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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VidaCoreana Aug 28. 2020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내가 얻은 것은 장기 거주권

스페인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 #16 장기 거주권? 영주권?

스페인에서 살아가면서 가장 어려운 일을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내겐 단연 비자 연장이었다. 누군가에겐 그냥 서류만 제출하면 되는 그 비자 연장이 내겐 왜 그렇게 어려웠던 건지... 유독 내게만(?) 힘든 케이스들이 있었다. 물론 그 덕에 지금도 비자 연장에 관해서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있지만 참 비싼 대가를 치르고 얻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스페인 학생 비자 연장 전문 변호사를 만나다.


다른 글에서 여러 번 언급했지만 내 최초 계획은 스페인에서 6개월만 있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재 취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생 비자도 딱 6개월만 받아왔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스페인어 공부를 더 길게 하게 되었고, 대학원 진학까지 하면서 학생 비자 연장만 3번을 넘게 했던 것 같다. 그중 두 번째 비자 연장을 할 때 하필 학생 비자 관련법이 바뀌는 시기와 겹쳐서 학생 비자 연장이 거절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아무 걱정 없이 비자 연장 후 한국 가족들을 보러 가 있던 시기라서 비자 연장 거절(No Favorable)이라는 결과를 인터넷으로 확인하고 망연자실했었다. 스페인에 있지 않아서 당장 이민청을 찾아가지도 못하고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불행 중 다행으로 그 시기 비자 연장이 거절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어서 그들을 통해서 학생 비자 연장 관련 법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해결 방법은 변호사 고용하거나 혹은 자기가 직접 일명 'Recurso'라고 하는 이의 제기를 하고 그게 통하지 않으면 항소를 하는 것이었다. 보통은 이의 제기 단계에서 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안타깝게도 나는 저렴하다고 소개받은 첫 번째 변호사가 무능력자라서 이의 제기가 통하지 않았다. 결국 800유로라는 거금을 들여서 두 번째 변호사를 고용했고, 그 변호사를 통해서 법원에 서류를 제출해 소를 제기했다. 


느리디 느린 스페인의 시스템 덕에 이의 제기에 3개월, 그리고 항소가 통과되는데 약 8개월이 걸렸다. 물론 항소 통과돼서 학생 비자 연장 거절이 해결되고 제대로 연장은 되었지만 해결되고 뒤돌아 서니 또다시 학생 비자를 연장해야 하는 시기가 돌아왔다. 그해 1월에 학생 비자 1년 연장을 신청했고, 거절을 당했고, 그해 11월 말에 항소가 받아들여졌다는 통보를 받았으니까 학생 비자 해결에만 학생 비자 기간인 1년을 다 쓴 셈이다


그 1년 동안 변호사는 1달에 한 번꼴로 만났고, 돈도 변호사 수임료 외에 냈던 각종 수수료까지 모두 합치면 약 1000유로가 넘게 썼을 뿐만 아니라, 항소 중이라서 스페인 체류는 불법은 아니었지만 스페인 외 다른 나라로 나가게 되면 다시 들어올 수가 없다는 조항 때문에 1년간은 그 좋아하는 여행도 제대로 못했었다. 누가 가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내가 자발적으로 스페인에 와서 겪는 어려움이기에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었지만 이 1년은 정말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가장 최악이었던 것은 연장이 정말 거절되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돌아가야 하면 지금 여기에 벌여놓은 많은 일들은 어떻게 하나, (그때는 스페인어 공부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하고 돈 안 되는 일들이 많았다...^^) 어린 나이도 아닌데 한국에서는 또다시 어떻게 시작하지... 등과 같은 불안감과 마음고생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을 수 있는 추억이고 경험이지만 이때는 정말 이 먼 타지까지 와서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 고생인가 싶어서 수시로 울컥했었다. 하지만 그 덕에 이제는 웬만한 문제가 닥쳐도 이 또한 지나가리니 라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내공이 쌓였으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취업, 그리고 학생 비자에서 취업 비자로


스페인의 비자 시스템은 처음부터 취업 비자로 스페인에 온 사람이나 결혼을 통해서 온 사람이 아니라면 학생 비자로 3년, 혹은 불법 체류자로 3년을 지낸 후 취업을 하거나 혹은 사업자 등록을 해서 일할 수 있는 취업비자로 바꾸는 것이 대부분이다. (투자 이민을 와서 바로 거주권을 받는 경우는 제외하고...)


