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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ug 28. 2022

호주 시골 댁의 걱정거리

이번엔 두 달 반 만에 한국 마트를 갔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지만, 한 달에 한 번씩 가서 왕창 사 오는 성격이라 가끔 진주 출신 주인장인 젊은 아빠가, 뭘 이키나 많이 사세요, 하고 씨익 웃으며 묻기도 했었다. 치를 챘나. 로나 기간에는 성실하 든든한 젊은 부부가게왠지 되고 해서, 필요 없는 도 슬며시 끼워 넣기도 했으니 좀 이 사기는 했다.

곳은 광대한 농장지역이. 한국, 대만, 일본 등지에서 워킹 홀리데이 청년들의 유입이 한동안 막을 땐 가게가 휑다. 그땐 왠지 나라도 바구니를 채워야 할 것 다. 해외에서 코리언끼리는 생판 남이 아니니까.



이번엔 주인장 젊은 엄마가 있었다.



닫혔던 국제공항이 활짝 열려서인지 물건이 꽉꽉 차 있고 마트 분위기 또한 활기가 넘친다. 주말이라 손님이 부쩍 늘었다. 부부가 정직하며 남을 배려하고, 계산하는 아르바이트 생도 친절하고 다정하니 비즈니스가 둥글둥글 잘 굴러가는 게,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젊은 엄마 나를 보더니  어머니, 어디 다녀셨어요. 엄청 오랜만에 오셨네요. 한다. 내가, 아니요, 굶고 살았어. 하도 물가가 올라서요. 마트 가기가 무서워서 냉장고 바닥까지 꾸역꾸역 파먹다가 나왔어요, 하니까, 진주 출신 젊은 엄마, 맞아요. 브리즈번에서 물건 올라올 때마다 우리도 깜짝깜짝 놀래요. 물가가 매번  다락같이 올라서요. 우리만 욕먹어요. 걱정이에요. 한다. 러나 여기뿐인가. 호주 국의 핑센터 콜스 Coles, 월스 Woolworths 할 것 없이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으니 국민 걱정이지. 






젊은 엄마, 일 전엔 브리즈번 가서 하룻밤을 친구네 집에서 묵고 왔단다. 단짝으로 지내던 그녀 친구네가 김밥집 오픈하면서 7,8개월 전에 브리즈번으로 이사 갔는데 그 집에서 묵었다.



젊은 엄마, 어머니, 근데요, 브리즈번 엄마들은 애들 수영장 앞에다 내려만 주고 바로 집으로 온데요. 여기 엄마들은 과외수업이 날 때까지 모여서 수다 떨 데려오는데요. 걱정이에요. 한다.

키 큰 엄마 아빠 닮아 잘 크고 얼굴도 잘 생긴 4학년 아들내미가 걱정이란다.



난 뭐가 걱정인데요?
하고 되묻는다.



브리즈번 시내 애들은 엄마들이 학교나 수영장 앞에 그냥 떨궈놓고 와 버리니 자립심이 생기는데, 우리 이안이는 너무 오냐오냐 키우고 있는 거 같아서요. 그게 걱정이지요. 한다.





난, 눈 뜨면 자연 속인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키우면 복 받은 거지요.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키우다 보면 자식도 자연적 잘 되게 돼있어. 엄마 아빠가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뭘 보고 배우겠어요. 걱정일랑 마세요. 어릴 적에 사랑을 받아놔야 커서 그걸로 남들에게 퍼주지요. 



알다시피 난 브리즈번 8년, 시드니 3년 그리고 여기에 5년째 살고 있어요. 엄마들 경쟁심이 시드니가 젤 고,  브리즈번, 여기 순이던데 뭘. 그리고 시드니에 내 딸도 살고 있지만 살기가 각박하기가 말도 못 해요. 집값, 렌트비 비싸지요. 그러니까 브리즈번이나 시드니엔 맞벌이 부부 살 수밖에 없어서 할 수 없이 학원 앞에 내려주고 각자 일터로 나가느라 바빠서 그런 거예요.



여기서 무럭무럭 잘 크는 아들내미 걱정일랑 마시고, 남자아이니까 태권도 같은 운동 하나는 꼭 시키세요. 그러자 젊은 엄마, 아 어머니 말씀 들으니 그런 것 같네요. 혼자 생각해보니까 걱정이 엄청 되더라고요. 



내가 계산대에 얹은 물건을 하나하나 바코드로 다 찍은 엄마, 이번에 이렇게 많이 사시면 또 얼마나 오래 있다가 오실라고 이키나 많이 사세요. 한다. 걱정 마시고 혹시 브리즈번에서 떡 오는 날 카톡 좀 주세요. 다.



착한 젊은 엄마,
예 어머니, 연락드릴게요. 저랑 커피 고프실 때 연락 주세요. 했다.



커피보다 떡이 고픈데 일주일이 지난 아직까지 떡 소식이 없다. 젊은 아빠가 다른 일로 바쁜가 보다. 그래서 브리즈번을 여태 나 보다. 가는 데만 차로 4시간 반이 걸리니, 하루 큰맘 먹고 가야 하니 그렇다. 그럴수록 난 보들야들한 떡 맛이 고파서 쩝, 입맛을 한 번 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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