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호주, 맘은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

by 예나네


티 매트 두 개를 만들었다.
문화센터 U3A에 갖고 갈 거다.



목요일마다 참여하는 바느질 교실 U3A 문화센터에서는 오전 10시부터 티 타임을 갖는다. 그 시간에는 호주 할머니들도 한국 할머니들처럼 이야깃거리가 많으시다. 하하호호 웃음소리도 한국할매들이랑 별반 다르지 않다.

호탕한 할매, 조용한 할매, 말씀을 조근조근 표현하는 할매, 조금은 기품을 부리는 할매들이 있는데, 대체적으로 모두 수수하다.



그들은 로 만난 지 오래된 사이니 가족 같은 분위기다. 카라반(캠핑카)을 몰고 케언즈나 멜버른을 두 달 동안 다녀온 이야기에서는 캠핑카 주차비가 나올 때도 있다. 주로 카라반 파크에 주차하는데 하룻밤에 $37 이라니 한국돈 35,000원 정도이다. 론,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다.



한 달 전 베브는 자기 남편, 그리고 9 순의 시아버지와 함께 그걸 타고 멜버른, 애들레이드까지 두 달 동안 다녀왔다. 여행 중, 마음 가는 장소가 나오면 차를 세워놓고 며칠씩 푹, 머물다 그들은 또, 출발한다.

그동안 조이가 그들의 집을 봐주었다. 가든을 돌보고 잔디에 물주는 일이 주된 집 보기였을 거다. 덕분에 베브는 자기 딸이 사는 애들레이드와 남편의 시스터가 있는 멜버른을 안심하고 다녀왔다. 여행 중에 그녀는 우리 모두와 페이스톡을 하기도 했다.




카라반 팍은 이곳 번다버그 쪽에도 해변마다 있을 정도로, 호주 전역에 널리 퍼져 있으니 중간중간 손쉽게 캠핑 카를 파킹하고 가볍게 머무는 데는 무척 편리한 숙소가 되고 있다.


바가라 카라반 파크


할매들 바느질 솜씨도 전문가 뺨치는 수준이다. 바느질 도구가 든 천 가방, 앞치마, 퀼트 이불, 크리스마스 장식품 같은, 아주 세미하고 정교한 그들의 솜씨에 감탄하여 자주 입을 다물지 못한다. 리는 요즘 파퓨아 뉴기니의 고아원에 보낼 티셔츠 만들기에 바쁘다. 목표가 150개라 한다. 그녀들이 집에서 들고 온 여남은 대의 재봉틀은 교실 요기조기에서 차르륵 차르륵거리는 박음질 소리로 경쾌하다.



지난주에는 제인이 드디어 퀼트 이불을 완성하였다. 할매들은 하나라도 완성품이 생기면 이런 방식으로 멤버들한테 보여준다. 이때 한 할머니가 한 번 웃긴 적도 있다. 이불을 손으로 한 땀 한 땀 짓고 있던 할머니는, 자기 살아생전에 이불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것다, 하여 온 교실의 모든 할매들, 소녀처럼 꺄르륵 웃었다.


꺄르륵, 꺄르륵, 웃음소리는
만국 공용어다.




어느 날 테이블에 빙 둘러앉은 티 타임 때에 테이 할매가 나보고 한국말로 핼로가 뭔지 물었다. 내가 "안녕"이라고 가르쳐주자 명랑한 할매들 안넝, 아녀,.. 저마다 최선을 다하지만 웃기게 발음을 한다. 분명 내 영어 발음도 그들에게는 이처럼 웃기게 들어가고 있을 것이니, 난 최대한 웃음을 참고 발음을 열심히 가르쳐주었다. 안•녕, 하고.

가만히 보니 테이는 7학년처럼 보였기에 나는 경어체를 가르쳐주었다.

너는 나한테 그냥 안녕이라고 해도 돼. 하지만 나는 너에게 안녕하세요,라고 말해야 해. 그게 어른에 대한 예의야, 고.



그 말을 받은 테이 할매, 너 어떻게 내가 너보다 더 늙은 걸 알아? 내가 말도 안 했는데?라고 해서 그날 티타임은 한국말로? 한바탕 웃기도 했다.

그날도 할매들 앞에는 할매들이 손수 만든 티 매트와 컵 커버가 어김없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둘러보니 내 앞에만 늘 들고 다니는 빨대가 꽂힌 보온병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때 클래스를 리더 하는 앤이
자기 매트를 빌려주었다.


이 반 할매들의 디테일한 솜씨를 난 못 따라간다.



짝꿍 멜 할매는 요걸 깔아놓고 있었다. 난 살짝 빌려서 찰칵, 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나도 큰맘 먹고 프랑스 자수가 수 놓인 티 매트를 만들어보았다.
어쩔 수 없이 난 늘 한국 유튜브를 따라 한다. 그래야 이해하기 쉽고 결과물도
마음에 든다. 더 흡족하다.
이번 주 목요일날 가지고 가서, 할매들처럼 가지런히 깔아놓고 함께 티 타임을 즐겨야겠다.

근데 어떤 놈을 들고 갈까요?
두 놈 중 어느 놈이 더 참하나요?

왼쪽? 오른쪽?ㅎ


유튜브 "여우솜씨, 프랑스 자수 배우기"의 패턴을 따라했습니다.
동그라미 그리는 데 동원 된 소품입니다.
자수 패턴 하나는 이 책을 참조했습니다.


몸은 해외에 살아도, 맴은 어쩔 수 없는 한국사람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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