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늘 새것 같은

- 풍경과 사람들

by 예나네


동네 한 바퀴를 걷는
아침산책 길엔,
소소한 것에 눈길이 머문다.


* 꽃

이름 모를 그 꽃은 혼자 보라로 활짝 피어나 있다. 제비꽃처럼 작은 꽃이라고, 보잘것없다 할 순 없다. 오히려 주변이 갈색으로 메말라 얽히고설킨 바삭거리는 그 귀퉁이에다, 꽃봉오리를 터트려 대단한 일을 하나했다. 초록이 점령한 꽃이 없는 맨 땅에서 홀로 꽃을 피는 일은 외로운 일이다. 그만큼 용기 있는 일이기도 하다.


* 골목

아침잠이 없거나, 생각해 볼 생각이 생기거나, 머릿속이 머리카락같이 뒤 엉기는 날이 있다. 그렇다고 이불이 호구인 듯 이불만 가지고 이불에다 불만을 둘둘 감진 말 일.

대신, 자박자박 걸을 수 있는 두발로 골목길을 돌아 돌아 골목길 얼굴을 마음으로 돌돌 감아볼 일이다.


어느 골목에서부터 걸어왔을까,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는 저 여인, 그리고 싱싱하고 푸르게 우뚝 서서 밤을 새운 나무들, 그 사이로 옹기종기 새워진 소시민들의 붉은 벽돌집 유닛, 그 앞 골목에 세워진 소형 자동차들, 일하러 나가길 기다리는 작업용 봉고차들이 눈으로 쑥 들어온다.


불편은 어느덧
골목 밖으로 달아난다.


* 청소기 소리
산책하러 나온 나는 이불을 둘둘 말다가 겨우 일어나 이곳에 왔는데, 청소하는 이 아저씨는 세수를 하고 새벽 아침을 드시고 이를 닦고... 그리고 활짝, 현관문을 열고 나왔을 게다.



청소하는 광경 앞에선 내 발걸음에도 리듬이 생긴다. 어쩐지 청소기와 보조를 맞춰야 할 것 같다. 아저씨가 운전하시는 저 청소기 소리가 마치, 하루를 시작하는 트럼펫 소리 같아서.



* 홈리스

사진은 못 찍었다. 안 찍는 게 맞는 것 같아서.

다만, 청소하는 할아버지가 기계음을 내뿜으니 그 옆 처마 밑에서 잠자던 빨간 야전용 이불속이 애벌레처럼 꿈틀꿈틀, 아니 꼼지락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오직, 빨간 이 애벌레가 나비가 될 날을 빌어 볼 일이다.



* 쇼핑센터 안쪽
크리스마스가 가까이 오고 있나 보다.
일제히 닫힌 숍들의 천정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있다. 내 모국어와 가사는 달라도 리듬은 동일하다.


메리 크리스마스!

Merry Christm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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