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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로미티 트레킹 1일 차 알타비아 8코스 바요렛 산장

천상의 트레일 돌로미티

by 산달림


이번 돌로미티 트레킹의 코스는 오르티세이 부근의 알페 디 시우시와 세체다 전망대를 지나 라가주오이와 친퀘토리도 지나고 티씨산장으로 이어지는 알타비아 1코스를 걷고 핵심코스인 트레 치메와 라가주오이 호수를 다녀오는 코스로 잡았다. 돌로미티에는 알타비아는 1코스부터 9코스까지 있지만 어느 한 코스를 걷는 게 아니고 조합으로 짜서 주요 포인트를 통과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통상 남북으로 걷는 알타비아 코스와 달리 동서로 걷는 코스를 만들었다.


알타비아 1코스부터 6코스 개념도, 남북으로 이어져 있는 게 특징 우린 동서로 횡단 후 남쪽으로 진행
뚜르 드 몽블랑과는 확연히 다른 백운석 바위로 된 돌로미티 산군


어제 인포메이션센터에서 이번 트레킹 들머리인 파올리나(Paolina)로 가는 첫차는 09:35에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출발시간이 여유로우니 꾸무적 거리다 보니 늦었다. 아파텔의 체크아웃은 열쇠함에 열쇠를 넣으면 체크아웃이 된다. 볼차노 역 앞에 일반 버스는 출발하기에 버스 목적지를 아무리 찾아봐도 파올리나로 가는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부근에 있는 경찰관에게 확인해 보니 버스터미널로 가야 버스가 있으며 볼차노 역에서 쭉 직진해서 왼쪽으로 가라고 친절히 안내를 해준다.


버스터미널에서 차표는 끊어 않고 현금으로 내면 된다고 한다. 파올리나 가는 버스는 180번인데 중간 경유지인 Paolina를 보여 줬는데 이 차가 아니고 바로 옆에 있는 차를 타라고 한다. 옆의 버스에 쓴 글을 보니 아닌 것 같아 다시 와서 기사님께 이게 맞는 것 같다고 하니 이 차가 맞다고 하며 그제야 타라고 한다. '에휴, 자기 차가 어디 가는지도 모르남.' 하는 생각이 든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된 탓이다.



이곳으로 가는 버스는 운행을 자주 하는 지역이 아니라 나들이 가는 손님으로 가득하다. 늦게 탄 탓에 서서 가야 했다. 다음 차는 오후에나 있을지 모르는데 아찔한 순간이다. 그런 게 지나고 보면 아름다운 추억이 되는데 그 당시에는 가슴 졸이는 시간들이다. 볼차노를 벗어 나자 완전 시골길을 달리는데 차장 밖의 풍경들이 눈을 잡아 묶는다.




근 1시간을 달려서 파올리나에 도착하니 돌로미티의 백운암 바위군이 산정에 우뚝우뚝 솟아 있다. 돌로미티란 명칭은 이곳에 돌로마이트란 돌이 많이 생산되는데 그 돌이 백운석이라고 한다. 그래서 돌로마이트가 많이 생산되는 지역이란 뜻의 돌로미티인데 3가지 언어가 있어 Dolomiten/Dolomites/Dolomiti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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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가 이자 정치가인 크리스 토마노스 동판(좌) 동판 맞은편에 설치한 2.5m 정도의 높이인 독수리 동상(우)


버스 하차지점인 알펜로즈(Alpenrose)에서 리프트를 타면 바로 2,125m의 파올리나 산장(Rif Paolina) 앞에 내려놓는다. 2,000m가 넘는 지역이라 금세 선선함이 느껴져 트레킹 하기 좋은 날씨다. 배낭을 둘러메고 본격적인 돌로미티 트레킹이 시작된다. 이 길은 Alt Via 8 코스로 최고로 멋진 풍경을 마주 할 수 있는 코스다.



우측 길인 539번 길을 따라 걸으면 왼쪽으로 남티롤 지방의 관광산업을 발전시킨 등산가 이자 정치가인 크리스 토마노스 동판이 있고 그 앞에는 청동으로 만든 독수리상이 자리하고 있다. 완만한 길을 따라 걸으면 바엘 산장(Rif Roda di Vael)에 다다르게 된다. 여기서 잠시 쉬며 맥주 한잔을 마시며 준비해 온 빵과 과일로 점심식사를 하였다.

바 엘 산장 앞에 소풍이라도 온 듯한 이탈리아 청소년들

풀밭에는 이곳으로 소풍을 온듯한 아이들로 가득하다. 한여름에 이렇게 단체로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조금은 셈이란다. 한숨을 돌리고 길을 나서는데 맨뒤에 짐을 챙겨 따라 가는데 일행 중 한 분의 것인 지갑과 여권이 든 가방이 홀로 남아 있다. 나이 탓인가 손에 놓은 짐은 깜빡깜빡 잊어버리니 정신줄을 단단히 잡아야겠다고 한바탕 웃었다.



