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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l 01. 2023

살다 보니 별 걸 다 해 본다 •3

- 한국 뜨개질을 외국 할머니들에게 알려주는 일


2023. 6. 29. 목.



한국문화를 퍼트리는 일은,
생기를 돋게 한다.


그게 큰일은 아니다. 아주 작은 거다. 그저 "안녕", 이라는 인사말, 이 한마디에도 내 기운을 돋운다. 내 영어가 지금보다 더 많이 어눌하던 작년 어느 날, 문화센터 수할머니가 물었었다. 홍, 하우 아유가 한국말로는 뭐야? 그때부터 수할머니는 내게 안녕,으로 만나고 안녕,으로 헤어지고 있다. 난 안녕하세요,라는 존댓말도 알려주었다. 수할머니는 나이가 더 많으니 난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말을 나눈다. 가끔 곁에 있 그녀 친구들도 한국말을 따라 할 땐 즐거움이 배가된다. 그럴 때마다 저 깊이로부터 가득, 기분 좋은 생기가 돋는다. 내에서 잔잔한 파동이 인다. 그건 본능이다. 나라 것에 관심을 얻으니 그저 기분 고, 서로  나누니 그냥 즐거운 거.


수할머니는 세 번째 날,
 비니뜨개를 마쳤다.


난 정말 고마웠다. 기분이 참으로 좋았다. 한국의 뜨개질에 그만큼 애정을 가져주고 배우는 데 열심인 그녀가 이뻤다. , 여담을 해도 될까. 열 번을 가르쳐도 정확한 뜨개의 길을 못 익히는 다른 한 사람을 난 지금도 가르친다. 내 학생 1호인 그 사람은, 매주 오후 두 시에 우리 집에 오고 있다. 뜨개질 가방을 달랑달랑 거리며 우리 집에 오는 1호 학생 그녀, 칼리할머니도 난 애정한다. 그녀에겐 한국 뜨개에 대한 배움의 열정이 있고, 나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다. 그녀와 대화를 하다 보면 내면의 진이 전해와서다. 뜨개질에 대한 경험이 옅어서 배우는 그녀도 힘들 텐데도, 학생 1호, 그녀에게 포기란 배추밖에 없다. 작년 8월부터니까 거의 1년이 되어간다. 요즘은 꽃뜨개 이불을 뜨는 데 한 단계씩 다시 배운다. 요즘은 그녀 실력이 조금조금 업그레이드된다. 대견하시다. 우린 목요일 오후마다 햇살 베란다에서 뜨개거리를 앞에 두고 노닥거린다. 웃음이 넘쳐나는 날엔 아주 드물지만, 내가 춤을 추며 재롱을 피우기도 한다. 두어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그렇게 우린 서로의 몸과 마음을 한껏 풀어 이완하고 게이트 앞에서 바이, 한다. 그녀는 나의 애정하는 뜨개 학생 1호다.



뜨개 학생 2호는 네 개의 뜨개 숙제를 완벽하게 완성해 왔다.

그녀의 평소 익혀둔 뜨개질 솜씨도 한몫했지만, 그녀 안에 두둑하게 저금해 둔 실과 애정 덕이다. 교실에 들어서니 그녀 옆에 두 사람의 예비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룹지도를 하려면 똑똑한 학생을 맡는 게 유리하더라는, 누군가의 말이 퍼뜩 떠올랐다. 나는 2호 학생 수 할머니에게 다음 스텝의 뜨개 패턴을 먼저 알려준 후, 3호와 4호 학생을 가르쳤다.  와중에 할머니들은 지난 수요일 내 생일을 알고 해피 버쓰데이를 합창하기도 했다. 3호 학생 베브는 비니의 시작 패턴인 밴드를 잘 따라 했다. 아델코바늘 동영상을 알려주자, 구독신청을 눌렀다. 호주인 구독자까지 한국너투브에 물어다 준 셈이니 좀 뿌듯했다. 4호 학생 린할머니는 뜨개질이 좀 서투르셨다.  3,4호 사람에게 프린트해 간 나의 심플한 교재를 나누어주고 함께 읽었다. 다음 주에 과연, 그들은 얼마 큼의 뜨개질을 해 오실까.


궁금하다.


수할머니가 오늘 완성한 한국패턴 비니모자. 그리고 아직 뜨개질이 진행 중인 수할머니의 비니들.어른용이라며, 꼭대기 달랑거리는 폼폼은 안다신다고 했다.^^
수할머니가 완성하여 텍스트로 보내주신 그녀의 비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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