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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Feb 26. 2019

중요한 건 일이지 겉모습이 아니에요.

스페인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아가기 #20 드레스코드

슬리퍼? 찢어진 청바지? 민낯? 시스루?

어마마! 이게 다 가능하단 말이야?


오늘 우연히 인터넷 기사에서 뉴욕시 직장에서의 헤어스타일 차별 금지 관련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 기사를 보면서 우리는 왜 그렇게 보이는 것에 얽매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지극히 주관적으로 스페인 직장의 드레스 코드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한국에서 일할 때 많은 이들이 '화장은 타인에 대한 예의', 심지어 내 옛 회사의 팀장님은 '내 월급에는 기업 브랜드에 맞는 품위 유지비'가 들어 있다'는 말을 농담인 듯 진담인 듯했었다. 그리고 나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래서 출근할 때 화장은 필수고 직장에는 정장을 입고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고,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꼭 화장을 하고 출근하려고 애썼다. 그랬기에 스페인에서 재 취업 후 제일 놀란 것 중 하나가 출근 시 복장과 화장이었다.


옷은 편하면 되는 거 아니야?


대학원 막바지에 일을 다시 시작하면서 많이 설렜었다. 꽤 오래 쉬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이기도 했고, 한국이 아닌 스페인에서의 첫 직장 생활이기도 했기에 첫 시작을 잘하고 싶었었다. 그래서 정장은 아니지만 꽤 단정한 옷을 입고 공들여 화장하고 출근을 했었다.


그런데 회사에서 마주한 동료들의 패션은 정말 복잡 다양했다. 핫팬츠와 조리를 비롯해서 화려하게 멋을 부린 정장, 히피 패션까지, 직장 생활하면 상상하는 검은색 일색의 정장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충의 분위기를 보고 정장이 필요하면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회사 분위기를 보니 굳이 정장을 살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냥 평소에 입던 옷 그대로 입어도 절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고 오히려 내 옷들은 꽤 얌전한 편에 속해 보였다.


첫 출근 후 회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편한 복장에 익숙해졌고 청바지를 입던, 슬리퍼를 신고 회사에 오던 별 생각이 없었다. 당시 회사는 한국으로 치면 강남 같은 마드리드의 오피스 가이자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여름이 다가오자 많은 친구들이 슬리퍼를 신고 출근을 했었고 아무도 그걸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에는 시스루(말이 시스루지 그물망 같이 생긴 해변 패션) 차림으로 출근하는 동료들과 몇몇의 노브라 차림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다들 아무렇지 않아서 나도 놀란 표현을 못했지만 그 당시에는 꽤 놀랬었다.


그리고 복장과 관련된 인식 차이를 또 한 번 확연하게 느낀 것은 회사 섬밋에서였다. 년 초에 열리는 회사 섬밋에는 스페인 및 유럽은 물론 아시아 및 미국에서 온 팀장들이 참여한다. 줄줄이 이어지는 회의에서 내용뿐만 아니라 눈에 띄는 것이 옷차림이었다.


유럽에서 온 팀장들은 대부분 청바지에 티셔츠 그리고 운동화 차림으로 섬밋에 참석했고, 아시아에서 온 팀장들은 대부분이 정장 차림이었다. 남과 북의 차이도 아니고 복장으로 대변되는 너무 확연한 차이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사람은 다 달라요.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세요.


옷뿐만 아니라 머리 스타일, 화장도 마찬가지다. 투 블록, 스리블록으로 알록달록하게 원색으로 염색한 직원이 있는가 하면, 편한 게 최고라고 삭발한 여직원도 있고, 비쥬를 많이 해서인지 민낯으로 다니는 직원도 많고, 고트족 메이컵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누구도 그에 대해 뭐라 하지 않으며 그저 각자의 개성으로 존중한다.


내 주관적인 경험이고 다녔던 회사가 젊은 친구들이 많은 스타트업이었기에 분위기가 더 자유로운 것도 있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천편일률적으로 정장을 입고, 풀 메이컵을 하고 출근하는 친구들은 드물다. 그리고 있다 하더라도 그냥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물론 이곳에서도 영업직이라던가, 보이는 게 중요한 직종에서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일을 한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일하는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복장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해서 정장과 메이컵, 단정한 머리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람은 모두가 각자의 개성이 있기에 그를 존중주는 것이기도 하고, 일하러 오는 것이니까 일하는데 제일 편하면 그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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