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경원 Jan 15. 2024

피노키오의 거짓말

모순을 해석할 힘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져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이야기같지만, 자세히 보면 사고 치고, 놀기 좋아하는 아이를 다룬 이야기다. 줄거리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빠가 학교를 보내려고 외투를 팔아 알파벳 교본을 사주던 날, 피노키오는 인형극을 보기 위해 알파벳 교본을 헌 옷장수에게 판다. 어쩌다 인형극에서 난동을 부리게 되어, 인형극 단장의 분노를 산다. 인형극 단장은 양고기를 먹기 위해 피노키오를 장작으로 쓰겠다고 어름장을 두지만, 사정이 딱했는지 용서하고 친구인 아를레키노를 대신하겠다 말한다. 피노키오는 무서운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친구 아를레키노를 살려달라 빈다. 피노키오의 착한 심성에 둘 다 살려주기로 한 단장은 금화 다섯 닢을 주고 아버지께 안부를 전한다. 피노키오는 입이 닳도록 단장에게 고맙다고 한 뒤 호위병을 포함한 극단의 인형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끌어안아주고 행복에 부풀어 집으로 향한다. 그대로 집에 도착했다면 다행이지만 가던 길에 고양이와 여우를 만난다. 이들은 피노키오의 금화를 보고 2000닢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말한다. 고양이와 여우의 꾐에 금화는 도둑맞고 강도 누명으로 감옥에 가둬진다. 풀려난 피노키오는 풀려난 피노키오는 배고픈 나머지 열린 포도송이를 먹으려다 농부가 놓은 덫에 걸리고, 개목걸이를 채우고 닭장을 지키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피노키오를 풀어주었다. 오랫동안 억울하고 슬픈 일을 겪은 피노키오는 보고 싶은 아빠를 만나기 위해 밤새 이동하여 아버지인 제페토를 만난다.


 

 피노키오는 고구마를 잔뜩 먹은 것처럼 답답한 행동투성이다. 아빠말 잘 듣고 공부만 했어도 괜한 고생은 평생 없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피노키오처럼 아이들은 왜 이렇게 말을 듣지 않는다. 하지 말라는 것만 안 해도 큰 사고는 없을 텐데, 하라는 것만 해도 사랑받고 자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피노키오가 일으킨 사고는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실제 아이들도 똑같이 일으키는 말썽이다. 그런데도 피노키오는 아이들의 동화로 읽혀왔다. 안 그래도 골치인 말썽에, 말 잘 듣는 착한아이 이야기가 아니라 사고만 치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굳이 들려줄 필요가 있을까. 그런데도 피노키오는 명작으로 남아 오랜세월 아이들의 마음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설정은 재밌는 상상이다. 어른들은 아이가 거짓말을 안하도록 이끌기 위해 피노키오를 들려줄 수 있지만, 코가 길어지는 장면은 사고치는 장면에 비하면 적다. 무엇보다 피노키오는 누군가가 피해받기 원해서 거짓말 하지 않는다. 잘 보이고 싶거나 혼나기 싫어서 할 뿐이다. 방법이 현명하지 못할 뿐 마음 자체는 잘못일 수 없다. 우리 교육은 아이의 이런 마음을 존중하고, 잘못된 방법을 고쳐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가령 화가 잔뜩 나 심술을 부리거나 울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속상한 일이 있었구나. 울어도 돼. ...(안아주며)이제 무슨일인지 말해줄래?", "...이제 이해가 되었어. 그래도 이렇게 물건을 부수는 건 좋은방법이 아니란다. 그러면 나도 속상해지니까 그래" 아이는 자기 감정이 존중되어야 솔직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태가 된다. 무작정 혼내기만 한다면, 상황을 바로보기 포기하고 혼나는 걱정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다.


 아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마음 체계를 지닌 독립체다. 동시에 세상을 갓 탐험하기 시작한 모험가다. 아이는 탐험하고, 부수고, 표현하는 쾌감을 통해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동작의 힘을 느끼며 상상력이 자란다. 대게 이런 마음은 충동적일 수 있고, 어른의 미움을 받기도 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부모와 같은 어른에게 인정과 사랑을 원하여 늘 마음이 충돌하는 상태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기 욕망으로 피노키오처럼 사고나 치고, 주변 어른의 미움을 만든다면, 자기를 괴물로 생각하기 쉽다. 온갖 고생을 겪은 피노키오는 이렇게 표현한다


"정말 못되고, 말 안 듣고 게으른 아이예요. 학교에 가는 대신 친구들이랑 사고나 치러 다니죠!"


 그동안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고, 잘 보이기 애썼던 피노키오가 무기력으로 자기를 이해하는 순간이다. 아이에게 자기욕구와 부딛히는 세상에 대한 모순을 해석할 힘이 없다. 심지어 거짓말을 하지말라는 부모조차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마음은 갈피를 잡기 힘들다. 아무도 나를 이해할 수 없을때, 오직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만이 도움이 된다. 아이는 <피노키오>를 읽으며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식의 심리적 안정감을 받을 수 있다. '비록 어른들은 싫어하지만 이런 욕구가 생기는 일이 자연스러운 것이구나!' 자기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 아이는 비로소 자기 욕망에 대한 모순을 해석할 힘이 생긴다. 이 힘으로 비록 이것이 나라는 걸, 누구나 그럴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 여기부터 출발하면 된다. 

 


이전 03화 슬픔의 상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