수 안에서 행복할 수 있겠다는 믿음,

우리는 그렇게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눈이라는 이름의 물'을

보게 되는 것일지 모른다.



물은 물을 만나 쉽게 흔들리고

비틀거리다가도

이내 곧 잔잔해진다.


물은 서로 공명(共鳴)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조그마한 상대의 손짓에도

파문이 일고,

지나가는 소리에도 몸살을 앓고,

쉽게 던진 돌에도

수십개의 나이테를 새긴다.


당신의 눈동자와

나의 눈동자가 만나던 날도 그랬다.

바람이 몹시 불었다,

뿌리채 흔들렸다.


그렇기에 "울지마라",는 말은

나의 웅덩이에서 물을 긷지 말라는

의미와 같다.


"눈물 흘리지 마라", 는 말은

내 물 위의 바람을 그쳐달라는 말과 같다.


눈, 이라는 물에서 쏟아내는 그리움으로

더이상 나를 아프게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나도 이미 울고 있다는 말과 같다.
그대 눈의 춤사위에 나 마저 무너져내릴 것 같다는 말과 같다.
사라질 것 같다는 말과 같다.


물은 이별 뒤에 흐르는 것이 아니다.

당신의 눈물은 사랑을 타고 이곳에서 저편으로 흐른다.


소중한 사람을 떠올릴 때,

반가운 당신을 만났을 때,

눈물부터 흐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의 물이 당신의 건너로 흐르는 것,

당신의 눈을 나의 눈과 바꾸는 것,

물과 물 사이의 감정, 혹은

눈과 눈을 가로질러 흐르는 노래,

아래로 혹은 위로만 흐르는 이 시차의 사랑, 그리고 시차의 기억.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을 때

난 당신의 눈 속의 물을 본다.


동공 안 가득히 고여있는 수줍음을 본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나의 수문을 연다.

활짝 열어 당신에게로 떠나 보낸다.


지금 막 내 코끝을 지나고 있는

한 줄기 당신,

혹은 이 눈이라는 이름의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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