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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그리드 Mar 25. 2022

대퇴사의 시대

장투하듯 삽니다 - 3

대퇴사의 시대(The Great Resignation)

대공황도 아니고, 대퇴사라니. 최근 들어 자주 보이는 용어다.

요지는 코로나 이후로 직장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거나, 일을 하던 사람들도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서 일을 그만두는 상황을 말한다.


점점 높은 임금,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직업을 찾아 떠나는 '구직자 우위의 시장'이 되었다고 한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실업률이 증가했던 것에 비하면 큰 변화다.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며 난리고, 어쩔 수 없이 임금 인상이라는 당근을 제공하면서 능력 있는 직원들을 유인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영업이익에 영향이 있을 거라며 경고 혹은 엄살(?)을 부리고 있다. 실적이 잘 나왔던 JP 모건이나, 회복하고 있던 디즈니의 주가가 갑자기 내려간 것은 고용자 수가 많은 기업이 흔들릴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 때문이다.


노조 친화적이지 않았던 미국 기업들도 바뀌는 추세다. 한국인들이 정말 사랑하는 브랜드이자 미국에서 고용한 노동자 수로는 상위권인 스타벅스에 노조가 생기고, 무노조 경영으로 유명했던 아마존도 노조 결성이 진행 중이며 테슬라 또한 머스크가 "노조 결정 투표하라"는 말을 하기도.



안티워크 운동

최근 미국과 중국에서는 퇴사 후 아예 일을 하지 않는 ‘안티 워크(Anti work, 반 노동)’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커뮤니티 레딧을 중심으로 안티워크 운동을 주장하는 회원들은 스스로를 '게으름뱅이(idler)’로 부른다. 일을 하지 않고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일은 하지 않아도 돈이 넘칠 만큼 풍요로워서가 아니라,일을 해봤자 행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져서라고 한다. 점점 소득의 격차는 커지고(특히, 밀레니얼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자산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부를 쫒기보다는 잘못된 상황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중국에는 '탕핑 세대'가 있다.  중국의 MZ세대는 일하기를 거부하고 ‘평평하게 드러누워 살자'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덜 풍요롭지만 단순하고 편하게 살자는 취지라고 한다. 이들이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미국의 안티워크운동의 이유와 같다.  


이걸 보면,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기가 찰 노릇일 것이다. 배가 불렀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들이 진짜 '일을 하기 싫어서' '노동의 가치를 하찮게 여겨서' 이런 삶을 선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이상은 일을 열심히 하면 부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 혹은 나의 능력을 발휘하여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에 아예 포기해버린 것이 아닐까. 물론, 소수의 운이 좋은 사람들은 앞서 말한 것들이 충족되는 직장에 다니며 열심히 성실하게 일한다.



왜 퇴사를 하는지에 대하여

얼마 전 퇴사를 선택한 새내기 자유인으로서, 미국의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미국의 통계 속 퇴사자들은 대부분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업이나 헬스케어, 물류업 등에 치중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떤 직종의 노동자든 간에 코로나 이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건 공통적인 것 같다. 그간 상상만 하던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업무 환경이 확산되고,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사이드잡 혹은 N잡이 거의 필수적인 것처럼 되었다.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들처럼 하나의 일을 수십 년 하다 보면, 인정받고 노후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기대는 깨진 지 오래다. 앞으로 10년 안에 정말 가상세계가 공존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일의 패러다임은 예측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그 와중에 연금은 나의 노후를 책임지지 못하고, 투자(특히 가상 자산)로 수십 년의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또래들의 성공사례가 등장하면서 노동시간=임금으로 환산하는 방식은 상대적 박탈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는 ‘나’를 땔감으로 태워 나타나는 번아웃으로부터 벗어나 살아갈 길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퇴사한 요즘애들

<요즘 애들>이라는 책은 "최고 학력을 쌓고 제일 많이 일하지만 가장 적게 버는 세대"라는 부제로 한 번에 요약된다. 분명 미국 작가가 쓴 책이지만, 미국의 상황과 한국의 상황이 닮은 구석이 있다. 부모 세대가 가르친 대로, 모두가 똑같이 대학에 가서 "네가 원하는 것을 하라"라는 메시지를 뼈에 새기며, 번듯한 직장에 취직(한국으로서는 대기업이나 공무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살았던 우리는 삶이 그렇게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괜찮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원하던 회사에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버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버틴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내 미래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부모 세대보다 부자가 될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역전의 기회는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곳을 바라봐야 한다.


미국의 지난 30년간 각 세대별 소득 차이 비교. 어린 세대는 더 가난해졌다.


회사에 소속된 구성원을 말 뿐인 '책임감' 만으로 붙잡아두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너를 믿는다"(그런데 결정권은 왜 저에게 하나도 없을까요?)
"당신 같은 인재와 일할 수 있어 기쁘다"(그런데 연봉협상 때 왜 그러신 건지?)
"1년만 참으면 큰 투자를 받을 거다"(네? 제가 투자받는 게 아닌데요)
"곧 리더 자리가 날 거다"(네? 전 리더가 되고 싶지 않은데요?)
"스톡 옵션 줄 거다"(스톡 옵션 받으려면 3년 더 일해야 하는데. 근데 상장은 하나요?)


이런 허울뿐인 말들로는, 개개인을 붙잡을 수 없다. 회사는 금전적인 보상과 더불어 각자의 의미, 성취감 등 직원 개인이 가장 우선시 생각하는 것을 디테일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퇴사의 흐름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개인은 회사가 요구하는 이런 책임감을 역이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왜 이 회사여야 하는지 계속해서 질문하는 것도 필요하다. 혼란으로 가득한 ‘대퇴사의 시대’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각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잊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계속 깨고 부수며 용기를 내는 수밖에 없다. 무엇이 되었든 나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블로그에 작성했던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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