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나를 자기 차에 태운다는 청을, 내 차로 가자며 기어이 우기고 그녀를 모셔 왔다. 8 순할매가 외국인 승객일 나를 태우고 운전하실 게 부담되어서다. 행여 차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서로 랭귀지가 달라, 더헷갈려서 자칫하면 위험해지기 십상일 거라는 주장이 이긴 거다. 딸이 쉬는 날 자주 가던 강가의 카페, '리버크루즈' 오너가 인근의 꽤 큰 '보이랜즈'라는 화원 안에 있던 이 카페를 인수했다. 우린 이 날을 기다리던 참이었다.
차를 할매집 앞으로 가져가자, 눈이 하늘호수처럼 맑고 땡그란 그녀가 빠꼼이 나오신다. 차에 타자마자, 나보고 일상 수준으로 행동거지를 잘하란다. 그 말씀에 난 바로 키득키득 댔다. 아니나 다를까, 5분을 달려오는 동안 할매가 나보다 더 까부신다. 운전을 안 맡기길 잘했다.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동안에도, 생글생글 거리며 몸을 흔들어 댄스를 추는 몸짓을 하신다. 내가 쉿, 노말로 돌아가시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우린 또 한 번, 철없거나 순수한 어린이들이 되고 말았다. 생글거림을 입가에 달고 카페에 닿았다.
그녀는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티에 스콘을, 난 노란 레몬치즈케이크에 얼그레이 티를 오더 했다. 평소 절약이 몸에 배이신 짠지할매가, 내 것까지 페이를 다 했다. 난 너무 좋아서 그녀와 웃고 떠드느라 깜빡하고 사진을 찍지 못하였다. 점심을 안 하고 이 시간을 기다리셨는지, 촙한 토마토가 시즐링 된 빨강 소스를 반으로 쪼갠 스콘에다 착착 바르고, 두 스푼의 밀크만을 티에 살짝 뿌리듯 탄할매는 게눈 감추듯 잡숴버린다. 그녀답다. 언제나 쿨내 진동이다. 난 밀크를 타지 않은 블랙티로 홀짝홀짝 마셨다. 맑은 차와, 달달한 케이크와 겨울, 두 시의 햇살이 편안하고 명랑하고 따스하다.
참 좋다.
화원을 찬찬히 걸었다.
예쁜 꽃들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그녀의 메리골드와 나의 이름 모를 꽃모종을 하나씩 들고 나와, 내가 그녀 것과 함께 페이를 했다. 그리고 5분 거리의 라벤더 팜으로 갔다. 겨울이지만 여전히 꽃을, 퍼플 집시꽃처럼 아련하게 피우고 있는 라벤더 밭을 바라보았다. 코지한 숍 안으로 들어가 아기자기한 보랏빛들의 온갖 소품들을 냄새 맡고, 만져보고, 소품 하나씩을 들고 나왔다. 마음이 환하고 맑아진 기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