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그리드 Aug 25. 2022

퇴사 후 300일

장투하듯 삽니다 - 29


며칠 후면 퇴사 후 300일이 되는 날이다.


시간이라는 단어 뒤에 오는 동사는 언제나 '빠르다' 일 때가 많지만, 또 이 동사를 써야겠다. 시간이 정말 빠르게 갔다. 나는 더 이상 하기 싫은 것을 하고 싶지 않아! 라면서 억지로 뛰어나온 후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자유인의 삶은 정말 자유로웠고, 오롯이 내 의지에 의해 하루가 돌아갔으며,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줄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만 만나고, 싫어하는 일은 최대한 뒤로 미룰 수 있게 되었고, 좋아하는 일들만으로 하루를 꽉 채울 수도 있게 되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지 않더라도, 또 다른 스트레스는 정도가 낮지만 상존하기 마련이고 그건 나라는 인간이 그런 사람이기에 변하지 않는 것이다. 어찌 됐건 다양한 욕구를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먹고사니즘을 걱정하고 살면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다. 

요새는 특히 '내 몫을 해낸다'라는 문장에 꽂혀 있다. 


회사에 속한 8년의 삶에 대해서, 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힘들었을지에 대해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람충 신념무새인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결국 '관계'였지 싶다. 회사,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으로 인해 그렇게 허우적거리지 않았나 하고. 


회사와의 관계에서 애정이 디폴트 값일 필요는 없는데, 그것을 너무 당연시 생각했다. 사실 철저하게 이용하는 관계라고 하더라도 괜찮다.

회사든 일이든 그저 서로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켜주는 관계라고 산뜻하게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그 관계를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는데 필요한 조건이지 않을까 한다.


작년 11월부터 지금까지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보았다. 여전히 내 마음은 어린애처럼 휘둘리고, 모순덩어리 인간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다음 스탭이 무엇이든 이건 알 것 같다.


나는 조금은 다른 차원의 사람이 되었고, 그렇기에 같은 환경에 놓인다고 하더라도 분명 다를 것이다. 

막연하게나마 앞으로 쭉 무엇을 하면서 살고 싶은지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간은 어찌 보면 나를 위한 글을 썼지만, 다른 사람들도 좋아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고, 그러면서 내 몫도 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되고 싶다. 언제나 새로운 것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배우는 것을 사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메타몽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아끼는 사람들을 응원하듯이, 내 선택도 응원하고 싶다.  

앞으로도 나란 사람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단정 짓지 않으려고 한다. 에너지를 잘 조절하면서, 그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을 미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이전 28화 일하는 이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