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꼬맹이 외가 가는 여정, 둘

ㅡ 브리즈번에서 번다버그까지의 여정

by 예나네


시드니에서 1시간 40분을 날아와 브리즈번 공항에 내려놓으니, 재영인 제철 만난 새우처럼 팔딱팔딱 뛰면서 잘 놀았다. 외할미와 재영에미는 번갈아가며, 천지가 제 세상인 양 공항을 누비는 재영이 잡으러 다니기 바빴다.


나중엔 할미가 기운이 쑥 빠져나갔지만, 할미가 풀썩 주저앉는 순간 빌딩 와해되듯 육아 일이 뒤죽박죽 엉키고 말 테니, 목이 말라도, 피곤이 몰려와도, 졸음이 눈꺼풀을 잡아당겨도, 정신 바짝 잡아당기고 꼬물꼬물 팔딱팔딱거리는 두 아기 금동이를 극진히 돌봐야 했다. 재영에미와 나, 우리 사람에겐 지금, 아플 시간이 주어질 만큼 여유롭지 않다. 두 아기와 함께 번다버그 집까지 무사 귀가해야 할, 중차대한 미션을 양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다행히 재윤인 우유만 먹여놓으면 번데기처럼 꼬물거리다 잠 속으로 포옹 잠수하곤 했다. 재윤이마저 재영이처럼 가끔 보채거나, 늘 팔딱팔딱 망둥어처럼 날뛰고 말았다면, 아마 이 외할미는 브리즈번 국내선 공항 땅바닥에 푹 주저앉아 어린아이처럼 울음보를 터트렸을 게다. 그만큼 피로가 몸에 누적되어 있었다. 외손주가 아무리 이뻐도, 그것으로 할미의 피로감을 온전히 녹여내진 못하였다. 몸속에선 피곤 따로 귀요미 따로 놀았다.

재영이를 따라다니는 일도 그랬겠지만, 재윤이가 갓난아기라 할미의 신경을 곤두세워져서 피로감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두어 시간 동안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틈새에서 긴장하고, 재윤이를 안아 흔들어 달래고, 재영이를 쫄쫄쫄 따라다니다가 번다버그행 비행기를 탔다.

호주에선 39일 차 아기뿐 아니라, 탄생 1주일 후부터 비행기를 탈 수 있고, 전날 태어난 아기를 슈퍼마켓에 안고 오는 경우도 더러 눈에 띈다. 하지만 서양인과 동양인의 몸속은 다르므로, 우린 그들의 방법을 무조건 따라 하진 않는다. 누군가 그들처럼 산모가 수영장에 갔다가 상처에 진물이 나서 혼쭐이 났다는 걸 들은지라, 나는 딸이 산후조리를 가장 한국적으로 안전하게하여 건강을 유지하도록 이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여기선 산후조리원 같은 시설이 따로 존재치 않으니, 한국 산모만큼 산후조리를 충분히 하지 않은 채 육아에 전념하고 있는 재영에미가 가끔은 짠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태어난 지 39일밖에 안 된 채 원행에 오른 재윤이에게, 우린 온갖 신경을 다 동원하여 외부로부터 침투할 병원균을 예방해야 했다. 모자를 씌우고, 속싸개로 꼭꼭 여며 외부로의 노출을 최대한 피했다. 불면 날아갈까, 고귀한 이 생명 덩어리를, 보석보다 더 귀하게 보듬고 보살펴야만 했다.




비행기를 타자마자 망둥어 재영이, 앙앙 엉엉 목놓아 울어버린다. 내려, 내려, 하면서. 이를 어쩌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덥덥하고 갑갑함을 극도의 리얼 액션으로 표출하고 만다. 내려, 내려! 하며, 막무가내로 운다.

승무원이 다가와 재영에미의 허리에 안전벨트를 연장하여 재영이 허리에 감으려 하자, 풀어, 풀어... 하며 어찌나 더 섧고 크게 울어버리던지.

그러니 재영인 또 한 번, 승객들의 귀길과 눈길을 카메라 줌처럼 자신에게로 끌어당기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할미 품에 안겨 안전벨트를 제 몸에다 감은 재윤이는, 새근새근 잠나라에 폭 빠져있었다.


재영에미가 번개 모드로 유튜브 콩순이나 뽀로로를 틀어도 갑갑하다는 그 재영이의 칭얼거림은, 좀체 멎지 않은 딸꾹질처럼 지속되었다. 재영에미, 재영이를 재울 때 부르던 동요를 매들리로 불러주어야 했다. 그럼에도 재영인 그렇게 한 시간 동안 간헐적 소리를 내지르거나, 칭얼거림을 번다버그행 비행기 안에다 쿨럭쿨럭 펼쳐놓고 있었다.

비행기는 무심코 날아갔지만, 승객들에게 미안한 재영에미와 난 뒤통수가 근질근질 가려워 생땀에 푹 절어 비행기에서 내렸다.


그래도 내릴 때 승무원이 우릴 보고
활짝 웃어주었다. 고마웠다. 미안하고.
우리나라, 대한민국 승무원은 이럴 때 어떻게 대했으려나.


드디어 번다버그 공항 안으로 들어오니, 맞이방에서 둘째 딸이 제 자동차에다 두 개의 아기용 카시트를 장착하고서 왔다며, 환한 보름달처럼 웃으며 반겨주었다. 딸은 나의 자동차까지 공항에 파킹해다 놓아서, 난 홀로 내 차를 타고 여유롭게 유유히 귀가하였다. 집 떠난 지 3개월 2주 만이었다.


오랜만에 마주하는 둘째 딸 환한 미소에,

나의 피로가 열쇠처럼 스르르 풀렸다.

재영이도 이모를 보자 팔딱팔딱 다시 웃고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39일 차 아기 재윤인 잠나라가 그리 좋은지 여전히 잠의 유혹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너무 귀여웠다. 재윤이의 말랑말랑한 볼을 톡톡 노크해 보았다. 그래도 재윤이의 잠은 잠의 자물쇠에 꼭 잠겨있었다. ㅎ



오, 나의 외손주들,
또 둘째 딸! 그리고 큰딸!
모두에게 감사 포옹을 했다.
길고 어려운 여정을 뚫고
무사히 귀가할 수 있음에.

여정이 힘든 만큼,
집은 더 포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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