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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May 15. 2023

 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림

- Mother's Day.

2023. 5. 14. 일.


어제는 여기 마더스 데이였다.


긴 5월의 둘째 주 일요일이 더스 데이다. 그러니 날짜가 매년 조금씩 바뀐다. 코리언인 난 5월 8일 날 이미, 자식들로부터 받을 선물과 전화와 사랑을 다 받았던 터라, 이 날을 잊고 있었다. 지난주 영어교실에서 그녀 M 이 자기 집에서 밥 먹자 하였을 때, 난 마더스 데이와는 무관하게 약속을 잡았다.


김밥을 싸서 그녀 집에 들어가자, 같은 영어교실 벗인 그녀 후배가, 하이스쿨생인 딸을 데리고 먼저 와 있었다. 우린 코리언과 베트남인들이었어도,  해피 마더쓰 데이라며 호주식 허그를 하며 서로 반가이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닭고기를 살짝 삶아 튀겨서 간장양념에다 졸이는 중이었다. 후배는 수육을 한 돼지고기를 얇게 썰고 있었다. 식탁에는 이미 월남쌈 야채와 소스가 차려져 있었다. 녀의 식이  맛있었다. 후배 딸이 나의 김밥을 특별히 좋아했다.


오늘의 주제는 마더스 데이였다.


마더스 데이를 그냥 보내면 아쉽다며 우리끼리라도, 맛있는 걸 해 먹고 즐겁게 보내야 한다며 초대를 한 것이었다. 적극적인 그녀의 정신이 난 갸륵했다. 몇 달 전 가족을 잃고 나서 홀로 빈집을 지키며, 외로움과 그리움을 찔끔찔끔 짠물로 짜내는  보다, 얼마나 지혜로운 처사인가. 우린 영어교실 이야기와 한국과 베트남 이야기와 각자 삶의 이야기로 재미있게 놀았다. 두어 시간 같이 놀다가 내가 먼저 일어났다. 그녀는 온갖 음식을 다 싸서 내 손에 들려주었다.


오는 길에 시푸드 마켓에 들렸다.


나도 즐겨 찾는 이곳은 어부들이 방금 잡아온, 신선한 시푸드는 물론 멀리 태즈메이니아 섬에서 잡아 온 연어까지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퀄리티를 믿고 사가는 이곳은 그래서 인기 시푸드 마이다. 같은 빌딩인 강 가 언덕의 레스토랑에서는 온갖 시푸드를 방금 튀겨내어, 닷물에 쪄서 차게 식힌 새우와 꽃게와 킹크랩을 곁들여서 "콜드 앤 핫" 플래트에 담아준다. 오늘 마더스 데이에 이 집은 인산인해였다. 차를 저 멀리 겨우 파킹해 놓고 오는데, 줄을 길게  사람들은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효도하는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교실 하나 크기의 냉장고에 나란히 진열된 러종류의 시푸드 중, 킹프론 king prawn는 새우는 엄청 굵었다. 정말 대왕새우다. 난생처음 본 새우의 크기였다. 대양에서 꼬리를 치며 퍼득퍼득대다가,  순간에 느 어부가 친 그물에 걸려들었을, 그들 중 8마리를 집게로 골라 담아왔다. 오징어도 두 마리 담았다. 킹프론과 오징어들에게 미안하지만, 저녁밥상에 무와 애호박 송송 썰어 넣고, 뜰에서 방금 딴 고추와 미나리를 넣어 매운탕을 뽀글뽀글 끓였는데, 일터에서 돌아온 아이가 이렇게 말한다. 엄마, 바닷가 아산만의 어느 매운탕집에서 먹는 것 같다. 진짜 맛있다.


저녁에 큰 딸네와 페이스톡을 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자기 아들, 나의 외손주 효도잔치에 다녀왔다고 했다. 세 살 반이 된 그녀의 둘째 아들은 나의 둘째 딸처럼 성격이 FM이다. 보내온 동영상에서도 성격이 그대로 드났다. 쉬는 시간에도 제 자리를 뜨지 않고 다음 음악에 맞춰할 율동을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들을 초대하여 엄마들 앞에서 재롱잔치를 하는 둘째 외손주가 장하고 귀여웠다. 그녀의 큰아들, 나의 큰 외손주는  다른 유치원에서 그려왔다는 그림을 보여주며 자기 엄마와 같이, 동생의 재롱잔치를 보고 있었다.


큰딸은 다섯 살 4개월 차 자기 큰아들이 그려다 준 그림을 페이스 톡으로 보여주었다.


요거는 외손주가 그린 외손주 자신이다. 손가락이 정확히 다섯 개다.




이 그림의 왼쪽은 자기 엄마, 나의 큰딸이다. 오른쪽은 자기 이모, 나의 작은 딸이다. 여기도 손가락이 정확히 다섯 개씩이다. 자기 엄마 키가 이모보다 더 큰데 그건 반대로 그렸다.


 이모한테 외할미가 밀려났어도, 외할미 눈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멋진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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