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꼬맹이 외가 가는 여정, 하나

ㅡ 시드니에서 브리즈번까지 여정

by 예나네
"번다버그에 갈 때 특히
재윤이를 잘 돌아봐야 돼. 아직은
계란 껍데기처럼 연약하니까."
평소와 달리 난 딸에게 신신당부하였고,
"글치요, 그래야지요, " 하며 딸도 마음을 단디 먹었다.




외손주 육아를 위해 집 떠나온 지 3개월 2주 만에, 계절이 바뀐 옷가지를 가지러, 딸네 집에서 나의 집을 향해 떠나기 며칠 전부터 난 마음이 무거웠다.

불면 날아갈까, 건드리면 깨질까, 노심초사하며 갓난아기 재윤이 집안에서도 애지중지 돌보는 중인데, 국내선 비행기를 두 번씩이나 갈아타는 외가에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할미가 할미 집 가든이랑... 집안팎도 좀 돌아보고, 둘째 딸 밑반찬도 챙겨주고, 계절 바뀐 옷을 가지러 가야 하는데, 재영에미 혼자 두 아가를 돌볼 수 없어할 수없이 같이 가게 된 거다.

21개월 2주 아가(재영이)와 39일 차 갓난아기(재윤이)가 한꺼번에 울거나 보채면 어떤 엄마도, 혼자는 감당치 못하는데, 더구나 그다음 주 토요일부터 며칠간은 재영 아빠가 한국에 다녀와야 해서, 불현듯 외할미 집으로 다 같이 가게 된 거다.




10월 19일 아침 8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5시 반에 시드니에 사는 딸네 집을 나왔다. 사위 재윤이 아빠가 운전을 하고, 재영이와 재윤이는 뒷좌석 카시트에다 앉히고, (여긴 갓난 아긴부터 무조건 카시트에 앉힌다.) 난 그 사이에서 몸을 좀 옹그리고 탔다.


깊은 염려와는 달리 재윤인 자동차가 출발하자마자 새근새근 다시 잠들었다. 자는 걸 깨워 안고 나온 재영인 창밖을 내다보며 손짓을 해가며 할미가 심심할 새도 없이 차창밖 풍경 설명을 유창? 하게 해 준다.( 참고로 21개월 2주 차 아가다.)

특히 고층빌딩 꼭대기에 걸쳐진 채 회전하고 있는 크레인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크레인을 볼 때마다, 크레 크레 하며, 노~ 픈 비~딩... 에서 물건을 옮겨 담아 건물을 짓는다는 시늉을 손짓으로 보충해가며 아가의 온 에너지를 동원한 공을 들여 할미에게 가르친다.

한번 가르쳐주면 바로 접수하는 재영인 머릿속에 든 게 많아서, 아직은 단어만 말하는 그것들을 꺼내놓을 때마다 우린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동요란 동요는 다 외우고 있고, 숫자 10까지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원, 투, 스이, 포, 파브, 시스,... 할 땐 귀여워서 꼭 깨물어주고 싶어 진다.




국내선 공항에 도착했다. 시드니 봄 새벽은 쌀쌀했다.




첫새벽임에도 여행객들로 붐볐다. 주말은 늘 사람들을 외부로 불러낸다. 재영인 유모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람 사이를 용감무쌍한 군인 아저씨처럼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줄을 길게 늘어서 기다림에 지치면 구령하듯 가장 센 목소리로 앙!! 앙!! 울었다. 군중의 눈길이 일제히 두 돌도 채 안된 재영이에게로 확 쏠렸다. 부끄러울 겨를도 없이 바빠진 할미가 재영이를 확 끌어안아 저쪽으로 데려가서, 비행장에서 이륙 직전에 걷는 비행기를 보여주었다. 오리 떼처럼, 땅으로 걸어 다니는 비행기를 처음 목격한 재영이는 흥미로운지 손가락질을 해가며 비핸지, 비핸지.. 하며 하나, 둘,... 열, 까지 센다. 뭔가 많을 때 재영이가 하는 습관이다.




재영이가 시드니 공항에서 많이 움직여서인지, 시드니에서 브리즈번까지 날아오는 비행기 안은 한 시간 40분 동안, 재영이의 꿀잠 자는 숨소리만 어여쁘게 들려왔다. 재윤이도 형아를 따라 새근새근 귀엽게 잠들었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에 맞춰서, 재윤이에게는 할미가 우유병을 입에 물리고, 재영이에게는 캐러멜을 입속에 넣어 삼키도록 유도하였다. 귀가 먹먹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한 방책이었다.


할미는 불면 날아갈 새라, 만지면 깨질세라 우리 재윤이를 말 그대로, 보석보다 고귀한 갓난아기를 귀하게 꼬옥 안고 브리즈번으로 날아갔다. 두 아기는 착륙 시까지 숨소리를 음률처럼 뽑으며 곤하게 잠든 채 날아갔다.


휴, 다행이다.


서로 옆자리에서 아가를 하나씩 안은 재영에미와 나는 서로 마주 보고 숨죽이며 후훗 웃었다. 그러나 아직 브리즈번에서 번다버그 여정이 하나 더 남아있다. 100 퍼센트 안심 모드에 들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걱정이라는 놈은 우릴 부려먹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그저 현실에 잠기듯 담담히 들어야 한다. 시침이 돌아가듯 우리도 우리의 시간 속으로 흐르듯 떠밀려가면 된다.


아무리 그래도, 걱정은 걱정이다.ㅎ
다음 여정에서도 두 아가가 안 울고
조용히 잘 가야 할 텐데, 하는.

우린 때로 이렇게, 여행을 하며 삶의 밑그림을 그린다.
길을 잃거나 길을 헤매면서
신선한 생의 그림을 몸에다 새긴다.



* 며칠 후 2편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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