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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pr 18. 2023

외손주의 블루카


어머, 그래?



외할미가 외사랑만 하던 외손주 재영이가, 며칠 전에는 외할미한테 전화를 해야 한다고 하더란다. 그런데 유치원에서, 스쿨레디니 School Readiness라고, 학교 가기 전에 익혀야 하는 글씨를 배우느라, 소위 공부하느라 낮잠을 못 잔단다. 러니 초저녁부터 잠나라에 들어 통화를 못한다니, 외할미로서는 매우 아까웠다.  찬스를 놓쳐버린 것 같았다.



2018년도 1월에 태어난, 외손주 5개월 차부터 2020.3월까지 입주 베이비시터를 하다가( 이 기간 중 1년 6개월만) 외할미 집으로 돌아왔으니, 외손주와 떨어져 산 지 벌써 3년이 넘었다. 코로나19 때문에 2년 만에외손주를 보러 갔는데 훌쩍 커버린 우리 아가, 그래도 외할미를 알아보고 꼬옥 안겼다. 그날 밤은 외할미랑 꼭 껴안고 자고, 이튿날부터는 지부모랑 자게 했다. 행여 할미가 떠나고 나서 지난번처럼, 할미가 그립다고 문 앞에서 울고불고할까 봐, 어른들은 지레 겁을 먹어서다. 



올부활절엔 외손주가 외할미네로 왔다.


다섯 살 3개월 차, 내 생애 첫 외손주가 공항 맞이방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얼른 재영아, 하자 훌쩍 자란 우리 강아지, 외할미를 향해 껑충껑충 달오더니 와락 안겨 올라온다. 외할미는 다 큰 외손주를 얼싸안고 얼굴에다 뽀뽀를 하고 얼굴을 부비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다. 재영아, 외할미는 우리 재영이 엄청 보고 싶었어, 하자 생글거리는 울외손주, 나도 엄청 보고 싶었어, 하면서 고 보들보들 떡국같이 하얗고 작던 손으로, 외할미 목을 꼬옥 안았다. 그렇게 와서 사흘을 외할미집에서 놀다 간 재영이가, 어쩐 일로 외할미한테 전화를 해봐야겠다고 하더라니, 외할미는 가슴이 뛰었다.



토요일 아침에 페이스톡이 걸려왔다.


아우, 반가운 나의 외손주들, 재영아, 재윤아, 잘 있었어? 재영이가 대답했다. 응 잘 있었어. (......) 우린 얼굴을 마주 보며 그래도, 몇 마디 인사를 서로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울외손주, 이런다. 근데 (영어를 더 많이 하는 외손주에게 타인은 다 너로 통한다.) 거실에 장난감 다 치웠어? 응, 이모가 다 정리했지. 나중에 재영이 재윤이 오면 주려고 잘 보관해 놓았지, 하고, 난생처음 꼬맹이 외손주의 전화를 받은, 신이 난 외할미 말이 좀 많았다. 재영이 이번엔 또 이런다.



근데, 너 자동차는 어디 있어?


난 바빴다. 집안에 장난감 자동차가 꽤 많았기 때문이다. 먼저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갖고 놀던 이모가 조립해 놓은 자동차를 비춰주었다. 아니, 그건 그린이잖아, 그거 말고 블루말이야. 꽤 어려운 질문을 받게 된 외할미는 진땀을 조금 흘리며 시렁에 얹어둔 자동차 박스를 겨우 내려서 블루카를 꺼내어서 보여주었다. 재영아, 이거? 하자, 응, 맞아, 그거야. 블루카.


아, 그렇구나. 외할미가 잘 보관해 둘게.
외손주의 블루카.



그러고 보니 우리 외손주, 블루카 안부가 궁금해져서 외할미한테 전화를 했었구나. 손주의 외할미, 좀 섭하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강아지들이 언제나 그립고 귀하고 구엽고 이쁘기만 한 외손주의 외할미. 내리사랑 맞다.



우리 외손주의 블루카,
 고이 모시고 있을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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