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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의 초록 심장 알페 디 시우시 지나 오르티세이

천상의 트레일 돌로미티

by 산달림

간밤에는 산장에서 포근히 잘 잤다. 아침 뷔페식을 기다리는 동안 산장을 나서니 바깥 기온이 차갑게 느껴져 패딩을 입고 나오니 돌로미티 산군은 밤이면 높은 고도 탓으로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 남미에서나 사는 알파카가 추운 밤공기를 마시며 산장 앞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아직 일출 전이라 주변의 바위군이 압도하듯 험준하게 높이 솟아 버티고 있다. 주변은 식생 한계선을 넘어 나무 한그루 없는 황량한 지역이지만 이런 풍경을 처음 접하는 나에게는 생경하게 느껴지며 경이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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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요렛 산장(좌) 바요렛 산장 앞 레스토랑(우)

산장 식사는 7시 15분에 시작이 되는데 식당에서 각자 이름이 적힌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는데 뷔페식 식단인데 식빵과 우유, 달걀, 쥬스 그리고 빵에 넣어 먹는 잼과 하몽 등이며 후식으로 커피나 차를 마실 수 있었다. 그래도 그게 칼로리가 높은지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어도 크게 시장기로 고생한 적은 없었다.


오늘 첫 고개는 프린치패 고개(Passo Princlipe)로 2,599m나 되니 아침부터 힘들게 올라야 한다. 그래도 충분한 휴식 후 오르는 고개로 돌로미티 고개를 오를 때면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어 된비알이 없어 급격한 체력을 소비하지 않아 걸을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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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치 고개 산장(좌) 지나온 치골라테 고개 암릉(우)

프린치패 고개(Passo Princlipe) 정상에는 프린치패 고개 산장(Rif Passo Princlipe)이 있는데 산장 규모는 작은데 전망이 뛰어난 산장이다. 힘들게 올라선 프린치패 고개(Passo Princlipe)에서 아침 바람은 차가워 서둘러 내려 서야 했다. 마치 우주의 어느 행성에 온 듯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바위군 속으로 내려선다.


가야 할 멀리 보이는 몰리뇬 고개는 화강암 퇴적층을 트레퍼스 해서 올라가는 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이런 푸석 돌 속에 길을 만든 그들의 초창기 개척자들의 고뇌를 엿보게 된다. 굵은 마사토 같은 푸석 돌은 조금만 힘차게 내딛으면 쭉쭉 미끄러져 내려 조심스럽게 걸어야 했고 오르막에서는 걸음이 미끄러져 내려 걷는데 많은 힘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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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바위산인 협곡을 내려 서는 프린치패 고개의 내림길(좌) 몰리뇰 고개 오름길(우)

그래도 고개(Passo)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새로이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은 돌로미티가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 저 고개를 넘으면 어떤 새로운 세상이 펼쳐 질까 기대가 된다. 몰리뇬 고개( Passo de Molignon 2,599m)에 올라 서면 이제 카티나치오 산군이 끝나고 초원 위에 빨간 지붕의 티레스 산장이 반겨 준다.

시각적으로는 가깝게 보이는 산장이지만 걸어 보면 앞에 언덕이 있어 돌아가는 길이 꽤나 길게 이어졌다. 티레스 산장(Rif Alpe di Tires)은 알타비아(Alta via) 8코스의 산장으로 왼쪽 길은 실리아르(Sciliar) 산군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길은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로 가는 길이다. 산장 앞에서 간식을 먹고 휴식을 한 뒤 우측 길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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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지붕이 인상적인 티레스 산정과 바위산(좌) 통나무로 지은 분위기 좋은 티레스 산장(우)

Rosszahnscharte고개(2,653m)를 넘으면 급격한 내리막 길로 이어지고 드넓은 알페 디 시우시(Alpe di Siusi) 초원이 펼쳐진다. 해발 2,000m의 고원에 펼쳐진 구릉지대로 단일 규모로는 유럽 최대의 방목지로 축구장 8,000개 정도의 초지다. 드넓은 초원은 바람결에 다채로운 군무로 펼치며 들풀의 향기를 내뿜는다. 주변의 돌산은 자연이 만든 대성당으로 비유된다. 자연이 빚어낸 이곳은 여름에는 소들의 방목지로 하이킹과 산악자전거를 타는 곳으로 이용되지만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유명한 곳이라 리프트로 쉽게 올라올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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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 디 시우시로 내려서는 Rosszahnscharte고개(좌) 알페 디 시우시 초원의 젖소들(우)
축구장 8,000개 규모의 유럽 최대의 방목지 알페 디 시우시 초원

그리고 좌측으로는 실리아르(Sciliar)산군과 블룩 솟아 오른 펫즈산(Mt Petz 2,563m)이 아름답게 보인다. 앞으로는 내일 걸을 오들레 산군(Guuppo delle Odle 3,030m)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온다. 알페 디 시우시 초원을 걸을 때 방목한 젖소들을 만나고 화창한 날씨에 가족 나들이객이 많고 산악자전거를 타는 분들도 많다.


