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궁금한 신기하고 재밌는 중국이야기]
이대로 가을이 훌쩍 오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바람 속에 열기가 느껴지고
하늘에서 내려쬐는 햇볕에 눈살을 찌푸리게 되었다.
드디어
더위와 벌이는 한 판 승부의 계절,
여름이 온 것이다.
그리고 이 맘 때면,
자연스레 커지는 중국에 관한
호기심 하나!
그래서 준비했다.
여름만 되면 궁금해지는 알쏭달쏭 중국문화 시리즈!
중국인들은 왜 여름에
배를 내놓거나 웃통을 벗고 다니나요?"
여름철에 중국으로 한번이라도
휴가를 떠나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한 여름날
웃통을 벗거나
배를 훤히 내 놓은 채
길거리를 활보하는
아저씨들의 행렬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누구도 그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보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여름과, 중국이라는
두 단어를 듣자마자,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소위 말하는 "웃통 깐" 아저씨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리곤 묻는다.
왜, 중국인들은 여름에 그렇게
배를 내놓고 다니나요?
왜 웃통을 벗고 길거리를 활보하죠?
필자도 그러한 궁금증에
수많은 중국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공통적인 대답은 단 두 단어였다.
바로, "热(더위), 그리고 习惯(습관)".
굳이 따지자면, "습관"이고,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더우니까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우선 벗고 보자"는
심산에서라는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렇게,
한여름날, 자신의 상반신을 노출한 채
길거리나 공공장소를 활보하는 중장년층 남성들을
방예 膀爷[ bǎngyé ]라고 부른다.
중국의 네이버,
포털사이트 바이두 검색에 따르면,
"방예는 어떤 지역에서 여름날 자신의 신체를 내 놓은 채,
길거리를 활보하거나 활동하는 성인 남자를 이르는 해학적 호칭이다.
(물론 조롱의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
방(膀)은 상반신 노출의 상태를 의미하며
예(爷)는 그 행동을 하는 주체, 즉 안하무인한 사람
혹은 유유자적한 사람과 같다는 뜻을 포함한다.
'이들은 마치 아무 옷을 입지 않은 채
자랑스러워하는 황제의 모습을 연상케 하며,
그들은 자신의 노출상태를
근본적으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상의탈의는 "더위를 이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강구하고 학습된 방안이었을 뿐,
그 어떤 의도나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중국 신조어 규정에 따르면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상반신 노출, 배 노출, 그리고 짧은 반바지 착용"이다.)
지금 중국 시리즈에서 자주 언급했듯,
중국인들은 본래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개인의 미적기준과 기호가
외부적 기준이나 흐름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나라처럼 어떤 패션이 전국민적으로
유행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게다가 자신의 외모나, 주변 이미지에
더이상 크게 신경쓰지 않는
(혹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 나이가 된
서민 장년, 그리고 노년층들은
더더욱 자연스레
자신의 행위에 대해 크게 눈치보지 않게 된 것이다.
간혹, 30-40대의 젊은 층에서도
이런 차림을 한 남성을 목격할 수는 있지만,
고등교육을 받고, 현대의 문화적 혜택을 받은 세대일 수록
이러한 행위를 꺼려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베이징,상하이 등의 발전된 대도시가 아닌,
상대적으로 사회,경제적으로 낙후된 도시들을
여행하고 있다면,
이러한 방예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을 것!
즉, 타인의 시선의 족쇄에서 벗어나,
내가 편하고, 내가 즐겁고, 내가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제1의 가치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러한 중국인들의 기본적 사고방식에,
가장 직관적이고 손쉽고 빠른 더위해소의 방안이 더해져
중노년 남성들의
웃통을 벗는 "습관"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밥을 먹을 때도,
거리에서 카드놀이를 할 때도,
장사를 하며 손님을 맞이할 때도
심지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조차도
스스럼 없이 웃통을 벗곤 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웃통 벗음"은 행위를 넘어선
삶의 일부분이기 때문이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노출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자 할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실은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이러한 "노출"의 문화가
중국에서는 꽤나 "영광"스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 역사에서 "노출"은
아이러니하게도 "미담"과 함께
전래되어 온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유명 사상가 "노자"는
옷을 걸치지 않은 채 생활하였다고 한다.
그러한 모습이 "자연일치"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춘추전국 시대의 사상가 "묵자" 역시도
"절약"을 위해 옷 입는 것을 아까워 하였다고 하며,
중국의 유명 서예가 "왕희지" 또한
"벌거벗은 사위"로 유명한데,
그의 웃통벗은 모습이 장인어른의 환심을 사
미인의 아내를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온다.
중화인민공화국 지도자였던 마오저뚱 역시도
건국후, 부종통인 李宗仁을 만나러 갔을 때,
역시 웃통을 벗은 채였다고 한다.
당시 수영을 하다 뭍으로 올라오는 중이었던,
李宗仁에 대한 예를 갖춘 의도로 보인다.
이렇게 공공장소에서의 "공적노출"
그리고 사적장소에서 벌어지는 "사적노출"의 일례는
역사책에 모두 기록되지 않았을 뿐,
수없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일까.
오늘날 우리의 눈에
조금은 "비문명"적이고, 심지어 "몽매"해 보이는
그들의 이런 노출의 모습이
중국사회에서는 그다지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고,
그들 역시도 별다른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은듯 하다.
여름날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다보면,
웃통을 벗은 부모 혹은 할아버지와 함께
길거리를 누비는 웃통 벗은 유아와 소년들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웃통을 벗는 것은
이렇게 중국인들이 어려서 부모로부터 배우고,
또한 직접 몸으로 체득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더위탈출방법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길거리를 활보하는
방예 膀爷[ bǎngyé ] 들에게 있어서
웃통을 벗는 것이
그들의 삶이자,
역사이자,
간직하고 싶은 지혜인 이유다.
오늘의 지금 중국어
봐봐! 저 웃통벗고 다니는 아저씨들!
니칸칸!나셰방예먼
你看看!那些 膀爷们!
[ nǐ ][ kàn‧kan ][ bǎngyé ][ mé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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