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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n 16. 2023

살다 보니 별 걸 다 해 본다

- 한국 뜨개질을 외국 할머니들에게 알려주는 일

2023. 6. 15. 목.


티처!
Teacher!



문화센터 봉틀 교실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서  선생이라 불렀다. 함뿍 핀 꽃처럼 소복소복 모인 할머니들이 활짝 활짝 웃었다. 그중 수할머니 자리 하나를 맡아두고 선생을 기다리고 계셨다. 으란다. 키가 훤칠하며 얼굴이 둥글넓적, 남성적인 체구로 풍채 좋으신 할머니는 내게 자주 관심을 보인다. 자기네들끼리 수다하다가 내가 심심하거나 소외감이 느껴질 즈음이면, 오, 홍, 유 아 쏘 스마트, 하면서 말을 걸어온다. 오늘도 내가 교실에 들어서자 한국말 "안녕"으로 인사를 건넨다. 나도 "안녕하세요, "하며 그녀 옆에 앉았다. 그녀는 캐럴을 도와주던 뜨개질 손길을 거두자신의 뜨개바늘과 실을 꺼내어 비니모자 뜰 준비를 했다.



 "재봉틀 반"은 이름에 불과하다.


이 반에서 재봉틀을 돌리는 사람은 소수요, 자수를 놓는 손길과 뜨개질하는 손들이 절반이 넘는다. 그러니 그저 호주 할머니들의 수다반이다. 어디나 머니들의 수다는 다정하고 따스하 잔 강물 같다. 어지니 유하다. 가끔 푸하하, 거나 어린아이들처럼 깔깔거린다. 자기들 집안일, 여행 간 일, 친구들 일, 이웃 일 주 수다거리다. 그럼, 한 텀에 한 가지씩 재봉틀로 하는 프로젝트가 있어서 그 아이템에 대한 협 꽤 자주 목격 된다. 12월의 크리스마스 행사를 9월부터 의논하고, 가끔 푼돈을 모으거나 재봉틀로 가방, 앞치마를 대량으로 만드는 자선사도 서슴없이 힘을 합하여한다. 그때마다 할머니들 힘은 세다.  , 코바늘 뜨개질을 하며 그들 속에 끼여 그들을 관찰하고 있다. 선하며 친절하신 할머니들이 편하고 좋다. 



수할머니와는 지난주에 약속을 했다.



내가 한국 너투브를 보고 뜬, 비니모자 패턴에 할머니가 홀랑 빠져버리다. 그래서 이번주에 "코리언 스타일의 비니모자 패턴" 뜨는 법을 가르쳐 드리기로 한 거다. 내가 강의? 를 시작하자, 다른 할머니들 눈동자와 웃음소리도 우리 쪽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내가 뜨개질을 끝낼 때마다, 패턴이 너무 이쁘다고 놀라워하시던 할머니들이다. 내가 늘 만지작대던 한국발 뜨개 패턴이 그들에겐 새롭고 참신하게 다가 서다. 수할머니는 오늘도  홍, 유 아 쏘 스마트, 로 나를 추켜올려놓고 패턴을 배우기 시작한다. 잉글리시와 코리언,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한다는 데 대한 칭찬이다. 영어가 어눌하니 주눅 들지 말고 가르치라는 의미기도 하다.



서로 의사소통은 온전히 안되어도, 한국발 모자패턴은 모두가 사랑했다.



 국산 비니모자 패턴의 대략적인 중심 포인트를 간략하게, 그림을 그리고 설명을 A4용지에 써서 들고 갔다.  나름 "코리언 패턴의 비니모자 뜨개교실" 첫 교재를 제작하여 간 거다. 그리고 내가 뜨는 걸 단계적으로 직접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말로만 가르치는 것보다 이해시키기가 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제 이걸 만들면서 불현듯, 글짓기 교재를 만들어가서 L백화점 문화센터 온 한국 꼬맹이들한테  글쓰기를 가르치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어느덧 세월이 쌓이고 쌓여 강산이 벌써 두 번이나 .



모자 뜨는 법을가르치기 전에, 이것부터같이 읽고 시작하였다. 모자 그림은 볼품없으나, 교재라고 들고갔더니 수할머니가 좋아하셨다. 여기 빈곳에 할머니의 의견을 빼곡히  필기하셨다.



오늘은 모자의 밴드까지만 가르쳐 드렸다.
수할머니는 다음 주에 밴드를 완성해 오기로 하셨다. 배우는 데 머리가 좀 복잡했지만 행복하다고 하셨다. 나도 즐거웠다며 호주 할머니들한테 인사를 하고, 집에 와서 좀 쉬다가, 오후 두 시부터는 옆집 칼리할머니에게 꽃이불 뜨개질을 가르쳐드렸다. 하루에 두 팀의 호주 할머니 학생을 가르쳤다. 아, 나 이러다 "호주에서 코리언 패턴 뜨개질 선생" 되는 건 아닐까.

거참, 오래 살다 보니 별 걸 다 해보네요.
하하.

 


* 위의 비니모자와 꽃이불, 이 두 개의 패턴은 너투브 "아델코바늘"에서 배운 패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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