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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Apr 11. 2023

아가들이 머물던 자리, 맑다


아가들이 지나간 자리는 물방울소리
처럼 청아하다.


외손주들이 거의 종일 놀았던 바닷가를 걷는다. 물의 깊이 아직 얕 맑다.  찰방찰방 뛰어다니던 아가들 물소리가 들린다. 물방울은 아가들 발국소리만큼 하얗게 튀어 올라 햇반짝거렸다. 아가들을 좇아 다니던 물소리 구졌고, 물결  가들 그림자 이뻤다. 우아, 허니 꽃게닷, 하며 뒤로 주춤, 물러서 외할 맨다리를 잡던 꼬맹이 소리, 물결처럼 청아하게 아직 번진다.




아가들이 지나간 자리는 쓰레기도
꺄르륵 거린다.

아가들이 3일간  외할미네 거실은 알록달록 플라스틱 장난감으로 어질러져있다. 그동안 우린 장난감 사이 발자국을 만들었다. 메뚜기처럼 장난감을 폴짝 건너뛰어 다다. 순식간에 장난감으로 폭탄을 맞은 집안에, 아가들 웃음소리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꺄르륵 깨어 나왔다.


그러다 순식간에 또, 아가들이 제집으로 아갔다. 아가들 이모는 거실의 장난감을 치웠다. 기린이 그려진 천으로 된 커다란 바구니에다 하나하나 주워 담았다. 온갖 종류의 자동차는 조립하여 제 박스에다 차곡차곡 집어넣었다. 장난감을 아가들 장난처럼 조립하는, 그런 건 어려워서 외할미는 도저히 못한다. 쉬운 작업을 하러 슬그머니 뒤뜰 나간다. 아가들이 아침마다 물을 주던 연두색 조로와 삽 같은 연장을 그러모, 깨끗이 씻어하얀 햇빛에다 나란히 널어놓았. 


어른들이 틀어주던 수돗물을 쪼그만 조로에 쪼르르 받아서, 쪼막만 한 두 손으로 고이 받쳐 들고 기들 닮은 이쁜 게 살금살금 다가가, 찔끔찔끔 물을 뿌려주던 외손주들이 아직, 눈에 어른거린다. 부터 그리워지는 마음은, 다음을 기약 마음으로 녹인다. 장난감을 비추는 햇빛 속에도 아직, 아가들 웃음있다 장난처럼 톡톡 튀어나온다. 꺄르륵꺄르륵. 거실을 돌리는 청소기에도 아가들 웃음소리 딸려온다. 그 사이에서 들 이모는 모아둔 장난감시렁에다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엄마반찬 안 가지고 왔으면,
 라면만 먹을 뻔했어.ㅎ


청소를 거진 다하고 잔치국수를 말아놓았을 때쯤 아가들 엄마, 큰딸이 톡을 했다. 잡채, 김치부침개, 채부침개, 김치, 도토리묵, 볶은 참깨를 다담다담 싸서 보냈는데 맛있게 잘 먹고 있다니, 할미도 배가 부르다. 괜히 웃음이 난다. 아가들이 지나간 자리가 맑고 깨끔하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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