그리고 그 취업 비자를 1년, 2년, 2년 이렇게 3번 연장을 하면 종국에는 5년짜리 장기 거주권(영주권 개념)으로 변경할 수 있다. 장기 거주권은 5년마다 갱신을 하면 되기에 장기 거주권을 받은 후에는 비자가 문제가 될 일은 없다. 물론 장기 거주 10년이면 국적을 바꿔서 그 갱신조차 안 해도 되지만 나는 내가 태어난 나라 대한민국을 자랑스러워하고 내 국적이 좋으므로 절대 바꿀 생각이 없기 때문에 국적 변경은 내 고려 대상이 아니다.^^ 


순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학생 비자로 3년 남짓을 지내고 취업 비자로 변경, 그리고 취업 비자로 5년을 꽉 채워서 장기 거주권을 받은 가장 일반적인(?) 케이스이다. 


나는 내가 운이 좋은 사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특히 학생 비자를 취업 비자로 바꾸는 데 있어서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왜냐하면 대학원을 졸업하기 위해 인턴으로 취직한 회사에서 나를 마음에 들어하면서 취업 비자 지원까지 모두 해 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일을 개판으로 했다면 당연히 이런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것이기에 이건 꼭 운만이 아니라 내 실력과 성실함도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어쨌든 많은 다른 경우와 비교하면 나는 운이 좋았다. 


다른 대학원 동기들의 사례를 보면 일을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턴 기간이 끝난 후 알짤 없이 내쳐진 사람도 많았고, 들어갈 때는 비자를 해 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한 회사들도 종국에는 말을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스페인이 경제 위기로 한창 어려웠던 시기에는 정부에서 외국인에게 비자를 내 줄 때 아주 깐깐하게 심사를 하고, 회사가 외국인을 고용할 경우 내야 하는 세금이 일반적인 세금보다 더 많았다. (아마 지금도 이건 비슷할 듯한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그래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 스페인 사람을 고용할 수 있는 경우라면 외국인의 학생 비자를 취업 비자로 변경할 수 있도록 스폰을 해 주려고 하는 회사가 드물었다. 스페인 정부의 이런 방침도 이해는 한다. 실업률은 하늘을 치솟고 내 코가 석자인데 굳이 외국인까지 신경 써 줄 여유는 없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도 나는 내 첫 회사에 감사한다. 어려운 시기 내가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도움을 준 회사이기에...


틴더 비자? 그런 편법까지 쓰면서 스페인에 살고 싶지는 않아!


학생 비자를 연장할 때도 그리고 학생 비자를 취업 비자로 변경할 때도 그리고 취업 비자를 장기 거주권으로 바꿀 때도 주변에서 매번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일명 틴더 비자라고 불리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너는 왜 돌아가느냐는 것이었다. 


틴더 비자란? 틴더는 원래 유명한 데이팅 앱이다. 그런데 그 앱을 통해서 연인을 만나고 그 연인을 통해서 비자를 해결(동거 비자 혹은 결혼 비자)을 하는 경우가 간혹 있었고 그걸 악용해서 아예 틴터를 각 국의 비자 해결 용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일명 "틴더 비자"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생겨버렸다.


앞의 많은 글들에서 말했듯이 나는 어쩌다 보니 스페인에 살게 된 사람이지 이 곳에서 사는 것을 목적으로 스페인에 온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에 여기서 공부, 직장 등의 이유가 없다면 언제든지 가볍게 떠날 수 있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굳이 틴더라는 편법(?)을 사용해가면서까지 스페인에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 


물론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절박하다면,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에 맞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하던 내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니니까. 또한 모든 상황은 주관적이고 판단은 자신이 하는 것이니까. 다만 내 가치관에는 그 방법이 맞지 않고, 나는 내가 원하는 방법으로 이 곳에서 살고 싶기에 그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을 뿐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내가 살아온 인생에게 떳떳하고 싶고 주객이 전도된 삶을 살고 싶지는 않으니까...



그냥 이 장기 거주권을 손에 쥔 그날, 한편으로는 내 힘으로 이걸 이뤘다는 생각에 뿌듯했고, 한편으로는 내 지난 스페인 삶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면서 울컥하기도 했으며, 한국에서 살았다면 하등 필요도 없었을 이걸 위해 많은 노력을 했구나 싶어서 약간은 허무하기도 했다. 


강산이 변한다는 십 년, 내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학부형이 되어 있기도 하고, 한 회사의 중역 자리까지 승진을 하기도 한 그 세월 동안 내가 얻은 것은 스페인이라는 나라의 장기 거주권이기에 이 글을 적어보았다. 혹시라도 타지에서 공부하면서 또 일하면서 비자 문제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다들 힘냈으면 좋겠다.



By. 라비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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