그간 선두의 고충을 느껴 보라고 앞 세우고 뒤를 따라가니 만고에 편하다. 주변도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갈 수 있는데 선두로 가면 길을 찾아야 하고 뒤에 따라오는지 수시로 뒤를 돌아봐야 하고 속도를 조절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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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토마노스가 지은 뱌엘산장(좌) 돌로미티의 길 번호 541.(우)


돌로미티 길은 지도를 보고 길 번호를 확인하며 거아야 한다. 길 번호가 바뀌어 549에서 541로 바뀌어 진행을 한다. 지도에 번호와 길 번호를 보고 길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서 가는 길이 하나가 아니라 난이도를 고려해 골라서 걸을 수 있다. 경치를 감상해야 할 때나 주변에 더 좋은 풍광을 감상하려면 돌아 가도 목적지는 갈 수 있다.


돌로미티에서 처음 넘는 고개는 치골라데 고개(Cigolade Passo) 2,250m를 넘어가는 고개이다. 양쪽에 2,540m와 2,734m의 거봉 사이로 넘는 고개인데 이곳에서는 고개를 파소(Passo)라 부른다. 그런데 이곳은 트레킹 길이 마사토 같은 길이라 오르막에서 중심이동을 잘못하면 밀려 내려오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많은 트레킹 길이다.

험준한 돌로미티 길을 걷는 트레커들

오른쪽으로는 계곡이 내려다 보이고 왼쪽으로는 험준한 산등성이를 두고 산허리를 감고 걷는 길이다. 그런데 험준한 바위산은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 자라지 않는 나무의 성장 한계점을 넘은 험준한 산인데 파란 하늘과 바위 연봉이 잘 조화되어 한 폭의 달력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너무 맑아서 가깝게 보이는 곳도 한참을 걸어야 하는데 큰 고개 아래로 두 개의 건물이 보이는데 앞에 보이는 건물은 레스토랑이고 뒤에 보이는 건물은 바요렛 산장(Rif Vajolet)이다. 그 뒤로는 2,599m의 프린치 고개(Princiop passo)인데 벌써 그림자가 길게 그려지니 하루도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 다음 산장까지는 족히 2시간을 더 걸어야 하는데 산장 예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진행한다는 건 무리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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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암으로 이루어진 돌로미티 산군(좌) 알파카 같은 동물(우)

앞서가는 두 사람을 불러 숙박에 대한 대책도 없이 진행하면 어떻게 할 계획 있냐고 하니 묵묵부답이다. 앞으로 갈 길이 험하니 지금 진행하는 건 무리니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가기로 하고 산장에 들었다 산에 들면 인간 세계의 사소한 일들은 자연이 모두 품어 준다. 이 트레킹 길의 끝에 설 때까지 힘들고 어려움이 많겠지만 이 시간을 즐기자고 하며 바요렛 산장 앞에서 와인잔을 높이 들었다. 좋은 풍경과 함께 최고의 와인을 마셨다.


접수대에서 각자 모두 여권을 확인하고 기록한 다음 3층인 28번 방을 배정해 준다. 6인실인데 여유가 있다. 이 산장은 비교적 큰 산장인데 산장 앞에 작은 레스토랑이 있고 산장 앞에는 남미가 고향인 알파카 같이 생긴 동물이 6마리나 있다. 관상용인가?

바요렛 산장에서 바라본 2,599m의 프린치 고개 내일 아침에는 저 고개를 넘어야 한다.

금세 산에 가려 해가 지니 기온이 뚝 떨어진다. 역시 돌로미티의 밤과 낮의 기온 차이는 상당한 일교차가 있다. 식사는 저녁과 아침이 포함된 하프 보드(Half Bord)로 주문해 산장식을 하는데 저녁 메뉴는 전식, 중식, 후식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디저트까지 준다.


샤워는 코인을 사서 이용할 수 있고 휴게실도 있는 안락한 산장이다. 우리나라 국공의 대피소보다는 한 차원이 높은 산장이다. 내일 아침은 7:15에 준다는 안내도 잊지 않았다. 뚜르 드 몽블랑 트레킹 후 다시 시작하는 돌로미티 트레킹은 또 다른 느낌이 있는 트레킹이 될 것 같다. 뚜르 드 몽블랑은 밋밋한 평원이라면 돌로미티는 좀 더 다이나믹한 바위군을 지나는 트레킹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는 첫날 트레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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