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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l 20. 2023

호주할머니 입맛을 돌게 한 안성탕면


어느 날 옆집할매가 입맛이 없단다.


우리 집 베란다에서 도란도란 인생을 뜨듯, 삶을 나누며  그녀가 그랬다. 할매에게는 나의 코리언 요리 중 해물부침개가 1순위다. 녀는 바삭하면서도 고소 매콤함을 즐겨 찾는다. 작년에 우리 부엌에서 레시피(주먹구구식 한국줌마 스타일로) 나눔은 물론이요, 직접 요리하는 령을 보여드렸다. 깨소금, 참기름, 커팅한 고추도 기꺼이 꺼내 드렸다.  이후로 할매는 한국식 피자, 해물 부침개를 곧잘 해 드신다. 주부엌에서 한국요리가 자작자작 익혀진다. 그걸 상상하면 웃음기가 인다.


냉장고를 뒤지면 언제나 나올 법한, 온갖 야채들에 해물태어 잘게 썰어서 참기름, 깨소금, 소금, 후추로 밑간을 해서 계란 풀고, 부침가루를 입혀서 다담다담 부쳐내면, 내가 먹어봐도 아주 맛깔난 코리언 부침개가 된다.




할매는 '부침개'라는 이름을 아직 못 외운다. '라면'발음도 잘 못 따라 하신다. 내가 호주발 영어이름을 애초에 포기하고 살듯이, 할매도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음식물 이름은 포기하신 듯하다. 그러나 그 맛의 기억은 챔피언 수준으로 잘 인지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맛과 말은 둘 다 혀가 하는 일인데, 우린 모두 맛에 대한 조예가 더 깊다. 우리 몸은, 는 일이 말하는 보다 우선순위임을 체득 게다.


할매 입맛이 살아나길 바라며,
안성탕면을 슬쩍 건네봤다.



그리고 난 그걸 잊고 있었다. 몇 주 후, 할매의 손짓과 말짓? 을 총동원하여 "라면"이라는 이름을 우린 겨우, 쥐구멍에 콩알 찾듯 힘들게 찾았다. 그녀는 라면에다 당근, 파, 호박 같은 야채를 썰어 넣고, 계란을 넣어 젓지 않은 상태로 통째로 익혀드셨단다. 하도 맛있어서 할배는 하나도 안 드리고, 할매 혼자 다 드셨단다. 내가 바라던 그녀 입맛이, 대한민국에서 태평양을 건너온 안성탕면으로 당겨졌다니, 참 기뻤다.


그 기쁜 이야기를 듣고 후, 이번에도 안성탕면 두 개를 건네 드렸다. 할매는 안 받는다고, 내가 자주 가는 한국마트를 가르쳐달라며 손사래를 치셨다. 그러나 한국인심이 얼마나 질긴가. 또, 얻어먹는 감질난 음식에 8 순 할매 입맛이 더 당길 수도 있잖은가. 난 이번에만 받으시라며 기어이 전해 드렸다. 그리고 며칠 후, 그녀는 안성탕면 다섯 개들이, 두 덩이를 사 오셨다. 하이마트, 주인장 내외가 사람 좋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신다.  고국의 피붙이가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니, 어깨가 한 뼘쯤은 올라갔다. 외국에 살면서 그렇게 되었다. 애국자가 된다.


그들도 계란을 넣어 삶아보라 했다며, 할매는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홍, 라면 삶을 때 계란을 저어서 삶아, 그냥 통째로 삶아? 무리 나이가 많더라도, 문화가 다르면 다, 물설고 낯선 곳이 사람 사는 세상이다.  할매 취향대로 하면 된다고 알려드렸다. 우리 집에도 딸은 통째, 난 흩어 먹으니까.


할머닌 요즘 매일, 저녁식사를 안성탕면만 드신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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