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트레일 돌로미티
베로나에서 볼차노 가는 길은 기차가 가장 편한 이동수단이다. 2시간 만에 볼차노 역에 도착하니 이곳이 산골이라 베네치아와 달리 시원하다. 볼차노는 이탈리야 북부 휴양도시 내음이 물씬 풍긴다.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지만 70%는 독일어를 사용하고 25%는 이탈리아 언어를 사용하며, 5%는 로만 계통의 라단어를 사용한다.
돌로미티는 이탈리아 동북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와 접경지대로 알프스 산맥의 일부로 최고봉은 몬테 마르 몰라다(3,343m)로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탈리아의 알프스라 부르는 수직 바위와 초원이 어우러진 '악마의 왕국'은 신의 조각품의 전시장 같다. 1차 세계대전 때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간의 격전지이기도 했던 이곳은 지금도 곳곳에 전쟁 때 사용한 요새와 토치카, 녹슨 대포 등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교통안내 표지판도 독일어와 이탈리아어, 라단어를 병기해서 표기한다. 볼차노는 독일어로는 보젠이다. 우선 예약한 숙소를 찾아가야 하는데 이곳에 예약한 숙소는 호텔이 아닌 아파텔로 우리식으로는 콘도인 셈이다. 여행이 후반으로 가면 외국음식에 질려 체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한식을 조리해서 먹으면 입맛도 돌아오고 체력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취사가 되는 이곳을 예약했다.
아파텔은 열쇠를 받아야 이용이 가능하고 열쇠는 아파텔에서 받는 게 아니고 별도 관리사무소에서 받아 가야 한다. 늘 그렇지만 생소한 도시에 처음 내리면 동서남북 방향 감각이 없어진다. 이럴 때는 현지인에게 묻는 게 제일 좋다. 현지인도 독일어를 쓰니 독일어는 전혀 깡통인지라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몇 사람을 거쳐 그래도 영어가 통하는 사람을 만나 주소를 보여 주니 길을 안내해 준다. 그곳에 가서 체크인하고 아파텔로 갔다. 여기는 콘도식 숙소를 선호하는 여행객이 많아 그것만 관리하는 사무실이 따로 있어 편리하다.
아파텔은 주방이 있다. 식재료를 사기 위해 시장을 가야 하는데 오늘이 일요일이라 가까운 마트는 쉬고 먼 곳에 있는 마트만 문이 열려 물어물어 다녀왔다. 그래도 쌀도 있고 야채, 과일, 술이 있으니 한식으로 먹을 수 있어 좋다.
시내 중심광장인 발터 광장에는 중세 독일의 음유시인 발터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1차 세계대전 오스트리아 땅으로 주민이 대부분이 독일어를 사용하는 오스트리아계이다. 이탈리아임에도 이탈리아와는 다른 느낌이 있는 도시풍경이다.
광장 주변에는 관광안내소, 고급 호텔, 노천카페, 레스토랑 등이 줄지어 있고 그 옆에 두오모 성당이 자리 잡고 있다. 우뚝 선 성당은 빈의 슈테판 대성당과 많이 닮았다. 볼차노 시내를 동서로 관통하는 포르티치 거리는 이곳에서 가장 번화한 아케이트 거리로 부티크 상점이 많은 곳으로 긴 회랑을 따라가며 늘어서 있다. 낮에는 많은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붐비는 거리이지만 서산에 해가 많이 남은 저녁 7시가 되면 가게문을 닫고 나며 인적이 뜸해 금방 썰렁해진다.
발트 광장과 이어지는 에베르 광장은 야채, 과일을 파는 가계가 많으며 레스토랑과 바, 빵집 같은 가게가 많이 몰려 있어 현지 생활상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거리에는 수제 맥주를 마실수 있는 바가 있는 독특한 맥주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2일을 쉰 후 본격적인 돌로미티(Dolomitie) 트레킹을 준비할 계획이다. 여름엔 트레킹으로 겨울엔 스키로 붐비는 볼차노/보젠이다. 일단 산중이라 덥지 않아 좋고 해가 지면 선선함 마저 느껴지는 볼차노는 돌로미티 여행의 관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