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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두산 Mar 06. 2021

하루의 시작

나를 살리는 하루 습관

    아유르베다에서 하루는 '무후르따(Muhūrta)'라는 시간의 단위로 나누어진다. 하루는 낮과 밤으로 나뉘고, 낮과 밤은 다시 각각 15 무후르따(Muhūrta)로 이루어지게 된다. 즉, 하루는 총 30 무후르따(Muhūrta)로 나뉜다는 말이다. 1 무후르따(Muhūrta)를 시간으로 계산하면 약 48분 정도가 된다. 


ब्राह्मे मुहूर्ते उत्तिष्ठेत्स्वस्थो रक्षार्थमायुषः।
(A.Hr.Su.2/1)

건강한 이(사람)가 건강 혹은 수명을 보호/유지하기 위해서는
'브라흐마 무후르따'에 일어나야 한다.

    '브라흐마 무후르따(Brahma Muhūrta)’는 해가 뜨기 48분 전의 48분을 가리킨다. 즉, 밤을 이루는 열다섯 무후르따(Muhūrta) 중 14번째 무후르따(Muhūrta)를 말한다. 아침 6시에 해가 뜬다고 가정한다면, 새벽 04:24분과 05:12분 사이가 된다. 여기까지 읽은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겠다. "에이~ 어떻게 그 시간에 일어나~" 또는 "그 시간에 일어날 바에는 조금이라도 더 잠을 자겠어". 하지만 저 한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알아야 하는 전제 조건들이 있다. 그것들을 살펴본 후에 그 의미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아유르베다에서 삶을 지탱하는 세 가지 기둥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음식-수면-마음(절제)이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삶은 균형을 잃고 흔들리게 된다. 계속해서 흔들리는 삶 속에서 질병을 얻게 될 수 있다. 질병은 두 곳에 자리 잡을 수 있다. 마음의 질병과 몸의 질병이다. 그렇게 지속된다면 삶이 위태로운 지경에 까지 이를 수 있다. 이것은 모두 삶을 지탱하는 기둥인 음식-수면-마음(절제)이 제대로 삶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렇기에 우리는 언제나 이 세 가지를 건강하고 조화롭게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인생의 삼분의 일을 잠을 자며 보낸다. 예전에는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게으름을 나타내거나 인생에서 무언가를 성취하는데 걸림돌인 것처럼 여겨졌는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수면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지면서 잠을 충분히 자야만 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설명되고 있다. 이제 '사당오락' 같은 말들은 설득력을 잃어가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오히려 충분한 수면은 일의 능률을 올려, 보다 적은 시간에 같은 양의 일을 끝마칠 수 있게 한다. 렘수면은 새롭게 얻은 정보와 기존에 있는 정보를 비교-대조해 관련이 없는 것들 사이의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다. 비렘수면에 있는 동안에는 새롭게 취한 정보를 장기기억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니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 밖에도 잠을 자는 동안에 뇌에서 발생하는 단백질의 노폐물을 제거하는 '글림프 시스템'이 깨어있을 때보다 4-10배 활발히 작동하게 되고, 정서와 발달에 있어서도 다양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निद्रायत्तं सुखं दुःखं पुष्टिः कार्श्यं बलाबलम्।
वृषता क्लीबता ज्ञानमज्ञानं जीवितं न च।।
(ca.su.21/36)

(충분한) 수면에 의해 행복과 불행, 몸의 발달과 야윔, 힘의 축적과 고갈,
정력과 불임, 지식과 무지, 삶과 죽음이 있다.

    이렇듯 아유르베다에서는 좀 더 직접적으로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묘사하고 있다. 수면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리 현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것을 억누르게 되면 몸의 통증, 두통, 눈의 무거움 등의 증상들을 불러일으킨다. 남인도 병원에서 근무할 때, 선생님께서 항상 하시던 말씀이 있다. "아무리 중요한 공부가 있어도,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그것을 위해 잠을 줄여서는 안 된다"라고 하셨다. 그만큼 충분한 잠을 자는 것은 중요하고,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것이 중요해 보일지는 몰라도 사실 그 무엇도 잠을 희생해야 할 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이기도 하다. 


“인간에게는 일정한 시간의 잠이 필요하며, 그보다 짧으면
부족한 분량이 쌓인다. 즉, 수면의 빚이 생긴다.”
(윌리엄 디멘트 - 수면의학자)

    스탠퍼드 대학교 수면의학자 윌리엄 디멘트(William Dement)는 수면 부족이 쌓이게 되면 빚이 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수면부족은 잠을 얼마간 더 자는 것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하고, 수면부족이 만성화되어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상태를 '수면부채'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수면 부족이 축적되면 암,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생활습관병,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 인지증 등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면서, 수면부채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스탠퍼드 교수가 가르쳐 주는 숙면의 모든 것 참조)


    이쯤 해서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이야기에는 먼저 잠을 충분히 잘 자야 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다. 그것이 7시간 일 수도 9시간 일 수도 있다. 개개인마다 적절한 양의 수면 시간이 있다. 심지어 많지는 않지만 5-6시간을 자는 것 만으로 충분한 사람들도 있다. 그러니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서는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물론 요즘 같은 환경에서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밤이지만 밤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컴퓨터 모니터, LED 불빛 등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 또한 우리가 일찍 잠을 자는데 방해 요소가 되고 있다. '블루라이트'는 수면에 필요한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 합성을 방해 함으로 자야 할 시간에도 각성 상태가 유지되도록 만든다. 


    저녁 식사 또한 수면의 양과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저녁 식사에 무엇을 언제 얼마나 먹었는지에 따라 소화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가 달라진다. 과식을 하거나 지나치게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을 먹게 되면 소화불량으로 이어져 적절한 수면을 방해하게 된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소화하기 편안한 음식을 2-3시간 전에 먹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이 온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충분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해 본 경험이 있는가. 최상의 상태로 아침을 맞게 되면 그것이 공부든, 일이든, 그 효율은 좋아지게 된다. '브라흐마 무후르따(Brahma Muhūrta)'에 일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브라흐마(Brahma)'는 신의 이름이다. 이 시간은 신에게 기도를 하기에, 공부를 하기에,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집중하기에, 최적의 시간임을 의미한다. 이렇게 시작한 하루는 충분한 몸과 마음의 휴식과 명료한 정신으로 활기차고 집중력 있는 하루가 될 것이다. 한 번 경험해 보면 그 힘을 알 수 있다.


    모든 이에게 새벽 네다섯 시에 일어나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아유르베다를 통해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의 본질은 잠을 일찍 충분히 자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아침 일찍  상쾌하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늦게까지 깨어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아주 어려운 도전이 될지도 모른다.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지는 말자. 작지만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참고로 늦게까지 자지 않고 깨어있는 것 자체가 몸의 리듬을 깨뜨려 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아유르베다에는 명시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큰 흐름 안에 살아가고 있다. 우주와 자연, 계절과 지역 등의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갈 방법은 그 어디에도 없다.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슬러 싸우기보다는 그 흐름에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아유르베다는 몸밖의 흐름과 몸안의 흐름을 조화롭게 유지하기 위한 노력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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