초록 들판과 코발트빛 하늘 아래 자연의 축복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드는 알페 디 시우시 초원이다. 알타비아 8코스에 접해 있는 파노라마 호텔은 그런 이들을 위한 숙소로 멋진 곳에 자리 잡은 숙소다. 드넓은 초원에 나무 한그루 없는 곳이라 농막 뒤 그늘에서 빵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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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 디 시우시의 래스토랑의 시원한 맥주 한잔은 최고의 맛(좌) 분위기 있는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할아버지(우)

초원길을 걸어가는데 몇 동의 건물이 보이는데 마침 레스토랑이 있어 땀도 식힐 겸 들려 갈증을 식히려고 맥주를 한잔씩 하는데 한낮에 마시는 맥주 맛은 천상의 맛이다. 거기다 옆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나이 지긋한 영감님의 음악소리는 여기가 돌로미티임을 각인시켜 준다. 여기 종업원들도 알프스풍의 가운을 입고 있어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여기서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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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페 디 시우시의 드넓은 목초지(좌) 알페 디 시우시 초원에 있는 파노라마 호텔(우)

오늘 목적지는 오르티세이(Ortisei)라 리프트 승강장으로 가는 길은 아침 기온과 다른 한낮의 직사광선은 상당히 강하게 내려 쬔다. 다행히 기온은 높아도 습도가 낮아 그늘에 들어서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 걸을만했다. 길을 걷는 내내 푸른 초원과 코발트빛 하늘 그리고 거대 암봉 산군이 눈을 즐겁게 해 주어 지루하지 않게 리프트 승강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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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아르 연봉(좌) 싸소룽고(우)

이곳에서 리프트를 타면 표고차 800m를 단숨에 내려가면 오르티세이에 도착하게 된다. 이 마을은 인구 4,600명의 작은 도시로 리프트는 1929년 개통이 되었다 하니 그들의 스키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여행자안내센터에 가서 호텔 리스트를 뽑아 달라고 했더니 4, 5성급 호텔을 뽑아준다. 우리는 가난한 여행자라고 별 2개짜리 호텔 리스트를 받아 들고 다시 길 건너로 돌아와 숙소를 찾아가니 대부분 만원이고 속소 잡기가 만만하지 않다. 현지인에게 물어 간 곳이 Ganl Tome Hotel. 근데 다들 외출하고 나이 지긋한 할머니만 계시는데 영어는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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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티세이의 Ganl Tome Hotel(좌) 호텔 아래에 있는 수영장(우)

손짓 몸짓을 해가며 소통하니 전화로 며느리인 주인아주머니와 연락이 닿아 이 호텔에 투숙을 할 수 있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방을 구하지 못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숙소에 짐을 풀고 내려오니 수영장 이용 무료 티켓과 무료 버스 이용 티켓을 주신다. 산행의 지친 피로를 풀려고 수영장을 찾았는데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임에도 마을 주민들이 수영을 즐기고 있다. 풀은 따로 있고 소용돌이치는 풀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함께 그들과 어울려 빙글빙글 돌면서 물놀이를 즐기고 풀로 가니 다이빙대가 있는데 꼬마 숙녀들이 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어렵지 않은 듯하여 다이빙을 하려고 올라 보니 꽤 고도감이 느껴지는 높이다. 그래도 눈 찔끔 감고 뛰어내리니 한없이 물속으로 빠져 든다. 개헤엄이라도 하니 헤엄쳐 나올 수 있다. 수영을 배워 두길 잘했다. 트레킹 중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고 호텔로 돌아와 오르티세이 거리로 나가 맛있는 만찬을 찾으러 나섰다.


만만한 메뉴가 쇠고기 스테이크고 그리고 돼지갈비다. 맛은 두말하면 잔소리인 엄지 척이다. 거기에 와인이 곁들여진 저녁 식사는 훌륭했다. 배낭여행은 하루하루가 새롭고 기대되는 이유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끼가 말했다. "여행은 계획되로 그대로 되면 그건 여행이 아니다."라고 했다.

동화의 나라 같은 알프스의 작은 마을 오르티세이( 여름 성수기는 빠른 예약이 필수)

낯선 것과의 만남. 새로움의 갈구. 그것에 대한 희열도 여행이 차지하는 큰 몫이 되는 것 같다. 오늘은 오르티세이에서 오랜만에 호텔 침대에서 잤다. 오랜만에 편안함이 느껴지는 밤이다. 이런 편안함도 그간 탠트와 산장 생활을 하고 난 후에 느껴지는 행복감이다. 늘 호텔로만 다니면 이런 행복감은 느낄 수 없는 행복감이다. 행복은 편안함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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