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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Sep 27. 2018

당신 친구 스페인에서 회사 다니는 거 맞아?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08 외국계 스타트업의 장점

이곳 스페인에서 내 첫 직장은 이커머스 스타트업이었다.

진입 장벽이 낮았고, 선택할 수 있었던 옵션이 몇 되지 않아서 들어갔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정말 좋은 직장이었다. 그냥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월급(한국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낮았지만 집 값을 제외한 스페인 물가가 저렴해서 적당히 살 수 있는 월급이었다.)과 탄력 근무, 재택근무, 수평적인 업무 환경 등 좋은 조건이 많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18개월을 근무하면 Viaje de motivación을 보내 준다는 것이었다. 일명 동기부여 여행이라고 해외 지사에서 2주에서 1달을 근무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이다. 비행기 값과 1달 숙소비 정도가 될 만큼의 일정 금액을 지원해 주고, 해당 지사에 가서 근무할 수 있게 해준다.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이 제도를 놓칠 리가 없었다. 타이트한 월급 탓에 모아둔 돈이 별로 없었지만 '돈이야 뭐... 안되면 가서 아르바이트라도 하지 뭐' 이런 생각으로 여행을 준비했다.


나에겐 남미 여행이라는 버킷 리스트가 있었기에 근무할 해외지사는 일단 브라질 지사로 정했다. 그리고 근무 2주, 휴가 1주, 브라질 근무 1주, 휴가 1주 이렇게 총 5주간의 여행 계획도 세웠다. 왜 내가 이렇게 근무를 하고 휴가를 사용할 예정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메일을 팀장에게 보냈고 단 번에 OK가 떨어졌다. 그래서 결국 동기부여 여행을 통해서 페루 여행 10일과 브라질 여행 및 생활을 한 달간 할 수 있었다. 




같은 기간에 부모님께서 여름에 한국을 좀 올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다. (남미 여행은 6월부터 7월까지였고 한국은 7월 말에 가야 했다. ) 꼭 가야만 할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시 팀장과 면담을 신청했다.


나: 한국 집에 일이 있어서 blablabla, 7월 말에 한국을 가야 할 것 같아. 좀 길지만 8월 9월 한국에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을까?

팀장: 그런 일이면 당연히 가야지.

(뭐가 이렇게 쉽고 간단하지?)


나: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나 6월 초에 브라질 모티베이션 여행이 잡혀 있잖아 그것까지 합치면 거의 3~4개월을 외국에 있는 거라서 너무 심한 것 같아. 괜찮을까? 안되면 동기부여 여행 취소해도 돼.

팀장: 무슨 소리야? 우린 재택근무가 자유로운 회사고 넌 이제까지 독립적으로 그 누구보다 일을 잘해왔잖아. 지금 하는 것처럼만 일해 준다면 일을 하는 장소는 중요하지 않아.

나: 정말 그래도 돼?

팀장: Of Course!

모범 팀장 교본을 외워서 그대로 말하나 싶을 정도로 너무 쉽게 OK가 됐다.




그렇게 나는 4개월을 사무실이 아닌 해외에서 근무했다. 6월부터 7월 초까지 남미에서 일하고 7월에 3주를 스페인에서 일하고 다시 8월과 9월까지 한국에서 일한 후 9월 말에 스페인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4개월 동안 글로벌하게 누비면서 생활하는 내 이야기를 들은 내 한국 친구의 남편이 친구에게 물었다고 한다.


친구 남편: 당신 친구 회사 다니는 거 맞아? 월급이 엄청난가 봐? 무슨 회사원이 저렇게 자유롭게 여행을 하고 출근 없이 집에서 근무할 수 있어? 부럽다...

친구: 나도 그런 생각을 잠시 했는데 아마도 외국계 스타트업 회사여서 그렇지 않을까?


얼마 후 만난 친구가 나에게 웃으면서 물었다. 혹시 복권이나 이런 게 당첨돼서 자기들에게 숨기고 스페인에서 직장인 인척 하는 거 아니냐고... (나도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친구와 그 이야기를 하면서 한참을 웃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속사정을 모르는 친구 남편의 의문과 부러움은 당연한 것이었다. 한 때는 우리 부모님조차도 무슨 회사가 그렇냐고 진짜 회사 다니는 거 맞냐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1년에 일주일 휴가도 눈치 보며 신청하고, 재택근무는 꿈도 꿀 수 없었던 회사생활을 한국에서 해봤었기 때문에 그들의 의심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실상은


집 없는 떠돌이 생활

4개월 동안 외국에 있을 것이기에 집을 빼고 짐은 창고에 맡겼다. 그래서 4개월 동안 월세가 나가지 않았고 그 돈으로 여행 숙박비를 해결할 수 있었다. 자의라고는 하지만 집 없는 떠돌이 생활을 4개월을 한 것이다.


직업적 이점

내 직업은 로컬리제이션 번역을 하고 검색엔진 기반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 하는 것이었기에 컴퓨터와 인터넷만 되면 어디서든지 자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월급이 높지 않은 스타트업 직원

신생 스타트업이라서 월급이 그리 많지 않았다. 다만 외국계 스타트업이라서 융통성 있게 탄력 근무가 가능했다. 하지만 평가는 철저하게 업무로 한다. 그래서 편의를 봐주는 것만큼 일할 때는 열심히 해야 하는 게 당연했고, 한국에서도 스페인 시간으로 근무를 해야 했다. (물론 나는 이렇게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는 것이었다.



그때의 나는 좋게 말하면 욜로를 즐겼던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빛 좋은 개살구였으니까... 혹시 부러움과 시기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람들이 있었다면 보이는 것만큼 화려한 생활은 아니었고 평범한 삶에서 누릴 수 있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얻은 삶이니 이해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 젊다면, 집안의 생계가 본인의 어깨에 달려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입장이 아니라면 워라벨를 맞추며 나 자신을 위해 살기에는 소규모 외국 기업 혹은 스타트업 취업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추천하고 싶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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